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심 심한데…만삭 상태로 새끼와 춤추듯 유영하는 모습 포착된 멸종위기종
2025-05-02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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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볼록하게 나온 상태로 한려해상서 헤엄치는 모습 보여
국제 멸종위기종이 만삭의 몸으로 유유히 바다를 유영하고 갓 태어난 새끼를 정성스레 돌보는 모습이 포착돼 감동을 안기고 있다.

국립공원공단은 지난해 1월~지난 4월 한려해상국립공원 근처 바다에서 상괭이의 모습을 촬영한 영상을 지난 1일 공개했다.
국립공원공단이 공개한 영상에서는 만삭으로 배가 볼록하게 나온 상괭이가 물속에서 3번 회전하며 바닷속을 헤엄치는 모습과 아직 배냇주름(태어난 뒤 1~2주간 몸에 나타나는 주름)이 사라지지 않은 새끼 상괭이의 모습이 담겨 경이로움을 자아냈다.
특히 상괭이가 큰 배 뒤로 생긴 파도를 따라 유영하거나 꼬리지느러미를 수면 밖에 내놓고 배영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는 경계심이 상당히 강한 상괭이의 특성상 포착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국립공원공단은 "번식과 양육 등 상괭이의 생애 활동을 영상으로 담아냈다는 의미가 있다"라며 "한려해상국립공원이 상괭이의 번식지이자 출산지로 서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 확인됐다"라고 설명했다.
이빨고래류 쇠돌고래과에 속하는 상괭이는 머리는 둥글고 등지느러미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 토종 돌고래로, 얼굴이 웃고 있는 것처럼 보여 '웃는 고래'라고 불리기도 한다.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상광어'로 기록돼 있다. 조선시대 문헌에도 등장할 만큼 오랜 기간 한반도 바다에서 함께 해 온 종인 셈이다.
몸길이는 태어났을 때 72~85cm, 다 자라면 최대 2m에 달한다. 갓 태어났을 때는 흑색이며 성장하면서 회백색을 띤다. 사람을 피하고 조용히 다니는 습성이 강해 관찰이 어렵다. 보통 둘이나 셋씩 무리를 지어 다니는 편이지만 먹이가 풍부한 곳에서는 30마리 이상이 큰 무리를 이루기도 한다. 자주새우 등 갑각류를 주로 먹으며 먹잇감의 이동 경로를 따라 이동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나라 연안과 일본, 중국 바다에도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상괭이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상 보호종이다. 국내에서는 2016년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됐다. 현재는 인천 백령면~덕적면~전남 영광군 낙월면~신안군 도초면까지 이어지는 서해를 회유성 해양보호생물 보호축으로 설정해 관리 중이다.
상괭이가 주로 서해에서 발견되는 가장 큰 이유는 서해가 전반적으로 수심이 낮은 해역이기 때문이다. 상괭이는 얕은 바다, 즉 연안이나 섬 주변, 하구역 등 수심이 낮은 곳을 선호하는 습성이 있다. 서해는 남해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고 얕은 대륙봉이 펼쳐져 있어 상괭이가 서식하기 적합한 환경으로 꼽힌다. 보통 육지에서 5~6km 이내의 수심이 얕은 연안이나 섬 주변에 서식하지만 하구역과 항만 인근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상괭이는 2004년 약 3만 6000~4만 마리였으나 2016년 1만 7000~2만 마리로 급감했다. 상괭이를 멸종위기로 몰아넣은 주범은 혼획이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2012~2022년 약 10년간 국내에서 연평균 1100여 마리 상괭이가 혼획으로 폐사했다. 이 외에도 해양쓰레기와 해안가 좌초 등이 위협 요인으로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