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야생인데 맛이 좋아 재배가 급격히 늘고 있는 '털 달린 한국 나물'

2025-05-09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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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순이 게 집게발 닮아서 게발딱주로 불리는 산나물

봄에 산자락을 걷다 보면 부드러운 솜털을 머금은 어린순이 눈에 들어온다. 나무 그늘 아래에서 군락을 이루며 자라는 이 나물은 독특한 솜털로 자기 존재를 알린다. 단풍취. 한국의 산과 숲에서 흔히 만날 수 있지만 맛만은 흔하지 않은 단풍취에 대해 알아봤다.

단풍취 / 연합뉴스
단풍취 / 연합뉴스

단풍취는 산속이나 산기슭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높이는 35~80cm까지 자란다. 가지 없이 곧게 뻗은 줄기에는 긴 갈색 털이 드물게 나 있다. 잎은 줄기 중간에 4~7개가 돌려난 듯 달린다. 손바닥 모양으로 7~11개로 얕게 갈라진 잎은 단풍을 닮았다. 그래서 단풍취라는 이름이 붙었다. 갈라진 잎 조각은 다시 3개로 얕게 나뉜다. 삼각형 모양의 조각 끝은 날카롭다. 잎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있다. 잎과 잎자루에는 부드러운 털이 약간 돋아 있다. 한국 전역, 특히 숲속 그늘진 곳에서 흔히 자란다. 지리산, 한라산 같은 산지에서 군락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중국, 일본, 만주에도 분포한다.

단풍취 / 연합뉴스
단풍취 / 연합뉴스

단풍취라는 이름 외에 지역마다 다른 별칭이 있다. 어린순이 게의 집게발을 닮았다고 해서 게발딱주라고 부른다. 지리산 지역에서는 특히 이 이름이 익숙하다. 다른 곳에서는 개나 고양이 발을 닮았다며 개발딱주, 괴발딱취라고도 한다. 이런 이름들은 단풍취의 어린순이 솜털을 머금고 뭉툭하게 올라오는 모양에서 비롯됐다. 이름 하나하나에 지역 사람들의 관찰과 애정이 담겨 있다.

제철과 채취

단풍취의 제철은 봄, 특히 4~5월이다. 이 시기 어린순이 가장 부드럽고 향이 강하다. 산행 중 참나무 그늘 아래 군락을 발견하면 채취하기 좋다. 어린순은 손으로 꺾거나 작은 칼로 자른다. 너무 많이 뜯지 않고 뿌리는 남겨두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다음 해에도 단풍취가 자랄 수 있다. 늦여름에서 초가을인 7~9월에는 꽃이 핀다. 흰색의 작은 꽃이 줄기 끝에 총상꽃차례로 달린다. 꽃은 3개의 관상화로 이뤄진 두상화를 형성한다. 총포는 통 모양이고 붉은빛을 띤다. 열매는 10~11월에 익는다. 넓은 타원형 수과에 세로줄이 나 있고 갓털이 달려 있다.

단풍취 / 국립수목원
단풍취 / 국립수목원

단풍취는 채취 후 신선할 때 바로 요리하는 게 좋다. 시간이 지나면 잎이 시들고 향이 약해진다. 산에서 채취한 단풍취는 깨끗한 물에 헹궈 흙을 제거한다. 뿌리 부분은 단단하니 잘라내고 부드러운 잎과 줄기만 사용한다.

요리법과 맛

독특한 향과 쌉싸름한 맛이 단풍취의 특징이다. 취나물 특유의 풀내음이 입맛을 돋운다. 가장 흔한 요리법은 단풍취 나물이다. 어린순을 깨끗이 씻어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 30초에서 1분 정도면 충분하다. 너무 오래 데치면 아삭한 식감이 사라진다. 데친 단풍취는 찬물에 헹궈 물기를 짠다. 간장, 참기름, 다진 마늘, 깨소금을 넣어 무친다. 고추장이나 된장을 살짝 섞으면 더 감칠맛이 난다. 밥반찬으로 제격이다. 쌉싸름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밥과 잘 어울린다.

단풍취 / 국립생물자원관
단풍취 / 국립생물자원관

단풍취는 쌈으로도 먹는다. 갓 돋아난 어린싹을 깨끗이 씻어 생으로 쌈장에 찍어 먹는다. 아삭한 식감과 강한 향이 쌈장의 매운맛과 조화를 이룬다. 비빔밥에 넣어도 좋다. 데친 단풍취를 다른 나물과 함께 얹고 고추장을 넣어 비빈다. 단풍취의 쌉싸름한 맛이 비빔밥에 깊이를 더한다.

양이 많을 때는 장아찌나 묵나물로 만들기도 한다. 장아찌를 만들 땐 데친 단풍취를 간장, 설탕, 식초로 만든 양념장에 절인다. 묵나물은 데친 단풍취를 말려 저장한다. 겨울철에 물에 불려 간장이나 된장으로 무쳐 먹는다. 말린 단풍취는 향이 더 진해진다. 단풍취를 튀김으로 먹는 방법도 있다. 어린순에 밀가루와 물로 만든 반죽을 묻혀 기름에 튀긴다. 바삭한 식감과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효능과 활용

단풍취는 오랜 세월 약재로도 쓰였다. 플라보노이드 성분인 아피제논과 세스퀴테르펜 락톤이 함유돼 있다. 이 성분들은 항산화 효과를 낸다. 숙취 해소와 콜레스테롤 수치 저하에 도움을 준다. 항염증 효과도 있다. 입맛을 돋우고 춘곤증을 해소하는 데 효과적이다.

단풍취 / 국립생물자원관
단풍취 / 국립생물자원관

단풍취는 재배도 가능하다. 종자나 뿌리나누기로 번식한다. 종자는 10~11월에 채취해 건조한다. 2월 초에 뿌린다. 뿌리나누기를 하려면 11월에 지하줄기를 채취한다. 3월 중순에 나눠 심는다. 산나물로 인기가 많아 일부 지역에서는 재배 농가가 늘고 있다. 단풍취는 예뻐서 숲속정원이나 야생화원에서도 사랑받는다. 반음지나 음지에서 잘 자란다. 습한 양토와 산성 또는 중성 토양을 좋아한다.

단풍취 / 국립생물자원관
단풍취 / 국립생물자원관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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