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나물인데... 끓이면 맛도 식감도 미역국인 희한한 한국 나물
2025-05-0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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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자라는데.. 맛도 식감도 미역이라는 한국 나물

미역취라는 나물이 있다. 미역은 바다에서 자라고 취나물은 산에서 자란다. 그런데 위 산에서 자라는 나물의 이름에 바다에서 자라는 미역이 붙었을까. 특이한 이름을 지닌 나물 미역취에 대해 알아봤다.
미역취는 국화목 국화과에 속하는 관속식물이다.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사할린 등지에 분포한다. 한국에선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다. 특히 울릉도산 미역취가 품질이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줄기는 35~85cm로 자란다. 윗부분에서 가지가 갈라지고 잔털이 덮여 있다. 뿌리잎은 꽃이 필 때 사라진다. 줄기잎은 어긋나며 길이 7~9cm, 폭 1~1.5cm다. 잎 표면엔 약간의 털이 있고 뒷면은 매끈하다. 잎 가장자리엔 뾰족한 톱니가 있다. 꽃은 7~10월에 핀다. 줄기 끝과 잎겨드랑이에 노란 머리모양꽃이 달린다. 지름 5~10mm로, 가장자리엔 혀모양꽃, 안쪽엔 관모양꽃이 조화를 이룬다. 열매는 수과로 11월에 맺는다. 원통형이고 털이 약간 있거나 없다. 흰색 우산털은 길이 3.5mm 정도다.
미역취는 데쳤을 때 미역처럼 미끌미끌하다. 국으로 끓이면 미역국의 향취가 나는 신기한 나물이다. 미역취란 이름의 유래다. 울릉도에선 울릉미역취라는 아종이 자란다. 잎이 10~15cm로 더 크고 부드럽다. 식감이 좋아 상품성이 높다. 미역취는 반그늘이나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잘 자란다. 토양은 배수가 잘돼야 한다. 척박한 돌밭에서도 끄떡없다.
미역취의 제철은 봄과 가을이다. 봄엔 어린순이 부드럽다. 가을엔 잎과 줄기가 단단해 풍미가 깊다. 어린잎은 주로 나물로 먹는다. 데치면 미역처럼 미끌미끌한 식감이 살아난다. 이 식감은 미역취의 가장 큰 매력이다. 간장, 참기름, 다진 마늘로 무쳐내면 밥반찬으로 제격이다. 국으로 끓이면 미역국의 향취를 느낄 수 있다. 울릉도에선 미역취를 된장국에 넣는다. 구수한 국물과 미끌미끌한 잎이 조화를 이룬다. 꽃은 꽃꽂이에 활용된다. 노란 꽃송이는 가을 정취를 더한다. 쓴맛은 강하지 않다. 데치는 과정에서 쓴맛이 줄어든다. 식감은 미끌미끌하면서도 아삭하다.
미역취는 약용으로도 쓰인다. 식물체에 사포닌이 들어 있다. 사포닌은 항염, 항산화 효과가 있다. 한의학에선 미역취를 해열, 해독, 소염제로 사용했다. 민간에선 감기나 소화불량 완화에 썼다. 뿌리와 잎을 달여 차로 마시기도 했다. 현대 연구에선 미역취의 항균 효과가 주목받는다. 하지만 과다 섭취는 피해야 한다. 소화기 부담을 줄 수 있다.

생태적으로도 미역취는 유익하다. 나비와 벌 같은 꽃가루 매개자를 끌어들인다. 정원에 심으면 해충을 쫓는다. 채소밭 가장자리에 심으면 자연 방어막이 된다. 하지만 번식력이 강하다. 씨앗과 뿌리로 빠르게 퍼진다. 정원에선 화분 재배가 안전하다. 씨앗이 퍼지지 않도록 꽃이 시들기 전에 자르는 게 좋다. 미역취는 침습성 식물로 분류되기도 한다. 특히 황무지나 경작지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뿌리를 뽑거나 제초제로 관리해야 한다.
관리법은 어렵지 않다. 물은 1~2일 간격으로 준다. 토양은 비옥하면 더 잘 자란다. 번식은 포기나누기나 씨앗 파종으로 한다. 가을이나 봄에 포기를 나눈다. 씨앗은 10~11월에 채취해 이른 봄에 뿌린다. 가지치기는 봄과 여름에 한다. 줄기의 3분의 1을 자르면 더 풍성해진다. 병충해는 드물다. 다만 잎벌레나 곰팡이 감염이 생길 순 있다. 잎벌레는 비눗물로 제거한다. 곰팡이는 병든 잎을 정리하고 환기를 돕는다.
미역취는 정원사와 요리사 모두에게 사랑받을 만한 자격을 갖춘 식물이다. 노란 꽃은 눈을 즐겁게 하고 미끌미끌한 나물은 입을 즐겁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