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좋아질 줄 알았는데…” 단백질만 먹는 사람에게 생기는 의외의 일
2025-05-0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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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 맹신, 오히려 노화를 부른다
균형 없는 식단이 건강을 위협한다

고기만 먹는 30대 직장인 김지훈(가명) 씨는 요즘 거울을 볼 때마다 이상한 기분이 든다. 체중은 줄었는데, 피부가 푸석해지고 눈 밑에 잔주름이 늘었다. 유산소 운동은 거의 안 하지만 단백질 섭취에는 누구보다 진심이다. 아침엔 단백질 쉐이크, 점심엔 닭가슴살 도시락, 저녁엔 두부와 계란. 문제는 건강해지려고 시작한 식습관이, 되레 ‘노화’를 앞당기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근손실 방지’ ‘저탄고단’ ‘키토제닉’ 등 단백질 중심 식단이 유행하면서, 많은 이들이 탄수화물이나 지방을 기피하고 단백질만 섭취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운동 없이 단백질만 과잉 섭취하는 것은 오히려 노화를 앞당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단백질은 근육의 재료지만, 제대로 쓰이지 않으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우리 몸은 필요 이상으로 들어온 단백질을 분해해 질소 대사물질인 ‘암모니아’를 생성한다. 이 물질은 간과 신장을 거쳐 배출되지만, 과하게 섭취하면 오히려 간과 신장에 부담을 주고, 대사 과정에서 노화를 유발하는 ‘활성산소’도 증가시킬 수 있다. 실제로 2020년 국제영양학회지(Critical Reviews in Food Science and Nutrition)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운동 없이 고단백 식사를 지속하면 체내 염증 수치가 증가하고 인슐린 저항성, 산화 스트레스 위험도 커질 수 있다고 지적됐다.
또한 단백질은 ‘효율적인 사용’을 위해 근육에 자극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운동을 병행하지 않으면 단백질은 지방으로 전환되거나 노폐물로 배출된다. 단백질이 ‘몸에 좋다’는 믿음은 맞지만, 그건 운동을 함께 할 때의 이야기다.

이러한 식단은 여성들에게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특히 20~30대 여성들이 다이어트를 이유로 탄수화물은 거의 끊고, 단백질 위주로만 식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여성 호르몬 균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지방이 부족하면 에스트로겐 생성에 문제가 생기고, 이는 생리 불순, 탈모, 피부 건조 등의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서울의대 정희원 교수는 최근 한 방송에서 "단백질은 근육과 세포를 회복시키는 중요한 영양소지만, 운동 없이 단백질만 과도하게 섭취하면 활성산소가 증가하고 오히려 노화를 촉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모든 영양소는 균형이 중요하며, 단백질 역시 다른 영양소와 함께 섭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얼마나 먹어야 ‘적정선’일까? 일반적으로 건강한 성인의 하루 단백질 권장량은 체중 1kg당 0.8g이다. 체중이 60kg이라면 하루 약 48g이 적정량이다. 근육 운동을 병행하는 경우에도 체중 1kg당 1.2~2g이 적당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기준을 훨씬 초과해 하루 100g 이상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경우도 흔하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은 단백질 섭취에도 적용된다. 건강을 위해 먹는 음식이 되레 노화를 앞당긴다면, 잘못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단백질의 ‘양’뿐 아니라, ‘활용’할 수 있는 몸 상태인지, 그리고 ‘균형’ 있는 식단을 병행하고 있는지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운동 없이 단백질만 고집하는 ‘영양 불균형’ 식단은 건강을 망칠 수 있다. 식단도 결국, 운동과 균형 위에서만 건강을 만들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