뿌리에서 썩은 젓갈 냄새가 나는데... 잎은 매우 향기롭다는 한국 나물
2025-05-04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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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과 한방에서 모두 빛나는 존재인 한국 나물

여름 산길을 걷다 보면 하얀 꽃이 무리 지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만난다. 뚝갈이다. 마타리와 닮은 뚝갈은 한국의 산과 들에서 흔히 자란다. 흰 꽃과 독특한 향, 그리고 나물로 먹을 수 있는 부드러운 맛으로 사랑받는다. 뚝갈은 단순한 식물이 아니다. 식탁과 한방에서 모두 빛나는 존재다. 뚝갈의 모든 것을 알아본다.
산과 들의 하얀 전령
뚝갈은 마타리과 마타리속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높이는 약 1m에 달한다. 줄기는 곧게 서고 전체에 짧은 흰색 털이 빽빽이 난다. 잎은 마주나며 길이 3~15cm로 단순하거나 깃털처럼 갈라진다. 잎 표면은 짙은 녹색이다. 뒷면은 흰빛이 돈다. 가장자리에는 불규칙한 톱니가 있다. 줄기 아래쪽 잎은 잎자루가 있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잎자루가 사라진다.
꽃은 7~8월에 핀다. 흰색 꽃은 가지 끝과 줄기 끝에 산방꽃차례를 이룬다. 꽃부리는 지름 4mm로 끝이 5개로 갈라진다. 통부는 짧다. 4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이 꽃 밖으로 길게 뻗는다. 열매는 9~10월에 맺는다. 거꿀달걀 모양의 수과로 길이는 2~3mm다. 뒷면은 둥글고 포가 발달해 5~6mm 크기의 둥근 날개가 있다.
뚝갈은 한국 전역에 분포한다. 울릉도를 제외한 산과 들의 양지바른 풀밭에서 자란다. 일본, 중국, 타이완, 만주에도 분포한다. 햇볕이 잘 드는 곳을 좋아한다. 물 빠짐이 좋은 토양에서 잘 자란다. 밑에서 뻗는 가지가 지하나 지상으로 퍼지며 번식한다. 마타리와 비슷하지만 흰 꽃과 열매의 날개로 구별된다. 마타리는 노란 꽃을 피우며 열매에 날개가 없다.
나물로, 약으로... 뚝갈의 맛과 효능
뚝갈은 식용과 약용으로 모두 쓰인다. 제철은 이른 봄과 여름이다. 봄에는 어린순을 채취한다. 여름에는 꽃이 달린 전초를 뽑는다. 이물질을 제거한 뒤 햇볕에 말린다. 어린순은 나물로 먹는다.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서 무치면 향긋한 나물을 만들 수 있다. 날것으론 쌈을 싸 먹는다. 된장국에 넣어도 되고 고추장에 묻혀 무쳐도 된다. 여름에는 여린 가지를 삶아 나물로 먹는다. 특별한 맛은 없지만 질리지 않는 맛이다. 영서 지방에서는 무더운 여름을 ‘뚝갈나물 할 때쯤’이라 부른다.

뚝갈은 독특한 향을 가진다. 무더운 날에는 썩은 된장이나 썩은 젓갈 같은 냄새가 난다. 한방에서는 이를 ‘패장(敗醬)’이라 부른다. 하지만 평소에는 상큼한 느낌이 든다. 쓴맛은 없다. 독특한 향이 입안에서 씹힌다. 나물로 먹으면 부드럽고 깔끔하다.
한방에서는 뿌리를 포함한 전초를 약재로 쓴다. 생약명은 백화패장. 해열과 해독에 효과가 있다. 고름과 어혈을 푼다. 맹장염, 이질, 적백대하, 산후복통, 종기, 피부염을 치료한다.
문화와 식탁 속 뚝갈
뚝갈은 한국 문화에도 깊이 뿌리내렸다. 꽃말은 ‘야성미’와 ‘생명력’. 문학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황순원의 ‘소나기’에서 소년이 소녀에게 마타리꽃을 꺾어 준다. 마타리는 뚝갈의 노란 사촌이다. 신경숙의 ‘그는 지금 풀숲에서’에서는 뚝갈과 마타리가 가을 산의 신선한 냄새로 묘사된다. 뚝갈은 단순한 나물이 아니다. 한국의 자연과 정서를 담은 식물이다.
뚝갈은 화장품 원료로도 쓰인다. 뚝갈추출물은 피부 보호와 진정 효과가 있다. 음료와 의약품에도 활용된다. 드물게 뚝갈과 마타리의 교잡종이 발견된다. 흰 꽃과 노란 꽃이 함께 핀다. 이를 ‘뚝마타리’라고 부른다.
뚝갈은 마타리, 금마타리, 돌마타리와 구별된다. 마타리는 노란 꽃을 피운다. 줄기에 털이 거의 없다. 금마타리는 키가 20~30cm로 작다. 잎이 손바닥 모양이다. 한국 특산종이다. 돌마타리는 키가 20~60cm다. 잎이 깃꼴로 갈라진다. 뚝갈은 흰 꽃과 줄기의 거친 털로 쉽게 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