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천연기념물인데...한국서 인기 폭발인 의외의 '동물' 정체

2025-05-07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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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당시 멸종 위기 처했던 뼈아픈 역사

시바이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Ermolaeva Olga 84-shutterstock.com/ko
시바이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Ermolaeva Olga 84-shutterstock.com/ko

■ 일본의 문화재, 한국의 '국민 반려견'

한국 반려동물 시장에서 조용히 강자로 부상한 한 견종이 있다. 일본에서는 천연기념물로 보호받는 이 동물은, 한국에서는 반려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바로 일본 토종견 ‘시바견’이다.

시바견(Shiba Inu)은 일본의 대표적인 소형견으로, 1937년 일본 문화재 보호법에 의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시바는 일본어로 ‘작은 잡목’을 뜻하고, 이누는 ‘개’를 의미한다. 일본 내 6대 토종견 중 유일한 소형견으로, 아키타견·기슈견·시코쿠견 등과 함께 전통 견종으로 분류된다. 특히 아기자기한 외모와 강한 독립성, 명확한 의사 표현으로 일본에서는 오랜 세월 동안 사랑받아 왔다.

기원전 300년경 원시시대부터 일본 열도에 존재했던 토착견인 시바견은, 일본에서 전통적인 사냥개로서 오랜 세월 생존해왔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과 전염병, 식량난 등의 영향으로 멸종 위기에 처했으며, 당시 가까스로 살아남은 3개의 혈통이 현재 시바견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덕분에 시바견은 단순한 반려동물이 아닌, 일본인의 정서와 전통을 상징하는 존재로 여겨진다.

■ SNS에서 불붙은 시바견 열풍

하지만 이 조용한 인기가 국경을 넘어 한국에서도 급격히 확산된 것은 2010년대 들어서다. 시바견 특유의 무표정하면서도 귀여운 얼굴이 SNS 밈과 각종 온라인 콘텐츠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짤의 제왕’으로 등극했고, 자연스레 실물 수요도 급증했다. 애니메이션, 유튜브 영상, 굿즈 등 대중문화에 자주 등장하면서 인지도가 빠르게 확산된 것이다.

일본 천연기념물 시바이누 / Vassamon Anansukkasem-shutterstock.com/ko
일본 천연기념물 시바이누 / Vassamon Anansukkasem-shutterstock.com/ko

실제로 시바견은 현재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반려견 종 중 하나다. 무엇보다도 시바견은 사람과의 정서적 교감에 매우 민감하고 충성심이 강하다. 주인을 향한 애착이 깊으며, 낯선 이를 경계하는 본능도 뛰어나 파수견으로도 적합하다.

한국인이 시바견에 끌리는 이유는 그 외모만큼이나 성격에서도 찾을 수 있다. 시바견은 깔끔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 배변 훈련이 비교적 쉬운 편이며, 독립적인 성향 덕분에 과도한 애정표현을 요구하지 않는다. 반려인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충실하게 따르는 ‘쿨한 애정’이 MZ세대에게 특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이는 요즘 반려인들이 ‘나만의 공간’을 중시하면서도 반려동물과의 유대감은 깊게 유지하려는 성향과도 맞닿아 있다.

■ 귀엽지만 까다로운 매력, 시바견의 이면

또한 시바견은 단모에 서 있는 귀, 말려 올라간 꼬리라는 특유의 외모로 강한 개성을 드러낸다. 털 색은 크게 네 가지로 구분된다. 전체 개체 중 약 80%를 차지하는 적시바(아카시바), 흑시바(쿠로시바), 참깨시바(고마시바), 그리고 백시바(시로시바)다. 각 털색에 따른 팬층도 뚜렷해, 특정 색상의 시바견을 선호하는 이른바 ‘시바 마니아’들도 생겨났다.

그러나 귀여운 외모와 달리 시바견은 결코 초보 반려인에게 쉬운 견종은 아니다. 본래 사냥견의 혈통을 지닌 만큼 활동성이 매우 높고 자립심이 강하다.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의 산책이 필요하며, 충분한 운동이 이뤄지지 않으면 문제 행동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 털갈이 시즌엔 하루라도 청소를 소홀히 하면 온 집 안에 털이 날릴 정도로 털 빠짐도 심하다.

유튜브, 강형욱의 보듬TV

또한 시바견은 사냥개 특유의 야생성이 여전히 남아 있어 짖음과 입질이 있으며, 실내에서 배변을 가리기보다는 외부에서 배변을 선호하는 성향이 강하다. 생활 공간과 떨어진 곳에 배변하는 습성이 있어 보호자가 산책을 통해 배변 유도를 자주 해주어야 한다. 독립적이고 경계심이 강해 낯선 사람을 잘 따르지 않으며, 상황에 따라 화를 참지 못하고 돌진하는 습성도 있어 꾸준한 훈련이 필수다.

실제로 시바견은 늑대와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DNA 구조를 가진 견종 중 하나로, 스피츠 그룹에 속하며 한국의 진돗개와도 외형적으로 유사한 면이 있다. 이러한 성향 때문에 시바견을 입양했다가 파양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현재 한국 내 분양가는 천차만별이나 80만 원에서 150만 원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일부 희귀 털색이나 우수 혈통의 경우 이보다 훨씬 높은 가격대에 거래되기도 한다. 분양 전 충분한 정보 탐색과 성향 파악, 생활환경 고려가 반드시 필요한 견종으로 꼽힌다.

시바견은 단순히 ‘귀여운 강아지’ 이상의 존재다. 일본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반려동물 문화의 트렌드까지 함께 담아내는 독특한 아이콘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일본에선 보호해야 할 존재이자 전통의 상징이지만, 한국에선 일상을 함께하는 가족이자 친구로 자리 잡은 셈이다.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사진 / 위키트리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사진 / 위키트리

결국, 시바견은 일본의 천연기념물이자 한국인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독보적 존재다. 문화의 경계를 넘어 사람과 반려동물의 새로운 관계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사례이기도 하다. 나아가, 국가 간 문화 교류의 흐름과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 변화까지 반영한 사회문화적 상징으로 읽힌다.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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