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신 다음날 발가락이 욱신? 절대 가볍게 넘기면 안 되는 이유
2025-05-03 13:00
add remove print link
관절 통증·발가락 부기 있다면 초기 통풍 증상일 수 있어.. 조기 진단 및 관리 중요
최근 잦은 회식과 술자리를 즐기던 40대 직장인 A씨는 어느 날 새벽, 참기 힘든 통증에 잠에서 깼다. 오른쪽 엄지발가락 관절이 붓고 붉게 달아오른 데다, 살짝 스치기만 해도 불에 데는 듯한 고통이 이어졌다. 병원을 찾은 결과는 ‘통풍’. A씨는 “전날 저녁 회식에서 맥주에 삼겹살을 과하게 먹었던 게 문제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통풍은 흔히 ‘왕의 병’이라 불릴 정도로 과거에는 귀족층에서 자주 나타났다. 하지만 지금은 생활습관과 식습관 변화로 인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대중적인 질환이 됐다. 특히 술을 자주 마시거나 고기 위주의 식사를 즐기는 사람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과거에는 50대 이상 남성이 주 대상이었지만, 최근에는 30~40대 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통풍은 요산이라는 물질이 체내에 과도하게 쌓이면서 관절에 염증을 일으키는 병이다. 요산은 퓨린이라는 성분이 분해되며 생기는데, 퓨린은 주로 육류, 해산물, 술 등에 많이 들어 있다. 정상적인 경우 요산은 소변으로 배출되지만, 대사 이상이나 과도한 섭취로 인해 혈중 요산 농도가 높아지면 결정체로 변해 관절에 쌓이고, 결국 염증을 유발한다.
가장 흔한 초기 증상은 ‘엄지발가락 관절의 급성 통증’이다. 보통 자는 중에 갑작스럽게 찾아오며, 해당 부위가 붓고 빨갛게 변하고 열감이 동반된다. 첫 통증은 보통 3~10일 내에 자연스럽게 가라앉지만, 이를 방치하면 점차 발목, 무릎, 손가락 관절 등 다른 부위로 퍼진다. 이후 반복되면 만성 통풍으로 악화되며, 관절 변형과 함께 신장 손상까지 이어질 수 있다.

눈에 띄는 또 다른 초기 징후는 단순한 ‘발열과 몸살 기운’이다. 감기처럼 느껴질 수 있어 간과하기 쉬운데, 사실은 통풍 염증 반응의 일환일 수 있다. 통풍 환자의 약 30%가 초기에는 전신 피로감, 몸이 으슬으슬한 느낌을 동반한다고 보고돼 있다. 이 때문에 감기나 과로로 착각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소변 상태에도 변화가 생긴다. 요산 수치가 높아지면 소변이 탁하거나 거품이 많이 생기고, 간혹 붉은 기가 돌 수 있다. 심할 경우 요로결석이 동반되며 소변 시 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를 대수롭지 않게 넘기면 콩팥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통풍은 조기 발견과 관리가 핵심이다. 통증이 있을 때마다 진통제만 복용하며 넘기다 보면 병을 키우는 꼴이 된다. 특히 술을 자주 마시거나 고단백 위주의 식사를 하는 사람이라면 정기적으로 요산 수치를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건강검진에서 요산 수치가 7.0mg/dL 이상이면 고요산혈증으로, 통풍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예방법도 분명하다. 무엇보다 음주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맥주나 소주, 막걸리처럼 퓨린 함량이 높은 술은 통풍 유발 확률이 높다. 실제로 한국건강관리협회 자료에 따르면, 일주일에 3회 이상 음주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통풍 발병 위험이 2배 이상 높다. 술을 마신 다음 날 아침에 관절이 쑤시거나 붓는 증상이 있다면, 더는 미뤄선 안 된다.
식습관 관리도 중요하다. 육류, 내장류, 멸치, 고등어, 새우 같은 고퓨린 식품의 섭취를 줄이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 요산 배출을 돕는 것이 좋다. 또한 규칙적인 운동과 적정 체중 유지도 통풍 예방에 도움을 준다. 다만 급성 통풍 발작 시에는 무리한 운동은 삼가야 한다.
통풍은 절대 ‘고기 좀 많이 먹은 날 다음 날 오는 관절통’이 아니다. 방치하면 관절뿐 아니라 콩팥, 심장 등 전신 건강에 영향을 주는 만성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초기 증상을 무시하지 말고, 작은 이상이라도 꾸준히 관찰하고 조치를 취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