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먹으면 성공”…해외에서 1조 매출 돌파하며 전세계 휩쓴 '한국 라면'

2025-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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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디비 챌린지 이후 많은 외국인들 따라해

우리나라의 매운맛에 도전하는 '챌린지 열풍'이 전 세계적인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라면 / norikko-shutterstock.com
라면 / norikko-shutterstock.com

그 중 매운맛 라면으로 유명한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 그 중심에 있다.

2023년 기준 불닭볶음면의 연간 판매량은 약 14억8000만 개로 집계됐고, 이 중 13억 개는 해외에서 소비됐다. 전체 판매량의 88%가 국외 수요에서 발생한 셈이다. 이는 한국 라면 시장을 넘어 ‘K-푸드’ 전체를 대표하는 상품으로 성장했다는 의미다.

또한 지난해 삼양식품 해외 매출은 1조3359억원으로 전년대비 65% 증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해외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해외에서 벌어지는 ‘불닭볶음면 챌린지’가 열기를 더하고 있다.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등에서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불닭볶음면을 먹는 콘텐츠를 올리고,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한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인도네시아 등 국가를 가리지 않는다. 단순한 규칙이 핵심이다. 맵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먹으면 ‘성공’이라는 룰이 시청자에게 직관적으로 전달된다. 입안이 타오르고, 눈물을 흘리고, 얼굴이 붉어지는 장면이 반복되며 도전 영상의 상징처럼 소비되고 있다.

불닭볶음면은 전 세계에 ‘K-매운맛’을 알리는 입문 메뉴가 됐다. 이를 통해 많은 외국인들이 떡볶이, 매운 치킨, 김치찌개 등 한국의 매운 음식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라면 한 그릇이 새로운 식문화의 문을 여는 계기가 된 것이다.

불닭볶음면의 매운맛 강도는 스코빌 지수 4400으로, 청양고추 수준이다. 매운맛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통증으로 느껴질 정도다. 실제로 미국에선 불닭볶음면 두 개를 한꺼번에 먹은 뒤 병원에 실려간 사례도 보고됐다. 말레이시아, 덴마크 등에서는 제품이 일시적으로 리콜 조치를 받기도 했다.

매운 볶음 라면 / MERCURY studio-shutterstock.com
매운 볶음 라면 / MERCURY studio-shutterstock.com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관심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매운맛의 주성분인 캡사이신은 통각을 자극하고, 이 자극이 뇌에서 엔도르핀을 분비하게 만든다. 고통 뒤에 찾아오는 쾌감이 ‘중독성’ 있는 맛으로 인식되며, 도전 콘텐츠로 확장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이 매운맛에 익숙한 국가로 자리 잡은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한국식생활문화학회지’는 1930년부터 2010년대까지 김치에 사용된 고추의 양을 조사해, 지난 80년간 그 양이 12배 증가한 사실을 밝혔다. 한국의 식생활이 전통적으로 매운맛 중심이 아니었다는 의미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한 맛의 선호가 아니라, 생존과 스트레스 해소에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국립민속박물관 안정윤 학예연구원은 2009년 논문을 통해 한국인의 매운맛 선호 현상을 사회적 맥락에서 분석했다. 6·25 전쟁 직후에는 빈곤과 기아로 인한 스트레스가, 2000년대 들어서는 청년 실업과 사회 불안이 다시 매운맛 선호를 자극했다. 그는 고추의 매운맛이 중독성과 엔도르핀 효과를 동반하며 스트레스 완화 수단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 Jirapan switch-shutterstock.com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 Jirapan switch-shutterstock.com

이처럼 스트레스 해소와 연결된 한국의 매운맛 문화는 세계 소비자에게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가를 막론하고 많은 이들이 반복되는 스트레스 속에서 일상의 자극을 찾는다. 불닭볶음면은 그 욕망을 정확히 겨냥했다. 그릇 하나로 단조로운 일상을 깨고, 한계를 시험하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도전이 된다.

현재 불닭볶음면은 미국, 일본, 동남아, 중동 등 약 80개국에 수출 중이다. 지역 특성을 반영해 할랄 인증 제품도 함께 출시됐다. 삼양식품은 세계 각국 입맛을 겨냥한 신제품 개발과 현지화 전략을 통해 K-푸드 브랜드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한국 제품이라는 점과 단순히 맵다는 이유만으로 세계적인 반향을 이끌어낸 식품은 드물다. 불닭볶음면은 매운맛을 넘어, 인간의 생존 본능과 사회적 긴장 속 감정을 자극하는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확장됐다.

home 김지현 기자 jiihyun121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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