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이례적, 어떻게 화면에 잡혔지…카메라에 포착돼 눈길 끈 '멸종위기' 동물
2025-05-0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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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식 및 양육 장면 포착돼 눈길
바다의 요정으로 불리는 상괭이가 최근 경남 사천 해역에서 아기와 함께 유영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돼 크게 주목받고 있다. 웃는 듯한 얼굴을 가진 상괭이의 이 같은 육아 장면이 영상으로 공개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국립공원공단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총 20회 촬영한 상괭이 생태 영상, 사진을 최근 공개했다. 영상 속 상괭이들은 세 번 회전하며 유영하는 만삭 개체와 배냇주름이 남은 새끼가 나란히 헤엄치는 모습으로 시선을 끌었다.
상괭이는 돌고래와 비슷하지만 둥글고 납작한 얼굴, 웃는 듯한 입, 등지느러미가 없는 특징으로 구분된다. 우리나라 남해와 중국, 일본 연안의 얕은 바다에 주로 서식하며, 소리나 배의 진동에 민감해 사람 눈에 쉽게 띄지 않는다. 이번 관찰은 그만큼 상괭이들의 자연스러운 생태를 기록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상괭이는 웃는 얼굴 덕에 '웃는 고래'라는 별칭도 지녔다. 우리나라에서는 '쇠물돼지' '곱시기'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수심 50m 이내 얕은 바다에서 무리를 지어 살아가며, 청각이 발달해 소리를 통해 의사소통을 한다. 다만 시력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이번에 상괭이가 촬영된 해역인 사천 초양도 인근은 어미와 새끼가 자주 목격되는 곳이다. 특히 간조 시기인 대조기에는 출현 빈도가 높고, 번식기인 4월에는 새끼와 동행하는 모습이 자주 포착된다. 공단 측은 죽방렴 등 먹이 자원이 풍부하고, 대교 아래에서 관찰이 용이한 지형이 상괭이 서식에 최적화돼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영상 공개는 단순한 기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상괭이의 번식과 양육을 포함한 생애 주기가 영상으로 확인된 것은 해양 포유류 보호 정책 마련에도 중요한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단은 선박과 드론, 자원활동가를 동원한 관찰 외에도 사천 초양대교와 창선대교에 AI 관측 시스템을 설치해 상괭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국립공원공단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찰과 AI 기반 시스템을 활용해 상괭이 보호에 나설 계획이다. 주대영 이사장은 상괭이가 단순히 보기 좋은 동물이 아니라, 우리 바다 생태계의 건강성을 상징하는 존재임을 강조하며 "지속적인 보호와 관심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상괭이의 미소가 바다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인간의 배려와 책임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번 영상 기록이 상괭이 보호 노력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상괭이는 해양수산부 지정 해양보호생물이자 국제적 멸종위기종이기도 하다. 과거 3만6000마리였던 국내 개체수는 2016년 기준 약 1만7000마리로 급감했다. 주요 원인은 혼획과 선박 충돌이다. 특히 탈출구가 없는 안강망 어구는 상괭이 폐사의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탈출 장치가 부착된 어구를 보급 중이며, 상괭이 출몰 해역에서는 선박 감속을 유도하고 있다.
상괭이의 급감 원인으로는 혼획 외에도 해양 오염, 서식지 파괴 등이 지목된다. 특히 연안 개발과 어업 활동이 겹치며 생존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현재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는 '위기' 단계, CITES 부속서Ⅰ에 등재돼 있으며 우리나라 정부도 보호구역 확대와 혼획 방지 대책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