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시민들 공포에 떨게 했던 ‘이 벌레’…올해도 출몰 조짐
2025-05-07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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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이나 창틀, 상가 외벽 등에 떼로 붙어있다는 민원 폭주
작년 여름, 수도권 곳곳에서 민원을 쏟아내게 한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가 다시 모습을 드러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초여름 더위가 다가오면서, 일명 ‘러브버그’로 불리는 붉은등우단털파리의 출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 곤충과 관련된 민원은 2022년 4,418건에서 2024년 9,296건으로 불과 2년 만에 2배 이상 급증했다. 대부분의 민원은 차량이나 창틀, 상가 외벽 등에 벌레가 떼로 붙어있다는 신고였다.
이 벌레의 정식 학명은 Plecia nearctica(플레키아 네악티카)로, 미국 남동부에서 주로 서식하던 곤충이다. 암수 한 쌍이 짝짓기 후에도 며칠간 함께 날아다녀 ‘러브버그’라는 별칭이 붙었다. 생김새는 검은 몸통에 붉은 등, 크기는 1cm가 채 안 되는 수준이지만, 무리를 지어 대거 출현할 경우 도심 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한다.
실제로 러브버그는 사람을 물지도 않고, 병원균을 옮기지도 않는 무해한 곤충이다.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생태계 균형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익충으로 분류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한 개체 수 증가와 잦은 도심 출몰로 인해 ‘불청객’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차량 전면이나 창틀, 외벽 등에 수백 마리씩 달라붙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으며, 지자체마다 방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화학적 살충제를 이용한 방제 방식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살충제가 러브버그 뿐만 아니라 이들의 천적까지 제거해 오히려 생태계를 교란시킬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올해부터 친환경·물리적 방제 방식을 확대 도입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건물 외벽·차량에 ‘물뿌리기’ 방식으로 씻어내기, ▲‘토양 뒤집기’로 번식 차단하기, ▲‘포충기’(유인등 트랩) 설치 등이다.

서울 관악구는 지난 6일, 주민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생활형 방제법을 담은 교육 자료를 제작·배포했다. 관악구가 제안한 대표적인 방안은 바로 ‘살수 방식’이다. 고압 호스나 양동이로 벌레가 붙은 부위를 씻어내는 이 방식은 화학약품을 사용하지 않고도 빠르고 안전하게 곤충을 제거할 수 있다.
환경부 역시 러브버그가 실내에 들어온 경우에는 살충제보다는 빗자루, 종이 타월 등 물리적인 수단으로 제거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또한 이 곤충은 밝은 색상에 끌리는 특성이 있어, 외출 시 어두운색 옷을 착용하면 달라붙는 것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도시 환경 변화와 기후 영향으로 러브버그와 같은 곤충의 도심 출몰은 앞으로도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화학 중심 방제보다는 생태계 순환을 고려한 지속 가능한 대응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