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움직여도 숨 차 '사망 선고'까지 받았던 가수 유열, 희망 찾은 이유
2025-05-03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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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되찾은 유열의 기적 같은 폐 이식 여정
절망에서 일어선 폐섬유증 투병 극복기
중병에 걸렸다가 다시 건강을 되찾은 가수 유열의 사연이 눈길을 끈다.
갑자기 찾아온 폐 질환
유 씨는 2017년 A 병원 건강검진에서 폐섬유증 의심 소견을 받았다. 다만 다른 폐질환 가능성도 있어 확진을 내리지는 못한 채 경과를 지켜보게 됐다. 이후 뚜렷한 증상이 없던 그는 2019년 5월, 고열로 B 병원에 입원하며 본격적인 진단과 치료에 돌입하게 된다.
해당 병원에서는 폐렴과 폐암 가능성을 두고 조직검사를 진행했고, 결국 폐섬유증 진단을 받았다. 이 병은 폐에 염증이 반복되면서 점차 굳어져 호흡 기능이 떨어지는 진행성 질환이다. 한번 발병하면 정상 회복이 어렵고, 약물로도 섬유화 진행을 늦추는 정도에 그친다.
특히 유 씨는 ‘흉막폐실질 탄력섬유증’이라는 매우 드문 유형의 폐섬유증을 함께 앓고 있어 치료가 더 어려웠다.

기침·호흡 곤란…숨 쉬는 것도 힘들어져
병세가 진행되면서 유 씨는 숨이 가쁘고, 목소리가 가늘어지는 증상을 겪었다. 평소와 달리 기침이 자주 나오고, 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지치는 등 일상생활이 어려워졌다. “2019년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시사회 때부터 이미 숨쉬기가 힘들었다”는 유 씨의 말처럼 병은 점차 삶의 질을 떨어뜨려 갔다.
약물치료는 병의 진행을 늦추는 데 그쳤고, 호흡 곤란과 기침은 악화됐다. 체중은 65kg에서 50kg으로 급감했다. 박지명 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폐섬유증은 기침, 호흡 곤란, 가래가 대표 증상이며, 체중 감소는 유 씨처럼 드문 유형에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망 선고’까지 받은 절박한 상황
폐섬유증은 평균 생존 기간이 3~4년에 불과하다. 유 씨는 5년간 치료를 이어갔지만, 점점 숨쉬기도 힘들어지는 상태에 이르렀다. 폐 이식만이 유일한 희망이었지만, 당시 의료진은 “마음의 준비를 하라”며 연명치료 여부를 물을 정도로 상황이 절박했다.
2023년 5월, 유 씨는 서울대병원을 찾았다. 수술을 집도한 박샘이나 흉부외과 교수와 박지명 내과 교수가 포함된 폐 이식 전문팀의 도움을 받기 위함이었다. 당시 유 씨는 에크모 장비에 의존해야 할 만큼 위중했고, 의료진은 “3개월 이내 뇌사자 폐가 나오지 않으면 수술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AB형 혈액형 덕분에 기적 같은 이식 성공
유 씨는 혈액형이 AB형이었고, 덕분에 비교적 짧은 대기 시간에 건강한 폐를 이식받을 수 있었다. 한 차례 장기 사용이 불가능한 상황도 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건강한 폐가 확보됐다.
박 교수는 “수술은 6시간 이상 걸렸으며, 가슴뼈를 자르지 않고 양쪽 갈비뼈 사이로 절개해 흉강경 수술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수술 후 인공호흡기는 이틀 만에 제거됐고, 재활 훈련을 통해 유 씨는 한 달 만에 걸을 수 있게 됐다.
폐 기능 70% 회복…매일 운동하며 건강 회복
현재 유 씨는 하루 1km 이상 걷고, 스트레칭과 근력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수술 당시 40kg대 초반까지 줄어들었던 체중은 이제 55kg까지 회복됐다. 초등학생 아들과의 탁구나 공놀이도 일상으로 돌아왔다. 재활 초기에는 3분 앉아 있기조차 힘들었지만, 스스로 훈련을 이어가며 체력을 회복했다.
박지명 교수는 “수술 후 1년 동안 폐 기능이 정상적으로 유지되면 안정기에 접어든 것으로 본다”며 “현재 상태로는 큰 문제 없이 건강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 씨는 감사 일지를 쓰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폐를 기증해주신 분께 마음 깊이 감사드리며, 저와 아내도 사후 장기 기증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의료진은 유 씨를 “치료에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자세로 임한 모범 환자”라고 평가하며, 그의 노력과 태도가 회복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