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타 입은 한덕수, 정치 행보 이어가기 어려울 수도
2025-05-11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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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 당원의 뜻 겸허하게 수용”

국민의힘의 대선 후보 교체가 무산되면서 한덕수 예비후보의 대선 도전이 좌절됐다.
10일 치러진 국민의힘 전 당원 ARS 투표에서 김문수 후보에서 한덕수 후보로의 교체안이 근소한 차이로 부결돼 김 후보가 당 공식 대선 후보 자격을 되찾게 됐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투표 결과 발표 직후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세우려는 충정으로 당원의 뜻에 따라 내린 결단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당원 동지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며 "절차와 과정의 혼란으로 당원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단일화를 이뤄내지 못해 안타깝다“라며 ”모든 책임을 지고 제가 물러나겠다"며 즉각 사의를 표명했다.
'한덕수 후보로의 후보 변경에 찬성하십니까', '한덕수 후보자로 변경해 지명하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은 투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진행됐다. 투표 결과에 대해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수치를 밝힐 수 없지만, 근소한 차이로 후보 재선출 관련 설문이 부결됐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후보 변경을 위한 당원 투표가 부결된 데는 당의 민주적 절차와 당원들의 정서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강제 단일화에 대한 당원들의 거부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적 절차를 통해 이미 확정된 후보를 위에서 일방적으로 바꾸려는 시도에 당원들이 반감을 표시했을 가능성이 크다. 당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지도부 중심으로 급박하게 단일화가 진행된 점이 반감을 샀을 수 있다. 한 후보 측이 제시한 비전과 전략이 김 후보와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 명확히 보여주지 못한 것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조경태 의원 등은 투표가 부결된 직후 성명서를 발표해 “결국 당원들이 막아주셨다”라면서 "우리 당의 상식이 살아 있다는 걸 보여준 의미 있는 결론"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김 후보는 경선기간 내내 본인이 공언했던 단일화에 적극적으로 응하지는 않는 이중적인 모습으로 많은 당원의 신뢰를 저버렸다"면서도 "하지만 이를 이유로 후보를 기습 교체한 것은 정당사에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민주주의 파괴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선출되지 않은 임시체제인 비대위가 후보를 교체하는 월권적 행위를 한 것은 애초부터 정치적 정당성을 얻기 어려운 일이었다“라며 ”당원 투표를 통해 이 또한 입증됐다고 본다"고 했다.
대선 출마를 위해 입당까지 한 한 후보는 치명적인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다. 당 지도부와 상당수 의원들의 지원 속에서도 당원들의 마음을 얻는 데 실패함으로써 향후 정치적 행보에 큰 제약을 받게 됐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당에 분란만 일으켰다는 일각의 비판 여론과 함께 나이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의미 있는 정치 행보를 이어가기 어려운 게 아니냔 말이 나온다.
한 후보 캠프 측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한 후보는 김 후보와 국민의힘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를 거두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며 "국민과 당원의 뜻을 겸허하게 수용하겠다"고 전했다.
김 후보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제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며 "즉시 선대위를 출범시키고 빅텐트를 세워 반이재명 전선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