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때문인 줄 알았는데…간을 악화시키는 주범은?
2025-05-0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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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장기, 위험한 지방간의 습격
비만으로 무너지는 간 건강, 어떻게 지킬까?
비만은 단순한 체중 증가를 넘어 다양한 건강 문제를 야기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중에서도 간은 비만으로 인한 영향을 가장 직접적이고 조용히 받는 장기다. 간은 통증 신호를 잘 보내지 않는 특성상 병이 꽤 진행될 때까지도 특별한 증상을 느끼기 어려워 ‘침묵의 장기’라고 불린다. 이 때문에 비만으로 인한 간 손상은 조기 발견이 어렵고 관리가 소홀해지기 쉽다.
대표적인 질환이 바로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다. 이는 술을 거의 마시지 않거나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에게서도 간에 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되는 상태를 말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비알코올성 지방간 유병률이 급증하고 있으며, 특히 비만한 사람의 절반 이상이 이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간에 지방이 쌓이면 간세포의 기능이 떨어지고 염증이 발생한다.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간 수치가 상승하고 만성 염증으로 진행될 수 있다. 일부 환자에서는 단순 지방간이 '지방간염(NASH)'으로 악화되기도 한다. 이 단계에서는 간세포가 손상되고 염증 반응이 심해지며, 결국 섬유화나 간경변증, 나아가 간암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생긴다.
문제는 이 과정이 매우 서서히,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된다는 점이다. 비만 상태를 장기간 방치할 경우 간은 조용히 기능을 잃어가고, 결국 회복이 어려운 상태까지 이를 수 있다. 특히 복부비만이 심할수록 간 내 지방 침착이 두드러지며, 인슐린 저항성과 염증 반응이 동시에 증가한다. 이는 간 뿐만 아니라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 다양한 대사 질환의 발병 위험을 함께 높인다.
최근 연구에서는 지방간이 단순한 간 질환을 넘어 전신 건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시사한다. 지방간을 가진 사람은 심혈관 질환 발병률이 높고, 대사 증후군이 동반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곧 지방간이 단지 간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전신 건강을 위협하는 신호탄임을 의미한다.
다행히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조기에 발견하고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회복 가능성이 높은 질환이다. 가장 중요한 치료법은 체중 감량이다. 체중의 5~10%만 줄여도 간 내 지방량이 크게 감소하며, 간 효소 수치도 눈에 띄게 개선된다. 식이 조절과 꾸준한 유산소 운동, 근력 운동을 병행하면 지방간의 진행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

식습관 개선도 핵심이다. 고지방·고당분 식품, 가공식품, 음주를 줄이고, 채소, 통곡물, 생선, 견과류 등을 중심으로 한 지중해식 식단이 지방간 예방에 효과적이다. 단기간의 극단적인 다이어트보다는 꾸준하고 안정적인 체중 조절이 중요하다.
또한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간 기능 수치(AST, ALT), 간 초음파 검사 등을 실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가족력이나 대사 질환 병력이 있는 경우에는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
비만은 외형의 문제를 넘어 장기 건강을 위협하는 전신 질환이다. 그중에서도 간은 특별한 경고 없이 손상되기 쉬운 만큼, 미리 예방하고 관리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체중이 증가하고 복부비만이 눈에 띈다면, 간이 보내는 조용한 경고음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