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소한데... 전문가가 “맛과 식감이 환상적” 극찬한 한국 나물
2025-05-06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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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릿고개 때 배고픔 달래줘 ‘지장보살나물’로 불리는 나물
풀솜대는 백합과에 속한 이 여러해살이풀이다. 겉모습은 수수하지만 굶주린 백성들을 구제한 이야기를 품은 유서 깊은 나물이다. 전라도와 경상도에서는 이 풀을 ‘지장보살’이라 부른다. 보릿고개 때 배고픔을 달래준 고마운 나물이기 때문이다. 환상적인 맛을 품은 것으로 알려진 풀솜대에 대해 알아봤다.
지장보살이라 불리는 까닭
풀솜대가 지장보살이란 별칭을 얻은 연유를 캐려면 보릿고개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굶주림이 일상이었던 시절, 특히 전라도 지방에서 백성들은 풀솜대 어린 순을 뜯어 먹으며 연명했다. 이 풀은 독성이 없어 누구나 쉽게 먹을 수 있었다. 부드럽고 단맛이 나는 나물은 허기를 채워줬다. 마치 중생을 구제하는 지장보살처럼 풀솜대는 배고픈 이들을 살렸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풀을 지장보살이라고 부르며 고마움을 새겼다. 다른 이름도 많다. 솜죽대, 왕솜대, 품솜대 같은 이름들이 지역마다 전해진다.
어디서 자라고, 언제 만날까
풀솜대는 산지 숲속에서 자란다. 한국 전역에 분포한다. 제주도 오름 사면이나 계곡에서도 쉽게 만난다. 특히 북사면의 그늘지고 습한 곳을 좋아한다. 부식질이 풍부한 흙에서 잘 자란다. 높이는 20~60cm 정도. 줄기는 비스듬히 기울며, 위로 갈수록 털이 많아진다. 잎은 5~7장이 두 줄로 어긋난다. 난상 타원형 또는 긴 타원형이다. 양면에 거친 털이 난다.
환상적인 맛과 요리법
일반인들에겐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풀솜대는 산나물 애호가들 사이에선 유명한 나물이다. 맛있기 때문이다. 한 산나물 전문가는 풀솜대에 대해 ‘맛과 식감이 환상적인 봄나물’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생으로 먹을 수도 있다. 쌈이나 샐러드 재료로 이용할 수 있다. 부드러운 식감에 씹을수록 올라오는 단맛이 매력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나물은 사찰 음식으로도 사랑받는다. 고추나 마늘 같은 강한 양념 없이도 제맛을 내기 때문.
조리법은 간단하다. 어린잎과 줄기를 채취한다.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 찬물에 헹궈 물기를 제거한다. 소금으로 간을 한다. 들기름이나 참기름을 살짝 더하면 풍미가 살아난다. 양념을 최소화해 풀솜대 고유의 담백함을 즐기는 게 포인트다. 비빔밥 재료로 이용해도 되고 말려뒀다가 삶아서 조리해도 된다.
몸에 이로운 효능
풀솜대는 단순한 나물이 아니다. 약용으로도 쓰인다. 한방에서는 뿌리와 근경을 ‘녹약’이라 부른다. 가을에 채취해 햇볕에 말린다. 이를 달이거나 술에 담가 먹는다. 기운을 북돋우고 신장을 튼튼히 한다. 화농성 유선염, 사지마비, 생리불순에 효과가 있다. 종기나 타박상에는 즙을 내 외용제로 바른다. 두통, 피부염, 과로에도 좋다. 최근 연구에서는 더 놀라운 효능이 밝혀졌다. 풀솜대는 활성산소를 제거한다. 염증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남성 성기능 개선에 관한 특허도 등록됐다. 기능성 식의약 소재로 주목받는다. 먹거리이자 약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