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이다…삼겹살, 냉면값 다 천정부지 오르는데 혼자만 끝없이 하락 중인 음식

2025-05-06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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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1명 2000원', '술값 무료' 마케팅 내세우지만 소용없어

외식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외식 메뉴값은 자꾸 오르는데 이상하게 다른 음식은 1년째 역행하고 있다. 떠나가는 소비자를 붙잡아두기 위한 자영업자들의 전략이라지만 이마저도 발길을 붙잡지는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손님 없는 식당가 / 뉴스1
손님 없는 식당가 / 뉴스1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4월 외식 물가지수는 124.36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올랐다. 이는 지난해 3월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 폭이다. 외식 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2.9%, 2월 3.0%, 3월 3.0%, 4월 3.2%로 꾸준히 오르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2.1%였지만 외식 물가가 소비자 물가 상승을 견인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외식 물가가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기여한 정도는 0.45%포인트였다.

연말부터 지속한 고환율 여파로 국내 식품업계 수입 물가의 가격 인상이 잇따르면서 외식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삼겹살 1인분 가격은 지난해 5월 처음으로 2만 원을 넘은 뒤 계속 오르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삼겹살 1인분 평균 가격은 2만 276원까지 올랐다. 냉면 가격도 2그릇에 약 1만 2000원을 넘겼다. 4인 가족이 삼겹살 4인분과 냉면 2그릇을 주문하면 10만 원을 훌쩍 넘기는 셈이다. 이뿐만 아니라 생선회, 중식, 분식, 패스트푸드 등 주요 외식 메뉴 가격도 전년 동월 대비 5.4% 상승률을 기록하며 부담을 키우고 있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는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응답자 71.5%가 1년 전보다 가계 경제가 악화했다고 답했다.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큰 분야는 역시 ‘물가 상승(71.9%)’이 압도적이었다. 물가가 가장 크게 오른 부문으로 식료품·외식비(72.0%)를 꼽았다

문제는 외식 물가가 당장 떨어질 기미가 안 보인다는 점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자료에 따르면 4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28.3포인트로 전월 대비 1.0% 상승했고 이는 1월 이후 4개월 연속 상승한 결과다. 국내 돼지고기 1+ 급 도매가격은 100g당 2559원으로 전년보다 15.2% 올랐다. 축산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지난달 4.8%로, 2022년 7월(6.1%) 이후 3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수입산 돼지고기 원료육과 계란 가공품에 신규 할당관세를 적용하는 등 1700억 원을 투입해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이마저도 외식 물가의 상승세를 꺾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식당 안에 배치된 주류 냉장고  / 뉴스1
한 식당 안에 배치된 주류 냉장고 / 뉴스1

이런 와중에 모순되게도 외식 업계의 주류 가격은 역행하고 있다. 소줏값은 물가지수 기준 1년 전보다 1.0% 하락했고 지난해 9월 이후 8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맥주 역시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외식 소비가 줄어들자 자영업자들이 손님 유치를 위해 주류 가격을 인하해 대응에 나선 전략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일부 식당에서는 손님을 모으기 위해 '소주 1병 2000원', '술값 무료' 등의 마케팅을 내세우는 식당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가격 인하 전략이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장기 불황과 소비심리 위축은 외식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외식산업경기동향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주점업의 체감 경기 지수는 65.40으로 전체 업종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1분기 72.18, 2분기 70.93, 3분기 70.69로 꾸준히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는 것으로 보여준다. 지수가 100보다 낮다는 것은 매출이 줄어든 업체가 늘어난 업체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탓에 주점업은 술 소비 자체가 줄어들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국신용데이터 '소상공인 데이터 인사이트-주류 매입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음식점의 평균 주류 매입액은 지난해 4분기 기준 약 137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 줄었다. 지난해 1~2분기 142만 원대였던 주류 매입액은 3분기 139만 원, 4분기 137만 원으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연간 월평균 주류 매입액도 139만 원으로, 전년 대비 2.7% 감소했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결과만 봐도 지난해 4분기 주류·담배 지출은 3만 7000원으로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3.4% 감소했으며 주류는 2.1%, 담배는 4.4% 줄었다.

이미 비워진 소주 병들 / 뉴스1
이미 비워진 소주 병들 / 뉴스1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이 겹친 상황 속에서 자영업자들은 결국 생존을 위해 술값을 내리는 선택을 했지만 외식 자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지출 여력이 줄어들면서 장기적으로는 매출 감소와 순이익 감소라는 이중 부담을 안게 됐다.

주점뿐 아니라 일반 식당도 주류 매출로 일정 부분 수익을 보전해 왔으나 소비자들이 아예 외식을 줄이는 상황에서는 술값 인하도 궁극적인 해법이 되지 못하고 있다. 주류 공급 업체 역시 폐업하는 거래처가 늘어나며 매출이 줄고 있고 침체한 상권은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업계는 민생 안정과 경기 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주류 가격 인하라는 응급처치가 아니라, 소비자 지출 여력을 끌어올리고 상권 자체를 회복시킬 수 있는 구조적인 해법이 요구된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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