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늘 여러분께 등을 보이려 합니다”…백상 시상식 눈물바다로 만든 한마디
2025-05-08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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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뒤 숨은 영웅들 조명한 백상시상식 특별무대
염혜란 “이분들이 대중문화예술을 만드는 진짜 주인공”
제61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특별한 순간이 연출됐다. 지난 5일 진행된 시상식에서 평소 카메라 뒤에서 묵묵히 일하는 방송·미디어 스태프들을 조명하는 특별무대가 마련돼 감동의 순간을 선사했다.

이날 무대는 역대 수상자들의 수상 소감으로 포문을 열었다. 배우 김희애는 "최고의 연기를 할 수 있게 해주신 스태프 여러분들이 없었다면 끝까지 갈 수 있는 연기는 할 수 없었을 거다"라고 전했으며, 방송인 유재석은 "저희가 높이 올라가면 그보다 높은 곳에서 화면에 담아주시고, 낮은 곳으로 가면 그보다 더 낮은 곳에서 화면에 담아주신다"고 스태프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특별무대의 중심에 선 배우 염혜란은 카메라에 등을 돌리는 파격적인 행보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녀는 "저는 오늘 여러분께 등을 보이려 한다. 그래야만 보실 수 있는 얼굴들이 있기 때문이다. 카메라 뒤에 있어서, 무대 밖에 있어서 여러분들이 미처 보지 못했을 얼굴들"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염혜란의 묵직한 스피치에 시상식에 참석한 스태프들과 배우들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어 염혜란은 스태프들을 향한 깊은 존경심을 드러냈다. "이분들은 뜨거운 불길 속에서 칼날을 벼르는 대장장이들이다. 제가 무대에 오를 수 있게 기꺼이 몸을 내어 바쳐주는 계단이다. 끌어주는 손길이고 밀어주는 힘이다. 같은 곳을 향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항해하는 사람들, 대중문화예술을 만드는 진짜 주인공"이라는 그녀의 진심 어린 메시지는 보는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특별무대의 하이라이트는 스태프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 '엔딩크레딧'이라는 노래를 합창한 순간이었다. 이 노래는 방송 미디어 노동자의 현실을 담아낸 곡으로, 공연 중간에는 백상예술대상 후보작 스태프들의 생생한 인터뷰가 상영됐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이제욱 미술팀 스태프는 "(엔딩 크레딧을 보면)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잘해냈고 잘 견디고 있다'는 안부를 전하는 일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중증외상센터'의 김민혜 미술팀 스태프는 "작품 하나하나 다 하나의 세계"라며 "나는 그 세계를 짓는 사람"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위험한 액션 장면을 담당하는 '스터디그룹'의 황인환 무술팀 스태프는 "우리를 책임져줄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를 던져야될 때 무섭고 힘든 것 같다"면서도 "그럼에도 결국 내가 좋아서 이 일을 하는 것"이라며 현장의 어려움과 열정을 동시에 드러냈다.
이 감동적인 순간이 시상식에서의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송 비정규직 노동 단체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름 엔딩크레딧'(이하 엔딩크레딧)은 시상식 이틀 후인 7일 입장문을 통해 "시상식에서만 방송 미디어 스태프의 공에 찬사를 돌리는 것을 넘어, 일상적인 노동 현장에서 방송 미디어 스태프가 정당한 권리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엔딩크레딧은 "자본의 이윤을 위해 오랜 시간 이어져온 노동 악습을 끊어내고, 방송 미디어 노동자를 동등한 산업 동반자로 인식하고 존중해야만 한다"며 방송사, 영화사, 영상 플랫폼 업체, 외주 제작사 등에 노동 환경 개선과 노동권 보장을 촉구했다.

이번 특별무대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유튜브 영상 댓글창에는 "와 진짜 뭔가 울컥", "스태프 분들 조명해주는 연출 너무 감동이다. 뭉클했어요~", "스태프 분들 처우가 좋아지길 바랍니다!", "생방인데 염혜란 배우님 다 외우셨네요ㄷㄷ 대박...", "이번 백상에서 가장 뭉클하고 감동적이었던 장면~", "진짜 너무 감동이네요. 항상 영화 볼 때 배우만 봤지 그 과정 속에서 고생하신 스태프들의 수고를 몰랐네요ㅠㅠ", "이번 백상 최고의 장면", "염혜란 배우 스피치 외워서 하는 성의, 감동입니다", "스태프 분들이 진정한 예술의 숨은 주역임을 인정받고 앞으로 더욱 평등한 대우와 보상을 받길 간절히 소망합니다"라는 응원 메시지가 쏟아졌다.

또 시청자들은 "밝은 무대를 만들어주기 위해 조명 뒤 어두운 곳에서 헌신하는 분들을 위한 찬사하는 모습이 더 늘어나야 된다"는 의견과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어'라는 가사가 와닿네요", "결국 모든 작품의 마무리는 수많은 스텝들이 있기에 가능"이라며 스태프들의 노고를 기리는 모습을 보였다.
일부 시청자는 "취지 참 좋네요. 스탭들 임금도 제대로 챙겨주셨으면 좋겠어요. 특히 후반작업이요. 아직 갈 길이 멉니다"라며 실질적인 처우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 다른 댓글에는 "스태프를 위한 시선이 모여진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아요. 방송 연극 영화 뮤지컬 모든 영역에서 작고 궂은 일들을 하시는 모든 분들을 위해 환경과 처우 개선에 목소리를 높여주시길"이라는 바람이 담겼다.
이번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의 특별무대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에서 땀 흘리는 스태프들의 존재를 조명하고, 그들의 노동 환경과 권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남겼다. 일회성 감동이 아닌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