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던 음식이었는데…이제는 서민들의 간편식이라는 '한국 음식'
2025-05-08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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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엔 음식의 두께나 색깔까지 엄격하게 관리
과거엔 예전엔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는데 요새는 술안주로 인기인 한국 음식이 있다.

바로 '편육' 이야기다.
편육은 조선시대 궁중이나 양반가에서 중요한 행사나 연회가 있을 때 빠지지 않던 대표 음식이다. 이름 그대로 고기를 얇게 썰어낸 음식이라는 뜻을 지닌다. 주재료는 돼지고기나 소고기이며, 지방이 적당히 섞인 부위를 삶아 식힌 뒤 얇게 저며 접시에 곱게 배열했다. 음식의 모양과 단정한 배치가 중요했던 궁중에서는 편육의 두께나 색감까지 엄격하게 관리했다.
‘편(片)’은 얇게 썬다는 뜻, ‘육(肉)’은 고기를 뜻한다. 조선시대 궁중과 양반가의 의례상에 자주 오르던 음식으로, 맛뿐 아니라 단정한 모양과 정갈한 배치가 중요했다. 궁중에서는 소머리, 돼지머리, 사태, 양지 등 부위를 고루 활용했고, 뼈를 발라내 육수를 우린 뒤 고기를 찬물에 식혀 얇게 썰었다.
《규합총서》와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등 고조리서에 따르면, 편육은 단순히 삶은 고기가 아니었다. 육수를 만들기 위해 파, 마늘, 생강, 된장 등을 넣고 푹 끓인 뒤, 기름기를 걷어낸 육수에서 고기를 건져냈다. 고기 표면에 양념이 배도록 적당히 간한 후 썰어 냈고, 때로는 잣가루나 실파를 곁들여 장식하기도 했다. 그 자체로 ‘상징성 있는 음식’이었으며, 격식 있는 자리에만 올릴 수 있는 품목으로 여겨졌다.
◈ ‘술안주’로 재해석된 고급스러운 한 접시

현대에 와서 편육은 주로 술안주로 소비된다. 특히 돼지고기 편육은 지방층과 살코기가 고르게 분포된 삼겹살이나 오겹살 부위를 사용해 고소한 맛을 살리는 데 집중한다. 대형마트와 정육점에서도 ‘편육용’으로 손질된 고기를 판매할 만큼 수요가 꾸준하며, 간편하게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을 수 있는 가정간편식(HMR) 제품도 출시돼 있다.
대중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은 뒤에는 양념도 달라졌다. 초간장이나 새우젓, 들깨소스 등과 함께 곁들이는 경우가 많으며, 생마늘이나 배추와 함께 쌈으로 즐기기도 한다. 주점이나 막걸리 전문점에서는 명태회무침, 묵은지 등과 함께 세트로 제공되며, 한식 밥상에서는 백김치와 함께 담백한 반찬으로 쓰이기도 한다.
조리법도 간소화돼 압력솥이나 슬로우쿠커를 이용해 시간과 노동력을 줄인 방식이 보편화됐다. ‘익숙하지만 특별한’ 느낌을 살려 술자리의 격을 높이는 메뉴로 기능하면서도, 여전히 전통을 간직한 음식이라는 점에서 오랜 인기를 누리고 있다.
◈ 궁중음식의 현대화…편육만 남은 게 아니다

편육 외에도 궁중의 격식 있는 음식들은 현대인의 입맛과 식문화에 맞춰 다양한 방식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수육은 ‘족발’이나 ‘보쌈’ 형태로 대중화됐고, 어만두는 일부 한식 레스토랑에서 코스요리로 제공되며 정갈한 식전 음식으로 변모했다. 잣전과 육전은 추석이나 설날 같은 명절 음식으로만 국한되지 않고, 간단한 도시락 반찬이나 집들이 요리로 재조명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