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참한 현실…진짜 다 오르는데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 급하락 중인 농작물
2025-05-0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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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해 전국 음식점 폐업 건수 사상 최대치 기록
사 먹는 것과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게 별 차이가 없을 만큼 식품 물가가 치솟는 가운데 유일하게 일부 식재료만 지난해보다 가격이 크게 떨어져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민들의 대표적인 음식이던 냉면조차 가격이 급상승하며 외식 물가가 고공 행진하는 와중에 식품 물가까지 상승해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한국 가정식에 빠지지 않는 식재료인 대파와 고추의 가격이 무섭게 내려가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연이은 폐업으로 식당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지난 8일 MBC 보도에 따르면 400여 농가가 고추를 재배하지만 최근엔 고추를 팔아도 남는 게 거의 없다. 난방비는 지난해보다 30%, 농자재 가격은 10% 이상 생산 비용이 오른 데다가 고추 수요마저 줄어 헐값에 넘기고 있는 까닭이다.
한 고추작목회장은 "(중매인도) '내가 오늘 10상자를 사 가면 1상자밖에 못 판다. 9상자가 재고로 남을 정도로 너무 소비가 안 된다'(고 한다) 농가들은 생산비는 올라가는 반면에 수확물 가격은 떨어지니까…"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수확한 고추를 포장해서 전국으로 보내는 공판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1등급 품질의 고추 역시 지난해보다 가격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바람에 할인 행사로 겨우 처분하는 상황이다.
서울 가락시장 청양고추 10kg 가격은 2만 7000원 수준으로 1년 전보다 53%나 떨어졌으며 대파와 당근도 50% 이상 추락했다.

이날 농산물유통 종합정보시스템 '농넷'에 따르면 붉은 고추 100g의 소매가격은 전년 대비 32.49% 하락한 1065원을 기록했다. 월별로 보면 지난해 5월 가격은 2655원이었으나 현재 가격은 2182원, 지난해 4월 3456원이었으나 현재 가격은 2598원, 지난해 3월 가격은 2801원이었으나 현재 가격은 2411원이었다.
또 건고추 600g의 소매가격은 전년 대비 5.61% 하락한 1만 7689원을 기록했다. 월별로 보면 지난해 5월 가격은 1만 8736원이었으나 현재 가격은 1만 7689원, 지난해 4월 가격은 1만 8671원이었으나 현재 가격은 1만 7749원, 지난해 3월 가격은 1만 8564원이었으나 현재 가격은 1만 7666원이었다.
다른 식재료들의 가격은 치솟지만 일부 농산물의 가격이 폭락하는 배경에는 자영업 불황의 여파가 있다. 대파와 고추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식당들이 잇달아 폐업하면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이에 따라 맛집으로 소문이 자자하던 식당들 역시 재료 소비량이 예전 같지 않아 근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들은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저녁 장사를 접는 날이 늘었다고 털어놓는다. 한 음식점 대표는 "소주도 한잔하고 이렇게 와서 먹고 가고 해야 하는데 아예 저녁에 (손님이) 없어졌다. 한 (오후) 7시 정도 되면 없다, 손님이. 그나마 낮에 (주변에) 공사하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장사가 된다)"라고 하소연했다.
실제 지난 한 해 일반음식점(7만 2512곳)과 휴게음식점(3만 5014곳)을 합쳐서 전국 음식점 10만 7526곳이 폐업했다. 이는 사상 최대치다. 그중에서도 지난해 12월 30일 하루 간 서울에서 문을 닫은 일반음식점만 113곳이다. 이날 신고 건수는 12월 하루 평균 건수(50건)를 훌쩍 넘은 셈이다. 여기서 휴게음식점은 술과 음식을 함께 팔 수 없는 곳을 말한다. 김밥과 분식을 파는 일반조리판매 업소나 편의점 내 휴게음식점, 커피숍, 푸드트럭 등이 휴게음식점 인가를 받는다.
폐업률은 4년 연속 상승해 왔지만 지난해는 유독 심했다. 행정안전부발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인허가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일반음식점의 폐업률은 10.4%로 '신용카드 대란', '신용불량자 급증'이 심했던 2005년(11.2%) 이후 가장 높았다. 휴게음식점의 폐업률도 17.3%로 2005년(17.9%)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지난해에는 인허가 수보다 폐업 수가 5374곳이나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음식점 수가 감소한 것은 2008년 이후 16년 만의 일이며 이는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다. 보통 요식업계에서는 음식점이 폐업하는 동시에 새 업소가 또 문을 여는 게 통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