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인데… 조만간 한국에서 볼 수 있다는 '야생생물'
2025-05-0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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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와 뉴질랜드에서 1만 km 넘는 거리를 날아오는 ‘멸종위기’ 동물
봄이면 서해안 갯벌에 작은 손님이 찾아온다.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1만 km 넘는 거리를 날아와 잠시 머무는 이 새는 작고 가벼운 몸이 특징이다. 붉은 어깨를 살짝 드러내며, 갯벌을 종종걸음으로 누비는 이 새는 '붉은어깨도요'다.

붉은어깨도요는 도요물떼새과에 속하는 작은 철새다. 몸길이는 약 25~30cm다. 무게는 120~240g에 불과해 손바닥 위에 올려도 가벼울 만큼 작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번식기 때 어깨 부분에 나타나는 붉은색 깃털이다.
평소에는 갈색과 회색이 섞인 소박한 깃털을 띠지만, 짝짓기 철이 되면 수컷의 어깨가 붉게 물든다. 부리는 짧고 뾰족하며, 다리는 가늘다. 덕분에 갯벌을 빠르게 오가며, 먹이를 찾기 유리하다.
비번식기에는 갈색, 회색, 흰색이 뒤섞인 평범한 모습이라 다른 도요새와 구분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번식기엔 붉은 어깨와 더 선명한 깃털 무늬로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이 새는 주로 북반구의 극지방, 특히 러시아 북동부와 알래스카 같은 추운 툰드라 지역에서 번식한다. 6~7월, 여름이 짧은 툰드라에서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운다. 둥지는 땅에 얕게 판 구덩이에 풀과 이끼로 만든다. 암컷은 한 번에 3~4개의 알을 낳고, 수컷과 함께 약 20~23일간 알을 품는다. 새끼는 태어난 지 하루 만에 둥지를 떠나 스스로 먹이를 찾기 시작한다.

번식기가 끝나면 이들은 남반구로 긴 여행을 떠난다. 호주, 뉴질랜드, 동남아시아의 따뜻한 해안과 갯벌이 겨울철 서식지다. 한국은 이 긴 여정의 중간 기착지로, 특히 봄과 가을철 서해안 갯벌에서 이들을 만날 수 있다. 고창 갯벌, 서천 유부도, 강화도 갯벌은 붉은어깨도요가 즐겨 찾는 대표적인 장소다.
붉은어깨도요는 멸종위기종으로, 그 귀한 가치를 인정받는다. 2018년 환경부는 이 새를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으로 지정했다. 개체 수가 줄어드는 이유는 서식지 파괴와 기후 변화 때문이다. 번식지인 툰드라의 기온이 올라가면서 생태계가 변화하고, 갯벌과 습지가 개발로 사라지며 먹이를 찾기 어려워졌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에 따르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267종 중 붉은어깨도요는 보호가 시급한 종에 속한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도 이 새는 취약(Vulnerable) 등급으로 분류된다. 한국에서는 갯벌 보호와 철새 모니터링을 통해 이들을 지키려는 노력이 이어진다.
붉은어깨도요의 먹이는 주로 갯벌에 사는 작은 생물이다. 게, 갯지렁이, 조개 같은 무척추동물이 주요 식단이다. 부리로 갯벌 표면을 쿡쿡 찔러 먹이를 찾아낸다. 때로는 물속에 부리를 넣고 좌우로 흔들어 작은 갑각류나 곤충 유충을 잡는다.
이 새는 갯벌의 퇴적물이 부드럽고, 생물이 풍부한 곳을 선호한다. 이런 특성 덕분에 한국 서해안 갯벌은 붉은어깨도요에게 최적의 먹이터로 꼽힌다. 먹이 활동은 주로 썰물 때 활발하다. 물이 빠지면 갯벌이 드러나고, 이때 먹이가 쉽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이 새의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는 놀라운 항해 능력이다. 붉은어깨도요는 GPS도 없이 1만 km 이상을 날아 정확히 목적지에 도착한다. 과학자들은 이들이 지구 자기장, 별자리, 태양의 위치를 활용해 방향을 찾는다고 본다.
또 다른 재미있는 점은 이 새의 짝짓기 행동이다. 번식기 수컷은 하늘을 날며 날개를 빠르게 흔들고, 특유의 울음소리를 낸다. 이때 들리는 소리는 마치 작은 방울 소리 같아, 현지에서는 ‘벨새’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한편, 전북 고창군은 붉은어깨도요를 5월 ‘고창갯벌 이달의 새’로 7일 선정했다. 고창군은 고창갯벌센터 인근 복원지와 쉐니어 모래언덕 일대에서 붉은어깨도요를 관찰할 수 있다고 이날 밝혔다. 이 새는 매년 5월부터 10월까지 해당 지역을 찾는다.
최순필 고창군 세계유산 과장은 뉴스1에 “붉은어깨도요를 통해 고창갯벌의 생태적 의미와 멸종위기종 보호의 중요성을 대중에게 더 널리 알리겠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