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서 맛있긴 한데... 많이 먹으면 절대 안 되는 한국 나물
2025-05-0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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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식하면 배탈... 기품 있는 자태로 널리 알려진 나물
봄바람이 산자락을 스칠 때 응달진 숲속에서 고개를 숙이며 핀 노란 꽃을 만날 때가 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뭔가 품위 있게 보이는 이 꽃을 매단 식물의 이름은 윤판나물이다. 한국의 산과 들에서 자라는 윤판나물은 나물로, 약으로, 차로 사람들의 삶에 스며들었다. 윤판나물에 대해 알아봤다.
이름에 얽힌 사연
윤판나물이라는 이름은 두 가지 이야기에서 뿌리를 내렸다. 첫 번째는 꽃의 자태에서 왔다. 연한 노란 꽃이 고개를 숙인 모습이 기품 있게 보인다. 마치 학식 높은 판서가 겸손히 고개 숙이듯 보인다. 그래서 윤판나물이라고 불렀다. 두 번째는 지리산의 풍습에서 비롯됐다. 지리산 주변에서는 귀틀집을 윤판집이라 부른다. 윤판나물의 꽃송이를 감싸는 두 장의 초록 잎이 윤판집 지붕을 닮았다. 이 모습이 이름을 지어줬다. 두 사연 모두 윤판나물이 자연과 사람의 삶에 깊이 뿌리박혔음을 말해준다.
어디서 자라고 언제 만나는가
윤판나물은 한국 중부 이남의 산지 숲속과 들판에서 자란다. 제주도와 울릉도를 제외한 전역에서 볼 수 있다. 중국과 일본에도 퍼져 있다. 반그늘진 숲속이 이 식물의 터전이다. 보수력 좋고 배수 잘 되는 유기질 많은 땅을 선호한다. 줄기는 40~60cm로 곧게 선다. 윗부분에서 가지가 갈라진다. 잎은 긴 타원형이다. 끝이 뾰족하고 잎자루가 없다. 줄기를 반쯤 감싼다. 3~5개의 잎맥이 평행으로 뻗는다. 제철은 4~6월이다. 이때 가지 끝에 1~3송이의 노란 꽃이 밑을 향해 핀다. 꽃은 통 모양이다. 위쪽만 살짝 벌어져 수줍게 보인다. 5월이 지나면 지름 1cm 정도의 검은 장과 열매가 익는다. 수림 사이의 습윤한 반그늘이 이 식물에 최적이다. 공원이나 정원에서 낙엽수 아래 지피식물로 심어도 잘 자란다.
맛과 요리, 효능의 세계
윤판나물은 봄철 식탁을 풍성하게 한다. 어린잎과 순은 부드럽고 달다. 둥굴레와 비슷하지만 더 섬세한 맛이다. 다만 많이 먹으면 배탈(설사)이 나는 것으로 알려진 나물인 만큼 적당히 즐기는 게 좋다. 나물로 먹을 때는 4월쯤 어린 순을 채취한다. 소금물에 살짝 데친다. 데친 나물은 삶아서 하루 정도 물에 우려낸 뒤 무친다. 간장, 참기름, 다진 마늘, 깨소금을 넣어 무친다.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밥과 어울린다. 기름에 볶아도 좋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순을 넣는다. 소금 약간으로 간한다. 아삭한 식감이 살아난다. 된장국에도 잘 맞는다. 멸치 육수에 된장을 풀고 순을 썰어 넣는다. 끓이면 깊은 풍미가 우러난다. 꽃은 그늘에서 말린다. 뜨거운 물에 우려 차로 마신다. 은은한 향이 마음을 달랜다.
약용으로도 귀하다. 뿌리줄기를 여름에서 가을에 캔다. 햇볕에 말린다. 이를 석죽근이라 부른다. 기침을 멎게 한다. 가래를 줄인다. 폐를 보호해 폐결핵이나 폐기종에 쓰인다. 장염과 치질에도 효과 있다. 식체를 내리는 데도 도움된다. 말린 약재 5~10g을 200cc 물에 달인다. 서서히 끓여 복용한다. 외용 시 짓찧어 바른다. 연구에서 윤판나물 추출물은 강심작용을 보였다. 하지만 유효성분은 아직 미확인이다.
윤판나물은 원예로도 사랑받는다. 식용보다 원예용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사람도 많다. 정원이나 분화로 키우기 좋다. 잎과 줄기의 선이 정적이다. 키를 작게 유지하려면 마사토에 심는다. 배수와 통기가 중요하다. 다른 식물과 함께 심을 때는 공생식물을 고려한다.
윤판나물은 둥굴레, 윤판나물아재비와 비슷하다. 꽃 색깔로 구분한다. 윤판나물은 노란 꽃이다. 둥굴레와 윤판나물아재비는 흰 꽃이다. 큰애기나리와도 헷갈린다. 큰애기나리는 흰 꽃에 노란 수술이 드러난다. 윤판나물은 통 모양 꽃이라 수술이 숨겨져 있다. 번식은 종자나 분주로 한다. 10월에 종자를 채취한다. 과육을 분리하고 모래에 파종한다. 발아가 잘 된다. 분주는 가을에 근경을 나눈다. 3년차에 꽃이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