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하다… 가열만 하면 노란색에서 붉은색으로 바뀌는 '과일'

2025-05-12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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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낯설지만, 유럽에서는 익숙한 '과일'

꿀처럼 달콤한 향을 풍기지만, 생으로는 먹기 어려울 만큼 시고 단단한 과일이 있다. 황금빛 껍질에 복숭아처럼 잔털이 덮여 있고, 조리하면 과육이 붉게 변한다. 이 과일의 이름은 ‘마르멜로’다.

마르멜로 과육을 냄비에 끓이는 모습. / 위키트리
마르멜로 과육을 냄비에 끓이는 모습. / 위키트리

마르멜로는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성 과일나무다. 학명은 Cydonia oblonga로, ‘키도니아 사과’를 뜻한다. 황금빛 열매엔 복숭아처럼 잔털이 있다. 크기는 보통 7~12cm로, 사과보다 약간 크거나 비슷하다. 나무는 4~6m까지 자라며, 봄에는 연분홍 꽃이 피어 관상용으로도 쓰인다. 단단하고 신맛이 강해 생으로 먹기보단 조리해 즐긴다.

원산지는 캅카스 지역과 동유럽, 지중해 연안이다. 현재는 터키, 이란, 스페인, 포르투갈, 남미, 북아프리카 등 따뜻한 지역에서 널리 재배된다. 한국에서는 제주도와 전남에서 소규모로 재배되고 있다. 마르멜로는 햇빛이 잘 들고, 배수가 좋은 토양에서 잘 자란다.

마르멜로는 기원전 2000년경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재배됐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키도니아 사과’라 불렸고, 신성한 과일로 여겨졌다. 파리스가 아프로디테에게 건넨 황금사과가 마르멜로였다는 설도 있다.

로마 시대에는 신랑 신부가 이 과일을 나눠 먹으며, 풍요와 사랑을 기원했다. 중세 유럽에서는 소화를 돕고, 염증을 줄이는 약용으로 쓰였다. 셰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에도 등장해 잼이나 디저트로 인기를 끌었다.

한국에서는 마르멜로가 모과와 종종 혼동된다. 모과(Chaenomeles sinensis)는 다른 속에 속하지만, 둘 다 단단하고 신맛이 강해 생으로 먹지 않는다는 점은 비슷하다. 한국에서 모과는 차나 청으로 즐기고, 마르멜로는 아직 낯선 편이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는 ‘멤브리요’라는 페이스트로, 치즈와 곁들여 먹는다. 터키에선 차나 디저트로, 이란에서는 스튜 재료로 쓰인다. 영국과 미국에서는 잼, 젤리, 파이 재료로 활용되며 건강식으로도 인기다.

마르멜로 자료 사진. / hanif66-shutterstock.com
마르멜로 자료 사진. / hanif66-shutterstock.com

마르멜로는 시고 떫지만, 조리하면 단맛이 살아나고 질감도 부드러워진다. 가열 시 노란 과육이 붉게 변하는데, 이는 안토시아닌 색소가 열에 의해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마르멜로는 비타민 C와 식이섬유가 많고, 펙틴 함량도 높아 잼이나 젤리 만들기에 알맞다. 항산화 성분도 들어 있어 소화를 돕고, 염증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

요리법은 다양하다. 대표적인 것은 마르멜로 잼이다. 껍질을 벗기고 씨를 제거한 뒤, 과육을 1cm 크기로 썬다. 여기에 설탕 500g과 물 200ml를 넣고, 약한 불에서 1시간 끓이면 된다. 완성된 잼은 빵에 바르거나 치즈와 곁들여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마르멜로는 디저트로도 즐길 수 있다. 과육을 반으로 잘라 씨를 제거하고, 꿀 2스푼과 계피 1작은술을 뿌려 180도 오븐에서 40분 구우면 부드러운 디저트가 완성된다. 터키식 차는 과육을 얇게 썰어 물 1L에 넣고, 20분 끓인 뒤 꿀을 넣어 마시면 된다.

다만, 마르멜로는 생으로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단단한 과육과 강한 신맛이 소화를 방해할 수 있다. 씨앗에는 미량의 시안화 배당체가 있어 다량 섭취 시 독성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마르멜로의 수확 시기는 9~11월이다. 완전히 익은 황금빛 열매를 수확해야 풍미가 제대로 살아난다. 너무 일찍 따면 덜 익고, 늦게 따면 과육이 물러진다. 나무에 가시는 없어 수확이 어렵지 않다.

다만, 잔털이 피부를 자극할 수 있어 장갑 착용이 권장된다. 수확 후에는 서늘한 곳에서 1~2개월, 냉장 보관 시 최대 3개월까지 신선하게 유지된다. 상처 난 열매는 쉽게 상하므로, 따로 보관해야 한다.

마르멜로는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익숙한 과일이다. 유럽에서는 디저트, 중동에서는 요리 재료로 자리 잡았다. 영국 BBC는 마르멜로를 ‘숨겨진 보석’이라 표현한 바 있다. 한국에서는 모과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잼이나 차 형태로 관광 상품화가 진행되고 있다.

마르멜로 페이스트 자료 사진. / New Africa-shutterstock.com
마르멜로 페이스트 자료 사진. / New Africa-shutterstock.com
home 조정현 기자 view0408@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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