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으면 벌금 5000만원... 한국에서 가장 희귀한 멸종위기 곤충

2025-05-0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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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릉숲 단 한 곳에서만 서식하는 한국의 희귀 곤충

경기 포천시 광릉숲의 깊은 곳. 550년 넘게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원시림 속에서 거대 곤충이 꿈틀댄다. 검은 광택이 흐르는 몸, 12cm에 달하는 위풍당당한 크기, 가위처럼 휘어진 강력한 턱. 장수하늘소다. 천연기념물 제218호로 지정된 한국에서 가장 희귀한 곤충이다. 한때 중부지방 곳곳에서 발견됐던 장수하늘소는 이제 광릉숲이라는 마지막 피난처에서만 겨우 명맥을 유지한다. 무분별한 포획과 서식지 파괴로 멸종위기에 몰린 장수하늘소는 지구의 깊은 역사와 생태계의 연속성을 증명하는 살아있는 화석이다. 이 귀한 생명체를 만나기 위해 국립수목원은 10년 넘게 복원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곤충 장수하늘소에 대해 알아봤다.

장수하늘소 / 국립생물자원관
장수하늘소 / 국립생물자원관

장수하늘소는 딱정벌레목 하늘소과에 속하는 곤충이다. 한국, 중국 만주 동북부, 러시아 우수리 지방에 분포한다. 한국에서는 경기도 광릉숲이 유일한 서식지다. 수컷은 최대 12.7cm, 암컷은 7~8cm까지 자란다. 한국의 하늘소과 곤충 중 가장 크다. 몸은 검은색 또는 흑갈색. 광택이 강하고 등에는 황갈색 잔털이 빽빽하게 덮여 있다. 겉날개는 적갈색이다. 앞가슴 등판엔 노란색 털이 팔(八)자 모양의 무늬를 형성한다. 특히 수컷의 가위처럼 발달한 턱과 긴 더듬이는 위협적이면서도 장엄한 외형을 완성한다. 이 원시적인 형태는 장수하늘소가 하늘소과 곤충 중 가장 오래된 종으로서 아시아와 중남미 대륙이 과거 육지로 연결돼 있었음을 보여주는 생물학적 증거로 평가받는다.

장수하늘소 / 국립생물자원관
장수하늘소 / 국립생물자원관

장수하늘소는 서어나무, 신갈나무, 물푸레나무 등 오래된 활엽수림에서 서식한다. 암컷은 나무줄기에 구멍을 뚫어 알을 낳는다. 부화한 애벌레는 단단한 나무 섬유를 파먹으며 자란다. 애벌레 무게는 최대 80g. 어른 손바닥만 한 크기로 성장하며 느타리버섯 균사와 같은 먹이를 먹는다. 이들은 나무의 혹 같은 부분에서 나무진을 빨아먹으며 6~9월에 성충으로 나타난다. 한 나무에 2~4마리만 서식할 정도로 개체 밀도가 낮다. 야생에서 마주치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성충은 여름 한 달 남짓 짝짓기와 산란을 마친 뒤 생을 마감한다. 자연 상태에서는 알에서 성충까지 5~7년이 걸리지만, 국립수목원의 스마트사육동에서는 온도와 습도를 광릉숲 여름에 맞춰 생육 기간을 16개월로 단축했다.

국립수목원은 2013년부터 장수하늘소 복원 프로젝트를 시작해 현재 500여 개체를 사육 중이다. 2015년에는 최적화된 인공사육 기술을 개발했고, 2018년부터 광릉숲에 토종 개체를 방사하고 있다. 2020년 준공한 산림곤충스마트사육동은 온도와 습도를 정밀하게 조절해 장수하늘소의 생장에 이상적인 환경을 제공한다. 연구진은 초소형 추적 칩을 부착해 장수하늘소의 행동반경과 서식지 선호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이들은 직경 30cm 이상, 50년 넘게 자란 활엽수를 선호하고 서어나무에서 산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023년에는 방사된 암컷과 야생 수컷의 짝짓기 및 산란 장면을 최초로 포착하며 복원 가능성을 높였다. 이후 12개체가 야생에서 발견됐다. 매년 20개체씩 방사해 개체 수를 늘릴 계획이다.

장수하늘소 / 국립생물자원관
장수하늘소 / 국립생물자원관

장수하늘소의 희귀성은 그 보호 가치를 더욱 부각한다. 1968년 곤충 최초로 천연기념물 제218호로 지정됐으며, 2012년에는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으로 분류됐다. 과거 서울 북한산, 강원 춘천 등지에서도 발견됐지만, 1980년대 이후 광릉숲 외 지역에서는 자취를 감췄다. 2019년 춘천에서 유충 7개체가 46년 만에 발견돼 화제가 됐지만, 이후 불법 사육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이 됐다. 장수하늘소는 크고 화려한 외형 탓에 무분별한 포획의 대상이 됐고, 서식지 파괴로 개체 수가 급감했다. 2006년 광릉숲에서 암컷 1마리가 발견된 이후 2014년부터 매년 소수 개체가 관찰되며 희망을 줬지만 여전히 멸종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수하늘소는 법적으로 엄격하게 보호받고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만큼 무허가 포획이나 사육은 문화재보호법 제99조에 따라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2019년 춘천 유충 발견 사례에서 불법 사육 의혹이 불거진 이유도 이 법 조항 때문이다. 당시 연구자들이 문화재청의 허가 없이 유충을 사육했다는 정황이 포착되며 논란이 확산했다. 개인이 장수하늘소를 포획해 판매하거나 표본으로 만드는 행위도 엄격히 금지된다. 외국산 장수하늘소 표본조차 개인 소유가 불가능하다. 한마디로 모든 거래 자체가 불법이다. 만약 야생에서 장수하늘소를 발견한다면 즉시 행정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이를 무시하고 개인적으로 소유하려다 적발되면 중대한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없다.

국립수목원의 복원 노력은 장수하늘소의 유전자 다양성 확보에도 초점을 맞춘다. 국내 개체군은 근친교배로 인해 유전자 풀이 좁아져 우화 부전 같은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산 장수하늘소를 도입해 유전자 풀을 개선했다. 유전자 분석 결과 이들 지역의 장수하늘소는 국내 개체와 거의 동일한 것으로 확인돼 복원에 큰 도움이 됐다. 또한 먹이 선호도 조사, 월동 실험, 분자생물학적 연구를 통해 장수하늘소의 생태를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2020년에는 졸참나무가 장수하늘소의 먹이식물로 세계 최초로 확인됐다. 이를 바탕으로 사육 환경을 개선했다.

국립수목원은 장수하늘소를 경기 북부와 강원도 등 원래 서식지로 복원해 천연기념물 지정 해제를 목표로 삼는다. 단순히 개체 수를 늘리는 게 아니라 생태계 전체의 균형을 되찾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장수하늘소는 존재 자체로 자연의 경이로움을 상징한다. 한 마리의 성충이 숲에서 날아오르는 모습은 수백 년 이어진 생태계의 기적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기적은 인간의 보호 없이는 지속될 수 없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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