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의심…옆나라 텃새인데 한국서는 75년 만에 두 번째로 발견된 초희귀새

2025-05-09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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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마지막 공식 기록 1949년 2월 13일

아주 오래전 한국에서 발견됐던 희귀새가 지난해 다시 국내에 모습을 드러낸 뒤 국내 전문가 사이에서 해당 새가 발견된 곳에 대한 보호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 사라진 것으로 알려진 뿔호반새 / 생태사진작가 임재수 씨 제공=뉴스1
국내에서 사라진 것으로 알려진 뿔호반새 / 생태사진작가 임재수 씨 제공=뉴스1

지난해 11월 26일 경남 지리산 자락의 하천에서 75년 만에 공식적으로 뿔호반새가 관찰됐다. 뿔호반새(Megaceryle lugubris)는 몸길이 약 38cm로, 한국에서 관찰되는 물총새과 조류 중 가장 큰 종이다. 머리 위에 인디언 왕관처럼 뾰족하게 솟은 깃털이 특징이다. 당시 지리산에서는 검은색 바탕에 흰 반점이 조밀한 날개와 옅은 적갈색 무늬가 있는 수컷이 촬영돼 전국 조류 전문가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이 새는 보통 수심이 얕고 물이 흐르는 산간 계곡이나 호숫가에서 서식하며 물고기를 잡아먹고 하천가 흙 벼랑에 구멍을 파서 둥지를 짓는다. 경계심이 매우 강해 접근이 어렵고 한 개울에 한 쌍만 서식하는 습성이 있다. 국내에서의 마지막 공식 기록은 1949년 2월 13일 서울에서 채집된 개체로, 이후 75년간 자취를 감췄다가 이번에 지리산에서 다시 확인됐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텃새로 남아 있지만 한국에서는 희귀한 겨울 철새로 간주한다. 이번 발견은 지리산 하천이 여전히 우수한 생태 환경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평가된다. 해당 지역에는 수달, 호사비오리, 멸종위기 어류 등 다양한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이 함께 서식하고 있다. 그러나 하천 준설, 축산 폐수 등으로 생태계 훼손 우려가 커지고 있어 전문가들은 지리산 일대의 생태경관보전지역 지정과 보전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뿔호반새가 지리산 자락에서 75년 만에 발견된 주요 이유는 해당 지역의 하천 환경이 이 새의 생태적 요구 조건을 잘 충족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뿔호반새는 보통 수심이 얕고 물이 흐르는 울창한 산간 계곡이나 호숫가에서 서식하며 물고기를 잡아먹고 하천가 흙 벼랑에 둥지를 짓는 습성이 있다.

뿔호반새가 발견된 지리산 자락의 하천은 모래와 바위가 많고 수심이 얕으며 인간의 간섭이 비교적 적고, 멸종위기 어류와 수달 등 다양한 야생동물이 함께 서식하는 생태적으로 건강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조건들은 뿔호반새가 안정적으로 먹이를 구하고 번식할 수 있는 최적의 서식지를 제공한다. 전문가들은 뿔호반새가 월동을 위해 국내로 날아왔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지리산 일대는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될 만큼 생물다양성이 풍부하고 오염과 훼손이 상대적으로 적어 희귀 조류가 다시 나타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지리산에서 관찰된 뿔호반새 / 생태사진작가 최상두 씨 제공=연합뉴스
지리산에서 관찰된 뿔호반새 / 생태사진작가 최상두 씨 제공=연합뉴스

뿔호반새는 몸길이가 약 37.5~38cm로, 한국에서 관찰되는 물총새과 조류 중 가장 큰 종이다. 머리 위에는 인디언 추장 모자처럼 뾰족하게 솟은 댕기 깃이 있어 마치 뿔이 달린 것처럼 보이는데 이 깃털이 이름의 유래다. 등은 검은색 바탕에 흰 점이 찍혀 있고 배는 하얗다. 수컷은 목과 가슴 쪽에 옅은 적갈색 무늬가 있으며 암수는 대체로 비슷하게 생겼으나 수컷은 가슴 부위에 노란색, 암컷은 흰색을 띠는 차이가 있다. 전체적으로 검은색과 흰색의 강렬한 대비를 보여 북한에서는 '알락호반새'로도 불린다. 몸의 깃털은 여러 층으로 이뤄져 있고 깃털 사이에 공기층이 있어 물속에 들어가도 몸이 잘 젖지 않는다. 덕분에 연속적으로 잠수 사냥이 가능하다.

