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도 산다고 말해주면 믿기지 않는다며 놀라는 희귀 동물

2025-05-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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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획하면 최대 1000만 원 과태료 부과받는 한국 야생동물

아무르고슴도치 / 국립생물자원관
아무르고슴도치 / 국립생물자원관

경기도가 지난 3월 생물다양성 보전과 생물자원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경기도보호 야생생물 38종을 누리집에 공개한 바 있다. 동물 목록엔 포유류, 조류, 양서·파충류, 어류, 무척추류, 식물 등 다양한 생물이 포함됐는데, 특히 고슴도치가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많은 한국인이 고슴도치가 한반도에 자생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한반도에 고슴도치가 산다고 말하면 깜짝놀라는 사람이 많다. 한반도에 서식하는 고슴도치는 아무르고슴도치다. 독특한 외모와 생태로 주목받는 야생동물이다. 아무르고슴도치에 대해 알아봤다.

아무르고슴도치 / 국립생물자원관
아무르고슴도치 / 국립생물자원관

아무르고슴도치는 고슴도치과에 속하는 야행성 포유동물이다. 한반도를 포함해 러시아 아무르주와 연해주, 중국 만주 지역에 분포한다. 한반도에서는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산지에서 발견된다. 특히 경북과 강원 지역에서 관찰된다. 이들은 초원, 침엽수림, 활엽수림 등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간다. 주로 숲이 우거진 곳이나 바위틈, 구멍이 있는 지대를 선호한다. 낮에는 이런 은신처에 숨어 지내고, 밤이 되면 활동을 시작한다. 10월경에는 동면에 들어가 겨울을 난다.

아무르고슴도치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몸에 돋아난 가시다. 체모가 변형된 이 가시는 케라틴으로 코팅된 속이 빈 털로, 매우 단단하고 뾰족하다. 가시는 등과 옆구리를 덮고 있으며, 색상은 흰색 또는 황갈색 바탕에 중앙 부분이 어두운 경우가 많다. 이 가시는 외부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방패 역할을 한다. 천적, 예를 들어 맹금류, 족제비, 담비 등이 접근하면 아무르고슴도치는 네 다리를 배 쪽으로 모아 공처럼 몸을 둥글게 말아 가시로 자신을 감싼다. 매우 효과적인 방어자세여서 천적이 쉽게 공격하지 못한다. 가시에 대한 오해가 있다. 다트처럼 발사되지 않으며 독도 없다. 새끼 고슴도치는 태어날 때 가시가 피부 밑에 있어 어미가 찔릴 염려는 없지만 성장하면서 가시가 단단해진다.

아무르고슴도치의 몸길이는 16~29cm, 꼬리 길이는 2~3.7cm, 체중은 600~1000g이다. 고슴도치과에선 비교적 큰 편이다. 귓바퀴는 작고, 주둥이는 돼지처럼 뾰족하며, 발톱은 잘 발달했다. 몸집은 뭉툭하고 다리와 꼬리가 짧아 귀여운 외모를 띤다. 머리는 대체로 암갈색이고, 어깨와 사지, 꼬리는 갈색, 배는 담갈색을 띤다. 가시 부분은 유럽 고슴도치와 비슷한 대갈색 바탕에 암갈색 고리무늬가 섞여 있다. 이 독특한 색상과 패턴은 야생에서 위장 효과를 제공한다. 밤송이와 비슷해 구분이 어려울 때도 있다.

아무르고슴도치 / 국립생물자원관
아무르고슴도치 / 국립생물자원관

잡식성이지만 주로 육식을 한다. 곤충, 곤충 유충, 거미, 민달팽이, 뱀, 도마뱀, 아무르장지뱀 등을 즐겨 먹는다. 때로는 조류의 알이나 과일, 채소, 녹초 같은 식물성 먹이도 섭취한다. 먹이를 찾을 땐 돼지 같은 코와 예민한 후각, 청각을 활용해 먹이를 탐색한다. 나는 돼지 같은 그르렁 소리 때문에 영어로 ‘hedgehog(울타리 돼지)’라는 이름이 붙었다.

아무르고슴도치는 번식기를 제외하고 철저히 단독 생활을 한다. 번식기는 주로 봄에서 여름 사이다. 한 번에 4~6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새끼는 약 8주 후 독립한다. 사육 환경에서는 평균 8년 정도 살지만 야생에서는 3~6년 정도로 수명이 짧다. 야생에서는 교통사고, 포식자, 서식지 파괴 등으로 인해 생존이 위협받는다. 특히 번식기에는 짝을 찾기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하다 로드킬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유럽 연구에 따르면 고슴도치 사망 원인의 56%가 교통사고였다. 또한 과거 한방 약재로 사용되며 개체 수가 급감한 적도 있다.

한반도의 유일한 고슴도치 종인 아무르고슴도치는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곤충과 작은 파충류를 먹으며 해충을 조절하고, 씨앗을 퍼뜨려 식물 확산에 기여한다. 그러나 서식지 단절, 로드킬, 밀렵, 외래종 도입으로 인한 교잡 위협 등으로 개체 수가 감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아무르고슴도치를 보호 야생생물로 지정해 포획, 채취, 훼손 등을 금지했다. 위반 시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IUCN에서도 이 종을 관심 대상으로 평가하며 보호 필요성을 강조한다.

아무르고슴도치는 반려동물로 키울 수 없다. 반려동물로 흔히 키우는 네발가락고슴도치와 달리 아무르고슴도치는 야생성이 강해 친해지기 어렵다. 네발가락고슴도치는 가시가 부드럽고 사람을 잘 따른다. 아무르고슴도치는 낯선 자극에 민감해 쉭쉭 소리를 내며 가시를 세우거나 깨물기도 한다.

아무르고슴도치의 어원은 흥미롭다. 한국어 ‘고슴도치’는 고려 시대 문헌에서 ‘고소음돝’으로 등장하며, 15세기 한글 문헌에서 ‘고솜돝’으로 표기됐다. 19세기에 접미사와 음운변화를 거쳐 현재의 ‘고슴도치’로 정착했다. ‘고슴’은 가시를 뜻하고, ‘도치’는 돼지를 의미하는 ‘돝’에 접미사 ‘-이’가 붙은 것으로, ‘가시돼지’라는 뜻을 담는다. 이는 아무르고슴도치의 뾰족한 주둥이와 가시로 뒤덮인 외모가 야생 멧돼지와 닮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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