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권성동의 후보 교체 작전, 대혼란만 안긴 채 실패로

2025-05-11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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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동안 국힘 후보 김문수서 한덕수로 바뀌었다가 다시 김문수로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 뉴스1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 뉴스1

국민의힘 지도부의 대선 후보 교체 시도가 극심한 혼란을 야기한 끝에 약 24시간 만에 실패로 돌아갔다.

당 지도부는 경선을 통해 선출된 김문수 후보가 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 전까지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와의 단일화 합의를 거부하자 9일 밤부터 후보 교체 작업에 착수했다. 김 후보는 15~16일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를 고수했다.

한 후보 측과 김 후보 측 간의 단일화 협상이 결렬된 이후 지도부는 9일 자정 무렵 비상대책위원회와 당 선거관리위원회 회의를 연속으로 열어 김 후보의 대선 후보 지명을 취소하고 한 후보의 입당과 후보 등록 과정을 차례로 진행했다.

이양수 당 선거관리위원장은 10일 새벽 김 후보의 지명 취소 공고와 새로운 대통령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공식 발표했다. 한 후보는 오전 3시 30분쯤 국민의힘에 입당해 책임당원 자격을 얻었다고 공표했다.

오전 3시부터 4시까지 후보 등록을 받을 결과 한 후보만 단독으로 후보 등록을 신청했고, 김 후보는 후보 자격을 상실하게 됐다.

하룻밤 새 급박하게 후보 교체를 강행한 지도부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려고 10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모든 당원을 대상으로 한 후보를 대선 후보로 지명하는 것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묻는 ARS 투표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내부적으로 심각한 분열과 갈등 상태에 빠졌다.

김문수 후보는 10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밤 비상대책위원회가 국민과 당원들의 선택으로 정당하게 선출된 나의 대선 후보 자격을 불법적인 방식으로 박탈했다"며 강력히 항의했다.

김 후보는 즉각 서울남부지법에 국민의힘의 후보 지명 철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그는 직접 심문에 참석해 "정당은 기본적으로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돼야 하는데, 당이 새벽에 내가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후보 지명을 취소하고 다른 인물을 후보로 선정했다"고 주장했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10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뼈를 깎는 아픔으로 이러한 결단을 내렸다"며 "김 후보가 지도부에 대한 근거 없는 비판과 허위 주장을 계속하며 갈등을 조장했다"고 맞받아쳤다.

김 후보와 지도부 간의 첨예한 대립이 계속되는 가운데, 당내에선 지도부의 일방적인 후보 교체 시도에 강력히 반발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특히 대선 경선에 참여했던 주요 인사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당 지도부를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한동훈 전 대표는 "북한도 이런 방식은 취하지 않는다"고 지적했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한밤중에 후보를 강탈하는 방식으로 자멸의 길을 택했다"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은 "말도 안 되는 막장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며 나경원 의원은 "이는 국민의힘다운 모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원 투표가 끝나기 전인 10일 오후 7시쯤 김 후보 측과 한 후보 측은 재차 단일화 협상을 시도했으나 최종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김 후보 측은 당 중진들이 제시한 중재안을 기반으로 '역선택 방지 조항'을 50%만 반영한 '100% 일반 국민 여론조사' 방식을 제안했으나, 한 후보 측은 K-보팅 시스템을 활용한 전체 당원 투표를 주장하며 평행선을 달렸다.

단일화 협상이 결렬되자 지도부는 10일 오후 11시쯤 비대위 회의를 소집해 당원 투표 결과를 확인했다. 후보 교체 반대 의견이 찬성보다 근소하게 우세했다. 결국 비대위에서 가결됐던 후보 교체 안건이 부결됐다.

후보 교체를 주도했던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기자들 앞에서 "단일화를 이루지 못한 것이 매우 유감스럽다. 이는 전적으로 내 부족함 때문이다“라면서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권 비대위원장과 함께 김 후보를 끌어내리려 한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 측에서도 권 원내대표와는 함께 갈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후보는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공식 등록할 예정이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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