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6년만에 원자력발전소 수출... 사업비 약 26조원 규모

2025-05-01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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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 체코 원전 수주 확정

원자력발전소 자료 사진 / 픽사베이
원자력발전소 자료 사진 / 픽사베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사업비 약 26조원으로 추산되는 체코 신규 원전(워자력발전소) 사업자로 최종 선정됐다. 한국 기업의 원전 수출로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6년 만에 이뤄진 성과다.

1일 로이터통신, AP, AFP 등 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체코 정부는 전날 각료회의를 열어 두코바니 원전 신규 건설 예산을 승인했다. 체코 정부는 오는 7일 한수원과 본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한수원과 발주사인 체코전력공사(CEZ) 산하 두코바니Ⅱ 원자력발전사(EDUⅡ)는 체코 프라하에서 양국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최종 계약서에 서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계약이 성사되면 한수원은 체코 두코바니 원전 단지에 5·6호기를 새로 건설한다. 현재 두코바니 단지에서는 1980년대부터 가동을 시작한 4기의 원전이 운영되고 있다. 체코 정부는 향후 테멜린 원전 단지의 3·4호기 건설 계획을 확정할 경우 한수원이 이 사업에서도 우선협상권을 갖도록 했다. 이는 한수원의 기술력과 사업 수행 능력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는 계약 발표 당일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두코바니 신규 원전 사업 지분의 80%를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체코 현지 매체들은 정부가 사업비를 대출 형태로 우선 부담하고, 발주사인 EDUⅡ가 원전 완공 후 30년에 걸쳐 이를 상환하는 구조라고 보도했다. 체코 정부는 두코바니 원전 2기 건설에 약 4000억 코루나(약 26조2000억원)가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EDUⅡ는 두코바니 원전 확장을 위해 CEZ가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로 설립됐다. 이 회사는 당초 1기 증설로 계획됐던 사업이 2기로 확대되면서 재정 부담을 호소하며 정부에 추가 지원을 요청해왔다. 이 과정에서 사업비 조달 방안이 본계약 체결의 주요 걸림돌로 작용했다. 체코 정부는 재정 지원과 대출 상환 구조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은 2022년 두코바니 원전 수주전에 뛰어들어 가격 경쟁력, 공사 기간 준수 능력, 안정적인 프로젝트 관리 역량을 강조하며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프랑스전력공사(EDF)를 제쳤다. 그 결과 지난해 7월 두코바니 원전 2기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한수원은 원래 지난해 3월까지 최종 계약을 마무리하려 했으나,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 분쟁과 경쟁사들의 이의 제기로 일정이 지연됐다.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사용하는 원전 기술이 자사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체코 반독점사무소(UOHS)에 진정을 제기했다. 하지만 지난해 1월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가 지식재산권 분쟁을 중단하기로 합의하면서 웨스팅하우스는 진정을 취하했다. EDF도 입찰 절차의 공정성을 문제 삼아 이의를 제기했으나, UOHS가 지난달 24일 이 이의를 최종 기각했다. 이에 체코 정부는 엿새 만인 전날 한수원과의 계약 체결을 공식 발표했다.

새로 건설되는 두코바니 5·6호기는 2036년경부터 순차적으로 가동될 예정이다. 체코는 에너지 정책의 일환으로 화력발전 비중을 줄이고 원자력 발전 비중을 확대하려는 목표를 세웠다. 2023년 기준 체코의 원자력 발전 비중은 40.7%다. 체코는 이를 2050년까지 50%로 끌어올리기 위해 두코바니와 테멜린 단지에 총 4기의 원전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두코바니 원전 2기는 이 목표의 첫 단계로 평가된다.

한수원이 이끄는 컨소시엄에는 한전기술, 한전KPS, 한전원자력연료 등 한국전력공사 계열사와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 민간 기업이 참여한다. 이들 기업은 원전 설계, 건설, 운영, 유지보수 등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며 프로젝트를 수행할 예정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 주요 설비 제조를, 대우건설은 건설 공사를 주도적으로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주는 한국 원전 산업의 기술력과 국제 경쟁력을 다시 한번 입증한 사례로 꼽힌다. 한수원은 UAE 바라카 원전 프로젝트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체코 프로젝트에서도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원전 건설을 약속했다. 체코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완수되면 한국은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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