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기름 VS 참기름… 사람마다 더 건강한 건 따로 있었다
2025-05-04 12:00
add remove print link
들기름과 참기름의 영양소 차이, 효능, 주의점까지
나물 무침, 비빔밥, 구이 요리까지. 한국인의 밥상에 빠지지 않는 고소한 기름 두 가지가 있다. 바로 ‘들기름’과 ‘참기름’이다. 냄새만 맡아도 군침이 도는 이 두 기름은 요리에 풍미를 더해줄 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좋은 식재료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과연 들기름이 더 좋을까, 참기름이 더 나을까’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먼저 들기름은 들깨를 볶은 후 짜낸 기름으로, 오메가-3 지방산이 매우 풍부하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식물성 오메가-3인 알파 리놀렌산(ALA)이 전체 지방의 약 55~60%를 차지할 정도로 풍부한데, 이 성분은 체내에서 EPA와 DHA로 전환돼 혈액순환 개선, 심혈관 건강, 염증 억제, 두뇌 기능 향상에 도움을 준다. 특히 한국영양학회와 미국심장학회는 오메가-3의 항염 효과와 혈중 콜레스테롤 조절 능력을 높게 평가하며,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높은 사람들에게 권장하고 있다.
반면 참기름은 볶은 참깨에서 추출한 기름으로, 고소하고 진한 풍미가 특징이다. 참기름의 주요 성분은 오메가-6 지방산과 올레산(오메가-9 지방산)이다. 특히 올레산은 혈중 LDL(나쁜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HDL(좋은 콜레스테롤)을 유지시키는 데 기여하며, 항산화 성분인 세사민과 세사몰린이 풍부해 노화 방지와 간 기능 보호에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두 성분은 세포 산화를 억제해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간 내 효소 활동을 도와 해독 기능을 강화한다.

결국, 두 기름 모두 고유의 건강 효능이 있다. 하지만 어떤 질환을 예방하거나 건강 목적에 따라 선택해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생긴다.
예를 들어, 혈압이 높거나 심혈관 질환 가족력이 있다면 들기름이 더 유리하다. 혈중 염증 수치를 낮추고, 혈전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어 고혈압, 고지혈증, 심근경색 등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연구에 따르면, 하루 한 스푼의 들기름을 섭취한 고지혈증 환자군에서 혈중 중성지방 수치가 유의미하게 감소한 결과가 있다.
반면, 항산화와 간 해독, 피부 건강에 더 초점을 둔다면 참기름이 낫다. 세사민 성분은 피부 세포를 보호하고 자외선에 의한 피부 노화를 늦춰주며, 간에서의 지방 대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음주 후 간 기능 회복을 돕는 식품으로도 종종 권장된다.
조리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다. 들기름은 열에 약하다. 고온에 노출되면 산화가 빨리 진행되기 때문에 가열 조리보다는 생으로 무침, 비빔에 활용하는 것이 좋다. 반면 참기름은 볶은 참깨에서 추출돼 상대적으로 열 안정성이 높다. 볶음요리나 국물 요리에 사용해도 풍미가 유지되며, 산화 속도도 느리다.
단, 두 기름 모두 과다 섭취 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아무리 불포화지방이 몸에 좋다 해도 과도한 지방 섭취는 체중 증가와 대사 이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성인 기준 하루 권장량은 약 12스푼(1015g) 정도가 적당하며, 오래 보관한 기름은 산패 위험이 있으므로 빛과 열을 피한 곳에 밀봉해 보관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의할 점은 또 있다. 시중에 판매되는 들기름 중 일부는 정제 과정에서 오메가-3 함량이 낮아지거나, 고온에서 짜내는 방식으로 산패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냉압착 방식의 저온 착유 제품, 유기농 들깨 원료 사용 여부, 유통기한과 보관법 표시가 명확한 제품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참기름도 마찬가지로, 고소한 향을 위해 지나치게 볶은 원료는 아크릴아마이드(발암 가능 물질) 발생 우려가 있을 수 있어 지나친 가열 가공 제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
결론적으로, 들기름은 오메가-3로 심장과 혈관 건강, 참기름은 항산화와 간 기능 보호에 강점이 있다. 어떤 게 더 ‘좋다’기보다는 내 몸에 필요한 기능이 무엇이냐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맛으로 따지면 참기름이 더 익숙할 수 있지만, 건강을 우선순위로 둔다면 들기름의 역할도 결코 가볍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