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에 딱 2마리만 있다… 지구상에서 멸종할 위기 놓인 '한국 동물'
2025-05-09 17:52
add remove print link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멸종위기를 눈앞에 둔 '한국 동물'
전 세계에서 오직 한반도에만 서식하는 한국 동물 ‘한국꼬리치레도롱뇽’이 멸종위기를 눈앞에 두고 있다. 기후 변화와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이 맞물리면서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다. 강원일보가 9일 단독 보도한 내용이다.

매체에 따르면, 최근 강원도 삼척 환선굴에서 발견된 한국꼬리치레도롱뇽은 단 두 마리에 불과했다. 2005년만 해도 300마리 넘게 서식하던 도롱뇽은 2019년 절반 이하로 급감했고, 최근에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문제는 보호 체계의 부재다. 한국꼬리치레도롱뇽은 현재 ‘포획금지 야생동물’로만 지정돼 있어 멸종위기종이나 천연기념물로는 분류되지 않는다.
법적 보호 장치 없이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 종을 즉시 멸종위기종으로 격상하고, 주요 서식지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염노섭 한국생태보존네트워크 대표는 강원일보에 “국가 차원의 장기적인 개체 수 조사와 서식지 보전 대책이 시급하다”며 “국가의 생태 가치와 시민 삶이 공존하는 자연 보호 운동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꼬리치레도롱뇽은 수온 15도 이하의 찬물과 용존산소가 풍부한 환경에서만 살아남는다. 백두대간 일대의 계곡과 숲, 동굴, 바위틈 등 특정한 자연조건이 필수다. 때문에 기후 변화는 이들의 생존에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 실제로 2021년 발표된 ‘기후변화에 따른 한국꼬리치레도롱뇽 분포 예측’ 연구에 따르면, 현재와 같은 온실가스 배출이 이어질 경우 2100년 이후 이들의 서식지 98.52%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됐다. 사실상 지구상에서 한국꼬리치레도롱뇽이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한국꼬리치레도롱뇽은 양서류 도롱뇽과에 속하는 한반도 고유종으로, 학명은 Onychodactylus koreanus다. 2012년 계통분류학 연구를 통해 한반도 전역에 분포하는 이 도롱뇽이 다른 지역의 꼬리치레도롱뇽과 구분되는 별개의 종임이 밝혀졌다. 특히 제주도를 제외한 남한과 북한의 산간 계곡에서 발견되며, 강원도 영월군 내리계곡에서는 2004년 세계 최초로 집단 산란지가 확인되기도 했다.
이 도롱뇽의 역사를 살펴보면, 과거에는 한국 전역의 산지 계곡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하지만 20세기 후반부터 등산로 개발, 산림 벌채, 계곡 오염 등으로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개체 수가 급격히 줄었다. 당초 한국꼬리치레도롱뇽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됐으나, 1998년부터 법적 보호 대상에서 해제된 뒤 현재는 포획금지종으로만 관리되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에서는 관심필요종(LC)으로 분류되지만, 기후변화와 서식지 감소로 인해 실제 멸종 위협은 이보다 심각하다.
한국꼬리치레도롱뇽은 독특한 생김새가 매력적이다. 몸길이는 수컷이 17~18cm, 암컷이 18~19cm로, 꼬리가 몸통보다 길어 전체 길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등 쪽은 누런빛이 도는 갈색 바탕에 암갈색 점무늬가 촘촘히 박혀 있고, 배 쪽은 점무늬 없이 연한 색을 띤다. 머리는 작고 납작하며, 주둥이는 둥글고 눈은 위로 툭 튀어나와 있다.

번식기 수컷은 뒷다리 발톱이 까맣게 변하며, 마치 매니큐어를 칠한 듯 반짝이는 모습이 특징이다. 이 발톱은 알주머니를 붙잡아 다른 수컷의 접근을 막는 데 사용된다. 서구개치열(입 안쪽 치아 배열)이 활 모양으로, V자형인 다른 도롱뇽들과 구분된다.
이 도롱뇽의 주요 먹이는 곤충과 작은 무척추동물이다. 물속에서는 수서곤충, 특히 하루살이 유충이나 잠자리 유충 같은 수생 애벌레를 즐겨 먹는다. 육상에서는 지렁이, 거미, 쥐며느리, 개미, 딱정벌레 등을 잡아먹는다. 주로 밤에 활동하며, 낮에는 바위 밑이나 낙엽 아래 숨어 있다가 어두워지면 먹이를 찾아 나선다. 먹이 중 곤충류의 비율이 높아, 생태계 건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