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물 위에 생긴 거품, 걷어야 할까 냅둬야 할까…'맛'과 '건강' 다 살리는 꿀팁

2025-05-10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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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 위 거품, 알고 보면 요리의 비밀 무기
맛의 핵심 거품 제거 비법

찌개나 탕을 끓이다 보면 꼭 등장하는 존재가 있다. 바로 국물 위로 피어오르는 수상한 거품이다. 흰색, 회색, 누런 기름 섞인 방울까지. 얼핏 보면 찌꺼기 같아 ‘더러워 보이니 무조건 걷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거품, 무조건 걷었다간 국물 맛을 싹 잃고, 아무 생각 없이 두면 건강까지 놓칠 수 있다. 문제는 어떤 거품을 언제 걷느냐다.

끓고 있는 삼계탕 국물 / Caillou Wang-shutterstock.com
끓고 있는 삼계탕 국물 / Caillou Wang-shutterstock.com

◈ 고기 끓일 때 생기는 ‘첫 거품’, 무조건 걷어야 하는 이유

고기 국물에서 처음 올라오는 거품은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고기를 가열하면 단백질과 핏물, 지방이 열에 응고되며 불순물로 떠오른다. 이때 형성되는 첫 번째 거품은 핏물과 세포 잔여물, 육즙 속 이물질이 섞인 노폐물이다.

시간이 지나면 이 성분들이 육수에 다시 스며들어 잡내의 근원이 되고, 육수 맛을 탁하게 만든다. 특히 사골이나 수육처럼 오래 끓이는 국물일수록 초반에 생긴 거품을 제대로 걷어내지 않으면 텁텁한 맛이 강하게 남는다. 기름기만 걷어낸다고 끝이 아니다. 거품 제거 타이밍은 끓기 시작한 직후 10~15분 안이 가장 중요하다.

이 과정 하나로 국물의 인상이 바뀐다. “무슨 고기 써도 국물이 깔끔하다”는 평을 듣는 요리 비결은 사실 이 거품 제거 한 번에서 갈린다.

◈ 두 번째 거품부터는 ‘맛의 핵심’…무조건 걷으면 손해

문제는 그 이후에 올라오는 두 번째, 세 번째 거품이다. 이 단계의 거품은 고기에서 자연스럽게 분리된 단백질과 지방의 응고물로, 국물의 농도와 풍미를 만들어내는 주역이다.

순대국밥 / Hyung min Choi-shutterstock.com
순대국밥 / Hyung min Choi-shutterstock.com

특히 곰탕, 갈비탕, 육개장처럼 뽀얗고 진한 국물 요리는 이 단백질층이 있어야만 특유의 고소한 맛과 질감을 낼 수 있다. 이때까지 거품을 걷어버리면 고기 향과 감칠맛까지 함께 사라진다.

지나치게 맑은 국물은 깔끔해 보일 순 있지만, 깊은 맛이 없다. 전문가들은 “국물은 거울처럼 맑을 필요 없다, 오히려 미세하게 뿌연 기름막이 있어야 진한 맛이 살아난다”고 말한다.

◈ 해산물, 콩, 된장 들어간 국물은 예외…‘비린내와 찌꺼기’ 주의

모든 국물 요리에 같은 원칙이 적용되는 건 아니다. 꽃게탕, 조개탕, 해물탕처럼 해산물이 들어가는 탕류는 예외다. 이 경우 올라오는 거품은 단백질보단 비린내를 유발하는 해수 성분과 껍질에서 떨어진 미세 불순물이다.

이대로 두면 국물 전체에 비릿한 향이 퍼지므로 중간중간 거품 제거가 반드시 필요하다. 콩비지찌개, 된장국처럼 불순물이 많은 재료가 들어가는 국물도 마찬가지다. 표면에 뜨는 찌꺼기 거품은 ‘맛’이 아니라 ‘지저분함’이다.

또한 채수, 다시마 육수 등 식물성 국물의 경우 거품은 대부분 식이섬유와 천연 추출물로 인한 것이다. 이때는 거품이 거의 무해하므로 제거 여부는 취향에 따라 선택해도 무방하다.

가마솥 / Busan Oppa-shutterstock.com
가마솥 / Busan Oppa-shutterstock.com

국물 위 거품은 단순한 찌꺼기가 아니다. 그 안에 핏물도, 단백질도, 풍미도, 문제도 다 들어 있다. 타이밍과 재료를 보고 판단해야 ‘맛있고 건강한 한 숟갈’을 만들 수 있다. 무조건 걷는 것도, 무조건 두는 것도 답이 아니다. 국물 속 거품, 제대로 알아야 국물 맛이 산다.

home 김지현 기자 jiihyun121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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