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 기세 미쳤다...300억 대작 꺾고 '넷플릭스 1위' 오른 한국 영화

2025-05-01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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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 관객 수 16만 명 기록한 2019년 한국 영화 역주행 신화
제작비 300억 대작 '하얼빈' 꺾고 넷플릭스 1위 달성 대이변

누적 관객 수 16만 명에 그쳤던 6년 전 한국 영화 한 편이 넷플릭스에서 대이변을 일으켰다. 300억 원 규모의 대작을 꺾고 ‘넷플릭스 영화 순위 1위’에 오르며, 역주행 신화를 새로 쓴 것이다.

영화 '진범' 스틸 컷 / 리틀빅픽처스
영화 '진범' 스틸 컷 / 리틀빅픽처스

정체는 2019년 개봉작 ‘진범’(감독 고정욱)이다. 연휴 첫날인 1일 기준, ‘진범’은 넷플릭스 국내 영화 부문 1위에 올랐다. 개봉 6년 만에 이뤄낸 성과이자, 당시 극장에서 16만 명 관객을 동원하며 조용히 사라졌던 작품의 깜짝 반전이다. OTT 플랫폼에서 벌어진 이번 역주행은 한국 영화계에 적지 않은 의미를 던지고 있다.

이로 인해 영화 ‘하얼빈’은 한 계단 밀려 2위로 내려앉았다. 이어 3위는 ‘해벅’, 4위 ‘폭락’, 5위 ‘어쩌다, 결혼’, 6위 ‘신칸센 대폭파’, 7위 ‘대가족’, 8위 ‘임영웅 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 9위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10위는 ‘i호스티지’ 순으로 집계됐다.

‘진범’은 아내를 잃은 남편 ‘영훈’(송새벽)과 유력 용의자의 아내 ‘다연’(유선)이 서로를 의심하면서도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협력하는 과정을 그린 범죄 스릴러다. 배우 송새벽은 사랑하는 이를 잃은 남편의 복잡한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극의 중심을 잡았고, 유선은 남편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다연 역을 강단 있게 소화했다. 두 배우는 서로를 향한 불신 속에서도 끝내 협력할 수밖에 없는 관계를 현실감 있게 그려내며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했다.

관객들의 반응도 뜨겁다. 1일 오전 11시 45분 기준 영화 ‘진범’ 네이버 실관람객 평점은 7.4점을 기록 중이다. 관람객들은 “비싼 배우들로 가득 채운 영화보다 낫다”, “배우들 뛰어난 연기력으로 몰입도 최상”, “잘 짜여진 스토리, 그리고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가 잘 어우러진 영화였습니다”, “유선 송새벽 연기 짱”, “중간에 짐작은 했지만 재밌었음”, “범죄 스릴러물 좋아하시면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별 다섯 개도 모자름”, “스릴 미쳤다. 잠이 확 깸” 등 반응을 내비쳤다.

영화 '진범' 스틸 컷 / 리틀빅픽처스
영화 '진범' 스틸 컷 / 리틀빅픽처스

개봉 당시 흥행 성적은 미미했지만, ‘진범’은 넷플릭스라는 OTT 플랫폼에서 완전히 다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스릴러·범죄·미스터리 등 특정 장르에 대한 충성도 높은 수요층이 존재하는 OTT 환경에서, 추천 알고리즘을 타고 다시 조명되며 ‘재발견된 영화’로 재탄생한 것이다.

OTT 중심의 콘텐츠 소비 트렌드는 기존 극장 중심 흥행 기준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예전에는 박스오피스 성적이 영화의 가치를 좌우하는 절대적 기준이었지만, 이제는 넷플릭스 내 시청 순위, 사용자 평점, 온라인 화제성 등이 작품 평가에 있어 새로운 잣대로 떠오르고 있다. ‘진범’처럼 개봉 당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작품도, OTT에서는 콘텐츠 경쟁력을 기반으로 ‘역주행 흥행’이라는 제2의 생명을 얻을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실제로 비슷한 사례도 존재한다. 2019년 개봉해 누적 관객 수 34만 명에 그쳤던 영화 ‘대가족’(감독 양우석) 역시 극장 흥행은 미진했지만, 넷플릭스에선 장기간 1위 자리를 지키며 전혀 다른 평가를 받았다. 가족 코미디 장르인 이 작품은 만두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김윤석)과 출가한 아들(이승기), 그리고 뜻밖의 손주들이 벌이는 동거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극장에서는 묻혔던 따뜻한 서사가 OTT에서 뒤늦게 조명을 받으며 관객의 선택을 이끌어냈다.

유튜브, 무비콕 (Movie cok)

‘진범’과 ‘대가족’의 사례는 극장 흥행 실패와 OTT 성공 간의 단절이 아닌, 플랫폼 간 콘텐츠 순환 구조가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OTT는 단지 최신작을 소비하는 채널이 아니라, 기존 작품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고 ‘숨은 명작’을 발굴해 내는 중요한 유통 플랫폼이 된 셈이다. 이는 단순한 콘텐츠 소비 환경의 변화가 아니라, 한국 영화 산업의 구조적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

결과적으로 ‘진범’은 넷플릭스를 통해 역주행 흥행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앞으로 더 많은 한국 영화가 개봉 당시의 성적에 얽매이지 않고, 장르적 매력과 완성도를 무기로 OTT 시장에서 ‘재발견’될 가능성을 열어준 중요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영화 '진범'(The Culprit, 2019)>

개봉 2019.07.10.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스릴러

국가 대한민국

러닝타임 100분

배급 리틀빅픽처스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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