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 대통령에 뽑히면... 형사재판 멈출까 계속 진행될까
2025-05-02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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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추' 범위 두고 해석 분분
대법원은 1일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84조에 대한 해석은 명시적으로 다루지 않았다. 이로 인해 이 후보가 다음달 3일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기존 형사재판이 불소추특권으로 중단될지 여부는 각 재판부의 판단에 맡겨질 전망이다. 최종 해석은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판결은 대선 국면에서 큰 정치적 파장을 일으키며 이 후보의 행보와 국민 여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한다. 여기서 ‘소추’를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핵심 쟁점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소추는 “형사 사건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는 일”로 정의된다. 따라서 현직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 새로 기소될 수 없다는 데 법조계의 이견이 없다. 하지만 이미 기소돼 재판 중인 사건이 대통령 당선 후에도 계속 진행될 수 있는지를 두고선 논란이 분분하다. 해당 사안은 헌법 해석과 사법적 판단의 경계에서 복잡한 논쟁을 낳고 있다.
이 후보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외에도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법인카드 유용 의혹’, ‘위증교사 의혹’ 등 총 5개 재판을 받고 있다. 소추를 기소로 한정해 해석하면 이미 기소된 재판은 대통령 당선 후에도 진행될 수 있다. 이 경우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재판에 출석해야 하며, 판결 결과에 따라 피선거권 제한이나 공무원 임용 결격 사유에 해당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이 후보의 대선 캠페인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날 서울 종로구에서 비전형 노동자들과 간담회를 마친 이 후보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제 생각과는 전혀 다른 방향의 판결이다”며 “결국 국민의 뜻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법도 국민의 합의”라며 “국민만 믿고 당당히 나아가겠다”고 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소추를 기소뿐 아니라 공소 유지, 즉 검사가 재판에서 피고인의 처벌을 구하는 활동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본다. 검사의 수사·소추권이 문제가 됐던 이른바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사건에서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당시 헌법재판소 헌법재판관은 각하 결정에 대한 반대의견을 남기면서 관련 법리를 제시했다.
이들은 "형사상 소추는 심판기관과 분리된 소추권자가 유죄 판결 및 적정한 처벌을 구하는 활동으로, 소추 기능은 공소의 제기와 유지 여부의 결정 및 공개된 법정에서 피고인의 상대방 당사자로서 수행하는 변론 및 입증 활동, 이에 관한 법원의 재판에 대한 불복 등을 포함한다"고 썼다.
이처럼 이미 기소된 형사재판을 진행하는 것도 소추에 포함된다고 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대상에 포함된다고 헌법 84조를 해석한다면 이 후보 당선 시 기존 재판도 중단해야 한다.
대법원은 87쪽 분량의 판결문에서 헌법 84조 해석을 다루지 않았다. 검찰의 상고이유서에 이 문제가 포함되지 않았고, 현재 재판에서 직접적인 쟁점이 아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법원이 선제적으로 판단을 내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각 재판부가 재판 진행 여부를 독립적으로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사법 체계의 분권적 특성을 반영하며, 개별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재판 일정과 방향이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대법원이 개별 재판부에 헌법 84조와 관련해 재판 운영을 지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구조상 각 재판관이 알아서 진행해야 한다”며 “대법원이 법률심에서 이 쟁점을 다루게 되면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대법원이 즉각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진 않을 것이란 얘기다.
재판부는 공판기일을 지정해 재판을 이어가거나, 기일을 추정하고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릴 수 있다. 당사자가 재판부 기피 신청을 통해 대법원의 판단을 유도하거나, 위증교사 사건처럼 심리가 진척된 경우 대법원에서 최종 해석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또한 대통령이 재판 진행이 헌법상 권한을 침해한다고 판단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면, 헌재가 84조 해석을 통해 논란을 정리할 수도 있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사법적 판단이 정치적 상황과 얽히며 복잡한 양상을 띨 가능성을 보여준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은 정치권에서도 큰 논란을 낳고 있다. 국민의힘은 원심의 무죄 판결을 뒤집은 대법원 결정을 지지하며 법적 책임 문제를 부각했다. 반면 민주당은 판결이 정치적 의도를 띠었다고 비판하며 반발했다. 대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법적 쟁점이 정치적 공방으로 확장하는 셈이다.
법적 쟁점 외에도 이번 판결은 사법 체계의 운영 방식에 대한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헌법 84조의 모호한 해석은 대통령의 권한과 사법적 책임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예컨대 재판 중단 여부가 각 재판부의 재량에 맡겨질 경우, 재판 일정과 결과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대법원이나 헌재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다면, 이는 향후 유사 사례에 중요한 선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