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초미의 관심... 거제도에만 사는 한국의 '초희귀 물고기'

2025-05-06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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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한국이 과거엔 연결돼 있었다는 '살아 있는 증거'인 한국 물고기

거제도 산양천의 잔잔한 물결 속에 보물 같은 물고기가 살고 있다. 화려한 겉모습이나 거대한 크기로 눈길을 사로잡진 않는다. 하지만 엄청난 생태적·지사학적 가치를 품고 있다. 남방동사리. 한국에서 오직 거제도 산양천에서만 서식하는 남방동사리는 한반도와 일본 열도가 과거 하나였음을 증명하는 생물학적 증거다. 멸종위기 1급 보호종인 남방동사리에 대해 알아봤다.

남방동사리 / 국립생물자원관
남방동사리 / 국립생물자원관

남방동사리는 동사리과에 속하는 민물고기다. 몸길이는 약 10~15cm 정도. 몸 앞부분은 원통형이고 뒷부분은 옆으로 납작하며, 머리는 크고 약간 납작한 형태를 띤다. 눈은 작고 머리 위쪽에 위치하며, 주둥이는 길고 입은 크다. 양턱에는 이빨이 있지만 입천장과 서골에는 이빨이 없다. 가슴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의 뒤쪽 가장자리는 둥글고, 몸은 진한 갈색을 띠며 배는 노란색이다. 몸 옆면에는 흑갈색 구름 모양 반점이 세 개 배열되고, 모든 지느러미에는 줄무늬가 있다. 특히 등 쪽에서 보면 제1등지느러미 아래에 나비넥타이 모양의 독특한 무늬가 나타난다. 이 무늬는 남방동사리를 다른 동사리류와 구별 짓는 중요한 특징이다.

남방동사리 / '원종태' 유튜브
남방동사리 / '원종태' 유튜브

남방동사리는 주로 하천 중하류나 기수역의 모래나 진흙이 많은 환경에서 산다. 야행성으로 밤에 활동한다. 물속 곤충, 갑각류, 어린 치어 등 작은 수생생물을 먹는다. 4~5월 산란기에는 암컷이 산란장에 알을 낳으면 수컷이 지킨다. 알을 보호하는 과정에서 소리를 내기도 한다. 이 독특한 생태적 특징은 남방동사리가 단순한 어류가 아니라 복잡한 생태적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물고기의 서식지는 매우 제한적이다. 한국에서는 거제도 산양천, 약 3km 구간에서만 발견된다. 남방동사리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주요 이유 중 하나다.

남방동사리 / 국립생물자원관
남방동사리 / 국립생물자원관

거제도는 생물다양성의 보고다. 다양한 어류가 서식하는 독특한 지리적 특징을 지닌다. 계룡산을 경계로 북서쪽의 연초천, 고현천 등은 낙동강 수계에, 남서쪽의 산양천, 둔덕천 등은 섬진강 수계에 속한다. 이로 인해 한 섬 안에서도 어류 분포가 뚜렷이 나뉜다. 예를 들어 낙동강 자가사리는 연초천에서, 섬진강 자가사리는 산양천에서 발견된다. 남방동사리는 섬진강 수계인 산양천에서만 서식하며, 같은 거제도 내 다른 하천인 연초천이나 수월천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제한적 분포는 남방동사리의 생태적 취약성을 더욱 부각한다.

남방동사리의 생물학적·지리학적 가치는 단순히 지역적 분포에 그치지 않는다. 이 물고기는 한반도와 일본 열도가 연결돼 있었다는 지사학적 증거로 주목받는다. 남방동사리는 일본 서남부 지역, 특히 규슈와 시코쿠의 강과 저수지에서 흔히 발견되며, 일본에서는 ‘일본동사리’로 불린다. 1999년 채병수 박사가 거제도 산양천에서 남방동사리를 발견하며 이 물고기가 한국에도 서식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과거 한반도와 일본이 지리적으로 연결돼 있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다. 남방동사리를 단순한 어류가 아닌 지질학적 역사의 산증인인 셈이다.

남방동사리 / '거제도 캡틴 김영춘' 유튜브

남방동사리의 제한적 서식지는 하천 공사와 수질 오염으로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하상 공사로 인해 하천 바닥의 모래와 진흙이 파괴되고, 수질 오염으로 먹이 사슬이 교란되면서 남방동사리의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했다. 이에 따라 남방동사리는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돼 엄격한 보호를 받고 있다. 허가 없이 채집하거나 포획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최대 5000만 원의 벌금이나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남방동사리 보존을 위한 노력은 한국뿐 아니라 국제적 협력으로도 확장된다. 2015년 한일 젊은 연구자들이 거제도 산양천에서 남방동사리 공동 모니터링을 진행한 바 있다. 한국과 일본의 연구자들은 남방동사리의 서식 환경과 생태를 공유하며 보존 방안을 논의했다.

남방동사리는 경쟁 관계에 있는 돌고기와 주목할 만한 상호작용을 보인다. 돌고기는 거제도에서 섬 지역 중 유일하게 서식하는 어류다. 남방동사리와 하천 중하류에서 서식지가 겹친다. 특히 돌고기는 남방동사리의 산란장에 알을 낳는 탁란 행위를 하며, 이로 인해 두 종 간 영역 다툼이 치열하다.

남방동사리의 보호는 한 종을 지키는 일만은 아니다. 거제도 하천 생태계 전체, 나아가 한반도와 일본의 지사학적 연결성을 보존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산양천의 맑은 물과 자갈 바닥이 남방동사리가 살아가는 터전이자 우리가 미래 세대에 물려줘야 할 자연유산인 이유다.

남방동사리 / '원종태' 유튜브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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