뿔호반새는 주로 나뭇가지나 바위에 앉아 있다가 주변을 관찰하고 먹잇감이 나타나면 쏜살같이 물속으로 뛰어들어 사냥하는 방식을 취한다. 주 먹이는 소형 물고기와 갑각류 등 수생생물이며 잡은 물고기는 바닥에 내리쳐 기절시킨 뒤 먹는다. 하천 생태계에서 뿔호반새는 최상위 포식자는 아니지만 중상위권 포식자로서 어류와 수생생물의 개체수를 조절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주 서식지는 수심이 얕고 물이 흐르는 울창한 산간 계곡, 호숫가, 청정한 하천 등이며 물살이 느리고 먹잇감이 풍부한 곳을 선호한다. 한 지역의 개울에 한 쌍만 서식할 정도로 영역성이 강하고 개체 밀도가 낮아 관찰이 어렵다.

뿔호반새 보호를 위한 주요 조치로는 서식지 접근 최소화 및 탐조 자제가 우선된다. 뿔호반새는 매우 예민한 새로, 서식지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면 스트레스를 받아 자리를 떠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사진 촬영이나 탐조 등 인간의 접근을 최소화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하천 및 주변 환경 보전도 필수적이다. 뿔호반새가 발견된 지리산 자락 하천은 멸종위기 어류, 수달 등 다양한 희귀종이 함께 서식하는 생태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다. 하천 준설, 축산 폐수 방류, 오염 등 인간 활동으로 인한 생태계 훼손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환경 보호와 관리가 요구된다.

뿔호반새가 지난해 경남 산간의 한 계곡에서 발견된 모습 /     생태사진작가 임재수 씨 제공=뉴스1
뿔호반새가 지난해 경남 산간의 한 계곡에서 발견된 모습 / 생태사진작가 임재수 씨 제공=뉴스1

전문가들은 뿔호반새가 나타난 하천 일부 구간을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해 법적 보호와 체계적 관리를 강화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는 뿔호반새뿐 아니라 다양한 야생동물의 서식지 보전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뿔호반새와 같은 희귀종의 보호를 위해서는 지자체와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관리도 필수적이다. 하천 훼손 중단, 오염 저감 대책, 지속적인 모니터링 등 실질적인 보호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현재 뿔호반새는 천연기념물이나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있지 않지만 이번 발견을 계기로 법적 보호종 지정 여부를 검토할 필요도 제기되고 있다.

뿔호반새는 지리산 자락에서 발견된 여러 희귀종 및 멸종위기종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이 새가 발견된 하천은 단순히 뿔호반새만의 서식지가 아니라 다양한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 야생생물이 함께 살아가는 생태적으로 중요한 공간이다. 이곳에는 여울마자, 모래주사, 꼬치동자개, 얼룩새코미꾸리, 큰줄납자루 등 멸종위기 어류와 함께 수달, 삵, 담비 같은 포유류, 남생이 등 파충류도 서식하고 있다. 조류로는 호사비오리(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천연기념물), 흰꼬리수리, 흰목물떼새, 잿빛개구리매, 참매, 수리부엉이, 팔색조, 원앙 등 다양한 희귀 조류가 이 지역에서 함께 관찰된다.

이처럼 뿔호반새가 발견된 지리산 하천은 생물다양성이 매우 풍부한 지역으로, 여러 희귀종과 멸종위기종이 공존하는 생태계의 핵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뿔호반새의 출현은 이 지역의 생태 환경이 여전히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이며 뿔호반새 보호는 곧 이 지역 전체의 희귀종과 멸종위기종 보호로 이어진다. 이는 생태계 보전의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사례로 의미를 가진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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