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초보·40대 직장인에게 딱…‘느리게 달리기’가 뜨는 이유

2025-05-02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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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부담 줄이고, 지속 가능성 높이는 '슬로우러닝'…달리기 초보자와 중년층 사이 인기

숨 가쁘게 달리는 마라톤 경기를 떠올려보자. 땀범벅이 된 얼굴, 지친 표정, 끝나고 나면 퍼져버리는 몸.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달리기'는 이런 이미지로 각인돼 있다. 하지만 최근엔 이와 정반대의 트렌드, '슬로우러닝(slow running)'이 주목받고 있다. 말 그대로 천천히, 느리게 달리는 방식이다. ‘달리기는 빨라야 운동’이라는 고정관념을 깬 이 방식은 초보자뿐 아니라 건강을 고려하는 중장년층, 심지어 달리기를 오래 해온 러너들 사이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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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러닝은 일본의 건강운동 전문가 히로아키 다나카 교수가 처음 제안했다. 그는 "말하면서 달릴 수 있을 정도의 속도"를 이상적인 슬로우러닝 페이스로 정의했다. 일반적으로 시속 4~6km 수준, 빠른 걷기보다 살짝 빠른 속도다. 겉보기엔 ‘운동이 될까?’ 싶은 정도지만 실제로는 유산소운동 효과가 높고, 무엇보다 부상의 위험이 크게 줄어든다.

가장 눈에 띄는 장점은 관절 보호다. 특히 무릎. 보통 러닝은 착지 시 체중의 3~5배에 달하는 충격이 무릎과 발목으로 전달된다. 하지만 속도를 줄이고 보폭을 좁히면 이런 충격이 분산된다. 슬로우러닝은 짧고 리듬감 있게 발을 옮기기 때문에 충격을 완충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실제로 슬로우러닝을 꾸준히 해온 이들 사이에선 “오래 달리기를 할 수 있는 비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또 하나의 매력은 ‘지속성’이다. 빠르게 달리는 러닝은 체력 소모가 커서 초보자들은 금방 지친다. 반면 슬로우러닝은 한 시간 이상도 가능할 만큼 부하가 적다. 꾸준히 하다 보면 지구력이 향상되고, 심폐 기능도 점차 좋아진다.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운동을 시작한 이들에게도 효과적이다. 천천히, 오래 달리는 슬로우러닝은 지방 연소에 가장 최적화된 방식 중 하나다. 인체는 일정한 강도의 유산소 운동을 30분 이상 지속할 때 지방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정신적인 안정감도 무시할 수 없다. 속도에 대한 강박이 없기 때문에 운동하면서 스스로를 다그칠 필요가 없다. 공원이나 강변을 느긋하게 달리다 보면 명상처럼 마음이 차분해지고 스트레스도 줄어든다. 실제로 국내외 여러 연구에서는 슬로우러닝이 불안 장애나 경미한 우울 증세를 완화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운동 복장이나 장비에 대한 진입장벽도 낮다. 슬로우러닝은 최고급 러닝화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발뒤꿈치가 아닌 발바닥 전체나 앞꿈치로 착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오히려 쿠션이 너무 두꺼운 신발은 권장되지 않는다. 반면에 본인의 보행 습관에 맞는 가볍고 안정적인 운동화만 있으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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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슬로우러닝을 즐기는 러닝 크루들도 생겨나고 있다. ‘기록을 위해 달리는 게 아닌, 나를 위해 달린다’는 슬로건 아래 속도를 비교하지 않고 서로의 페이스를 존중하며 함께 달리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분위기다. 달리기를 포기했던 사람들이 다시 운동을 시작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슬로우러닝은 의외로 전문가들도 권장하는 방식이다. 미국 심장학회(AHA), 일본스포츠진흥센터(JSC) 등 여러 기관은 중년층과 노년층의 심혈관 건강 유지를 위한 운동으로 슬로우러닝을 추천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건강 가이드에서 ‘가볍고 지속 가능한 유산소 운동’ 예시로 슬로우러닝을 언급하고 있다.

주의할 점도 있다. 아무리 속도가 느려도 ‘달리기’인 만큼, 기본적인 준비 운동은 필수다. 무릎, 발목, 허리 근육을 충분히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하고 시작해야 부상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또 처음부터 긴 시간을 달리기보다는 10~15분 정도 짧게 시작해 점차 시간을 늘리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요즘 같은 화창한 날씨에 바람과 햇살을 느끼며 조급함을 내려놓고 천천히 달려보는 것은 어떨까. 경쟁이 없는 운동, 숫자에 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움직임. 슬로우러닝을 시도해보면 몸도, 마음도 따뜻한 여유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home 노정영 기자 njy2228@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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