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출시된 추억의 음식인데…해외에서 매출 폭발했다는 '한국 컵라면'
2025-05-06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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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컵라면 시장의 절반 이상 차지
1980년대 출시된 추억의 옛날 컵라면이 해외에서 매출이 폭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바로 러시아에서 팔도의 ‘도시락’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현지 라면 시장에서 도시락은 점유율 기준 1위 브랜드로, 전체 컵라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도시락은 1980년대 한국에서 처음 출시된 용기면으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사각 용기를 도입한 제품이다. 원형이 대부분이었던 당시 컵라면 시장에서 사각 형태는 이례적이었지만, 이 모양이 오히려 러시아 시장에서는 경쟁력이 됐다.
90년대 부산항과 블라디보스토크를 오가던 선원들과 보따리상들을 통해 도시락이 러시아에 자연스럽게 퍼지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입소문을 탔다. 흔들리는 배나 기차 안에서도 안정적으로 놓고 먹을 수 있는 사각 용기의 실용성과 칼칼한 국물 맛이 러시아 전통 수프와 비슷하다는 점이 현지 소비자에게 익숙하게 다가갔다.

팔도는 이런 흐름을 감지하고 러시아에 사무소를 세운 뒤, 빠르게 현지 법인과 생산 공장을 구축하며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후 치킨, 버섯, 새우 등 러시아 입맛에 맞는 다양한 맛을 내놓고, 제품마다 포크를 동봉해 간편함을 더했다. 지금도 현지에서는 도시락을 ‘국민 라면’처럼 인식하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팔도가 러시아 시장에서 이렇게 높은 점유율과 매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팔도 측은 공장 증설로 인해 공급량이 늘었고, 제품 가격도 오르면서 매출이 자연스럽게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단순히 공급 확대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외부 요인이 있었다고 본다. 라면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발생한 ‘비축 수요’가 컸다는 분석이 많다. 전쟁 발발 직후, 러시아 전역에서 장기 보관이 가능한 식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고, 도시락은 그 중 대표적인 품목으로 꼽혔다. 실제로 당시 러시아 언론에서는 전쟁을 피해 도피 중이던 남성이 통조림, 설탕과 함께 도시락을 챙겨갔다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

도시락의 판매가 일시적인 특수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배경에는 꾸준한 현지화 전략과 제품력도 있다. 라면이라는 익숙하지 않던 식문화에 ‘러시아 스타일’을 입히면서, 도시락은 단순한 외국 브랜드가 아니라 현지인들의 식생활 일부로 자리 잡았다.
팔도 러시아 법인 관계자는 “지속적인 품질 관리와 현지화를 통해 도시락은 러시아에서 신뢰받는 식품으로 자리잡았다”며 “향후 음료나 스낵 등 다른 품목까지 확장해 종합 식품 브랜드로 성장하겠다”고 전했다.
러시아 라면 시장에서 도시락의 영향력은 단순한 점유율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오랜 시간 쌓아온 신뢰, 위기 속에서 드러난 실용성, 그리고 현지 소비자와의 거리라는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도시락은 러시아 라면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