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대신 쓸 정도로 거대한 크기... ‘산나물 여왕’으로 불리는 초럭셔리 나물
2025-05-05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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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함과 압도적인 존재감 덕에 정부도 주목하는 한국 나물

한국의 깊은 산골짜기. 안개가 숲 바닥에 머무는 곳에 ‘산나물의 여왕’으로 불리는 나물이 군락을 이뤄 자란다. 병풍쌈. 우산만 한 크기의 잎으로 압도적 위용을 자랑하는 나물이다. 심장 모양의 잎이 병풍처럼 펼쳐져 병풍이란 이름이 붙은 이 나물은 은은한 향과 부드러운 식감을지닌 봄철의 귀한 별미다. 병풍쌈에 대해 알아봤다.
숲속의 거인, 섬세한 매력
병풍쌈은 국화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이다. 높이 2미터까지 자란다. 줄기에는 세로줄이 희미하게 새겨져 있다. 뿌리는 서늘하고 습한 산속 토양에 단단히 박혀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거대한 잎이다. 지름 30~100cm에 달한다. 잎은 둥글고, 밑부분은 심장 모양이다. 가장자리는 11~15개의 삼각형 조각으로 갈라진다. 각 조각은 불규칙한 톱니를 가진다. 잎 앞면은 선명한 녹색, 털이 없다. 뒷면은 연한 녹색, 맥 위에 잔털이 약간 있다. 줄기에 붙은 잎은 작고, 잎자루가 짧거나 없다. 줄기를 감싸는 모양이다.
7~9월이면 연노란색 관상꽃이 줄기 끝에 원추형으로 핀다. 꽃차례는 5~10개의 작은 꽃을 품는다. 꽃을 감싸는 포는 다섯 개, 창처럼 뾰족하다. 가을이 되면 수과가 열린다. 연한 회백색 털이 달린 씨앗은 바람에 흩어진다. 병풍쌈은 어리병풍이나 개병풍과 헷갈리기 쉽다. 범의귀과에 속하는 개병풍은 잎이 둥글고 갈라짐이 적다. 어리병풍은 잎이 작고 줄기에 털이 많다. 포도 좁고 뾰족하다.
병풍쌈이라는 이름은 잎이 전통 병풍처럼 펼쳐진 데서 왔다. 자연의 예술을 떠올리게 하는 이름이다. 지역에 따라 병풍취, 큰병풍, 병풍나물로도 불린다. 한국 전역, 특히 경기도, 강원도, 전라북도, 전라남도, 경상북도에 분포한다. 중국 북동부에도 자생한다. 깊은 숲의 가장자리, 습기와 그늘이 어우러진 곳을 선호한다.
산나물 여왕의 제철과 요리법
병풍쌈은 5월 중순이 제철이다. 어린잎과 줄기가 가장 부드럽다. 이때의 맛이 가장 신선하다. 여름이 오면 섬유질이 질겨진다. 채취는 조심스러워야 한다. 뿌리가 쉽게 상한다. 무분별한 채취로 야생 개체군이 줄었다. 한때 산골짜기를 뒤덮던 병풍쌈은 이제 드물다. 군락지를 찾는다면 행운이다.
요리법은 다양하다. 우산 대용으로 쓸 수 있을 정도로 큰 잎은 쌈으로 제격이다. 밥, 구운 고기, 된장이나 고추장을 싸 먹는다. 한국의 쌈 문화에 딱 맞는다. 생으로 샐러드나 쌈으로 먹으면 부드러운 식감이 돋보인다. 잎과 줄기를 살짝 데쳐 나물로 무치거나 볶는다. 튀김으로 만들어도 좋다. 질긴 잎은 장아찌로 담근다. 오랫동안 즐길 수 있다.
줄기도 봄철엔 부드럽다. 껍질을 벗겨 생으로 먹는다. 아삭한 식감이 매력이다. 강원도 고산지대에선 삼겹살과 함께 먹는다. 고기의 기름진 맛과 조화를 이룬다. 희소성 덕에 가치가 높다. 돈을 주고도 구하기 어렵다. 이 희귀함과 압도적인 존재감 덕에 ‘산나물의 여왕’으로 불린다. 크기와 맛, 그리고 귀한 품격이 왕관을 씌운다.
영양과 미용의 보물
병풍쌈은 영양 면에서도 뛰어나다. 잎의 식이섬유 함량은 건조 중량의 37.4%다. 곰취(31.3%), 참취(35.1%), 수리취(34.1%)보다 높다. 소화 건강에 좋다. 변비 해소에 효과적이다. 잎 추출물은 미용 효과로 주목받는다. 멜라닌 생성을 억제한다. 피부 미백과 색소 침착 개선에 도움을 준다. 이 효과로 특허가 출원됐다. 기능성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소재로 유망하다.
여성에게 특히 추천된다. 식이섬유와 피부 미백 효과 때문이다. 하지만 남녀 모두에게 유익하다. 어린잎과 줄기는 독성이 없다. 독특한 향이 요리에 깊이를 더한다. 가히 K-푸드의 일환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늘 만하지만 재배가 어렵다. 서늘한 기온, 높은 습도, 배수가 잘되는 토양이 필요하다. 비닐하우스 재배는 여름철 고온과 습도 조절 문제로 실패한다. 대부분은 산지에서 소규모로 재배된다. 워낙 귀한 까닭에 모종도 잎도 비싸다. 산나물 중에서도 럭셔리한 존재다. 과다 채취와 서식지 파괴로 개체군이 준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국립산림과학원은 병풍쌈을 고소득 작물로 키우려 한다. 농가와 협력해 재배 기술을 개발한다. 지속 가능한 생산과 이용 활성화를 목표로 한다. 아직 갈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