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에서 실수로 만들어졌는데…MZ는 물론 전 세대 입맛 사로잡은 '한국 음식'

2025-05-07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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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 압력이 잘못 설정된 것이 시작

1970년대 인천 부평의 한 냉면 공장에서 일어난 단순한 기계 오류가 새로운 음식을 탄생시켰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imrankadir-shutterstock.com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imrankadir-shutterstock.com

냉면을 뽑는 기계의 압력이 잘못 설정돼 유난히 굵고 쫄깃한 면이 나왔고, 이를 그대로 폐기하기엔 아깝다는 판단에 매운 양념을 곁들여 시중에 판매했다. 처음엔 일종의 변형 냉면처럼 여겨졌지만, 시간이 지나며 전혀 다른 정체성을 가진 메뉴 '쫄면'으로 자리 잡았다.

쫄면은 특유의 매콤한 양념과 콩나물, 오이채, 삶은 계란 등을 곁들여 비벼 먹는 방식이 자리 잡으며, 분식문화 안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특히 전쟁 이후 피란민이 밀집했던 군산, 대전, 대구 등의 지역에서 중고등학교 앞 분식집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당시 학생들에겐 값싸고 양 많은 쫄면이 최고의 점심 메뉴였고, 강한 자극의 맛은 어릴 적 미각 경험을 형성하는 데도 영향을 줬다.

◈ 레트로 감성과 만나 다시 뜨는 쫄면

쫄면은 한때 “어른들이 먹기엔 자극적이다”는 인식으로 인해 대중적인 인기에서 한 발 물러난 적도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오히려 '레트로 감성'을 추구하는 MZ세대의 눈에 들어 다시 조명받고 있다. 과거 분식집에서 플라스틱 그릇에 담겨 나왔던 쫄면은 ‘어린 시절 추억’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Z세대의 새로운 유행 음식으로 떠오르고 있다.

쫄면 / Looping 20-shutterstock.com
쫄면 / Looping 20-shutterstock.com

SNS에는 쫄면을 배달해 먹거나 집에서 만들어 먹는 사진과 영상이 꾸준히 올라온다. 특히 쫄면과 군만두의 조합은 ‘국룰’로 불릴 정도로 대중적이다. 매콤한 쫄면에 고소하고 바삭한 만두를 곁들이면, 식감과 온도의 대비가 더해져 완성도 높은 한 끼가 된다. 일부 분식점은 만두를 국물에 적셔 먹을 수 있도록 쫄면에 소량의 육수를 따로 제공하기도 한다. 만두뿐 아니라 튀김, 돈가스, 주먹밥 등과 곁들여 세트처럼 즐기는 방식도 인기다.

◈ MZ 입맛에 맞춘 진화… 밀키트·콜라보로 확장 중

쫄면의 부활은 프랜차이즈와 식품업계에서도 감지된다. 밀키트 시장의 성장과 함께 ‘집에서 즐기는 분식’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쫄면 역시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 출시되는 쫄면 밀키트는 고급스러운 포장과 함께 다양한 구성으로 눈길을 끈다. 기본 쫄면 외에도 오징어튀김, 고기만두, 양념 고추장 튜브, 심지어 계란지단까지 포함한 프리미엄 패키지도 등장했다. 조리 시간을 5분 이내로 줄인 즉석형 찬물 조리 제품도 출시돼 1인 가구의 편의를 겨냥하고 있다.

쫄면 / mnimage-shutterstock.com
쫄면 / mnimage-shutterstock.com

한편 캐릭터와 협업한 쫄면 상품도 MZ세대의 호응을 얻고 있다. 귀여운 IP 캐릭터를 포장에 넣거나, ‘매운맛 도전’ 콘셉트로 유튜브 바이럴을 노린 한정판 제품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단순한 음식 소비를 넘어 경험과 콘텐츠 소비로 이어지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편의점에서는 쫄면을 ‘혼밥형 밀키트’로 출시하거나, 만두와 함께 한정 구성으로 내놓는 경우도 많다. 컵 형태의 즉석 쫄면, 순한 맛과 강한 매운맛 버전의 양념 선택형 제품도 눈에 띈다. 매운맛에 익숙한 세대를 겨냥한 ‘지옥쫄면’ 같은 콘셉트도 등장해 SNS 인증샷 유도형 마케팅으로 발전하고 있다.

기계의 실수에서 태어난 쫄면은 이제 단순한 분식을 넘어 MZ세대의 식문화 코드로 진화 중이다. 추억, 자극, 편리함을 모두 잡은 쫄면은 여전히 변화 중이며, 새로운 조합과 포맷을 통해 일상 속 히든 메뉴로 살아남고 있다.

home 김지현 기자 jiihyun121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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