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전세계 1위 기염 토하더니…예상치 못하게 0원으로 인기 터졌다는 '한국 라면'
2025-07-10 10:36
add remove print link
공개 후 2주간 영화 부문 글로벌 1위
넷플릭스에서 지난달 공개된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전 세계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예상 밖의 인기로 인해 식품업체 농심도 뜻하지 않은 홍보 효과를 얻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 7일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공개된 직후 2주간 영화 부문 글로벌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영화는 케이팝 슈퍼스타 그룹 ‘헌트릭스’의 루미, 미라, 조이가 악령을 사냥하는 헌터로 활동하는 이중생활을 그리고 있다. 세 사람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는 걸그룹이면서 동시에 사람을 악령으로부터 지키는 비밀스러운 영웅이다. 이들은 사람들에게 받은 에너지로 ‘혼문’을 완성해 세상을 구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에 맞서 악령으로 이뤄진 보이그룹 ‘사자 보이즈’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된다.
작품 속에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한국적인 요소가 곳곳에 녹아 있다. 저승사자, 도깨비, 호랑이 귀신 등 전통 무속 신앙이 반영돼 있으며, 익숙한 음식과 공간도 자주 등장한다. 주요 장면에는 간식과 음식을 먹는 장면이 삽입돼 있으며, 특히 콘서트를 앞둔 헌트릭스 멤버들이 컵라면을 먹으며 각오를 다지는 장면이 눈에 띈다. 이 컵라면은 ‘신라면’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며, 상표는 ‘농심’을 떠올리게 하는 ‘동심’이다. 조이가 즐겨 먹는 ‘매운 감자칩’은 새우깡을 연상시킨다.
넷플릭스는 영화 공개를 앞두고 미국 뉴욕 사무소 앞에서 컵라면을 나눠주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농심과 제작진 간에는 어떠한 공식 제휴나 협약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출을 맡은 매기 강 감독은 영화에 대해 “현대 한국을 배경으로 한국 문화를 본격적으로 다룬 첫 애니메이션 영화”라며, “성우와 보컬 모두 한국인 캐스트로 구성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케이팝을 주제로 영화를 기획한 것은 아니다. 다만, 애니메이션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한국 문화를 담은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다.
악귀의 디자인에서 착안해 전체 스토리가 확장됐으며, 헌터의 정체를 숨기기 위한 설정으로 케이팝이 자연스럽게 결합됐다고 설명했다. 감독은 “작업 당시 최대한 한국적으로 만들고자 했다. 내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고, 수많은 한국인 스태프들이 함께 작업했다. 모두가 한국적인 요소가 녹아든 작품을 만든다는 점에서 기뻐했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리며 구체적인 장면을 구성한 강 감독은 음식이 영화 속 중요한 장치가 된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어릴 때 좋아했던 음식들과 애니메이션에서 직접 보고 싶었던 음식들을 영화에 넣었다. 한국 문화에서 음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꼭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음식 장면을 구현하는 데 어려움이 따랐지만, 그만큼 공을 들였다는 이야기다.

케이팝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음악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영화의 OST가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 오르며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빌보드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헌트릭스의 ‘골든(GOLDEN)’은 23위에, 사자보이즈의 ‘유어 아이돌(Your Idol)’은 31위에 올랐다. 여기에 ‘하우 이츠 던(How It’s Done)’, ‘소다 팝(Soda Pop)’, ‘왓 잇 사운즈 라이크(What It Sounds Like)’, ‘프리(Free)’, ‘테이크다운(Takedown)’ 등 총 7곡이 차트에 이름을 올렸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OST가 빌보드 차트에 이 정도로 진입한 건 이례적인 성과다. 여기에 더해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로도 언급되고 있다. 빌보드는 지난 8일(현지시간), 헌트릭스의 ‘골든’을 아카데미 OST상 부문에 출품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콘텐츠 자체의 힘뿐 아니라, 한국 문화를 새롭게 해석한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케이팝의 이미지에 전통 신화를 접목해 새로운 세계관을 만든 시도는 글로벌 팬들에게도 신선하게 다가갔다. 지금까지의 기록만으로도 이미 주목할 만한 성과지만, 향후 어떤 성과를 더할지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