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정 ‘생태계 교란종’인데... 너무 맛있어서 재배하는 농가까지
2025-05-11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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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교란종인 동시에 맛잇는 식재료인 나물


상추의 야생 조상인 가시상추는 국화과 왕고들빼기속에 속하는 한해살이 또는 두해살이 식물이다. 유럽과 북아메리카가 원산지다. 한국에는 1978년 김포공항에서 처음 발견됐다. 이후 도로를 따라 급속히 퍼졌다. 현재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서울을 비롯한 중부와 남부지방의 도로변, 빈터, 논밭, 항만, 쓰레기매립지에 무성하다. 높이는 20~130cm까지 자란다. 줄기는 곧게 서며, 윗부분에서 가지가 갈라진다. 아랫부분에는 가시 모양의 거친 털이 있다. 뿌리는 원기둥형으로 깊게 뻗는다. 긴 것은 2m에 달한다.
잎은 어긋나기 형태다. 잎자루가 없다. 긴 타원형 또는 피침형으로 길이 10~20cm, 폭 2~7cm다. 잎 끝은 뾰족하고, 기부는 줄기를 감싼다. 가장자리는 깃 모양으로 갈라지거나 거치가 있다. 특징적으로 잎 뒷면 주맥과 가장자리에 날카로운 가시가 줄지어 있다. 이 가시는 식물의 이름 유래이기도 하다. ‘serriola’는 라틴어로 ‘작은 톱’을 뜻한다. 잎과 줄기의 가시가 톱니처럼 생긴 데서 비롯됐다. 줄기나 잎을 자르면 흰 유액이 흐른다. 이 유액은 쓴맛을 낸다.
꽃은 7~9월에 핀다. 지름 1.2cm 정도의 머리모양 꽃차례는 6~12개의 노란 혀꽃으로 이뤄진다. 전체적으로 원추꽃차례를 형성한다. 열매는 수과다. 길이 3mm 정도로 담갈색이다. 4~8mm 길이의 부리 모양 돌기가 있다. 씨앗에는 민들레처럼 백색 갓털이 달려 바람에 퍼진다. 이 구조 덕에 가시상추는 도로변을 따라 빠르게 확산한다. 자동차 바람이 씨앗을 멀리 날린다.
가시상추는 생태계 교란종이다. 2012년 환경부가 공식 지정했다. 제초제 저항성이 강하다. 번식력이 뛰어나다. 다른 식물이 자라기 힘든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버틴다. 상추를 해치는 해충이나 병원균의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토착 식물의 서식지를 위협한다. 가뭄 저항성 세균이 씨앗에 공생하며 가시상추 생존을 돕는다. 이 세균은 건조한 환경에서도 식물이 살아남게 한다. 가시상추의 침입 능력은 이렇게 생태학적 요인과 얽혀있다.
쌉싸름한 매력, 가시상추의 맛과 요리법
가시상추는 상추의 야생종이다. 겉보기는 다르지만 꽃대가 올라온 상추와 닮았다. 연한 잎은 식용 가능하다. 맛은 쌉싸름하다. 상추 특유의 아삭함이 있다. 늦여름이 지나면 잎과 가시가 단단해진다. 이때는 식감이 질겨진다. 제철은 봄에서 초여름이다. 어린잎이 부드럽고 쓴맛이 덜하다.
가시상추는 나물로 즐길 수 있다. 생으로 쌈을 싸 먹는다. 삼겹살과 쌈장에 곁들이면 쌉싸름한 맛이 고기와 어울린다. 데쳐서 나물무침으로 먹기도 한다. 참기름과 소금으로 간단히 버무린다. 김밥 재료로 활용하면 독특한 풍미를 더한다. 데칠 때는 살짝만 해야 한다. 맛있기에 일부 농가에서는 가시상추를 재배해 판매하기도 한다.
가시상추는 왕고들빼기와 비슷하다. 하지만 왕고들빼기는 뿌리가 통통하다. 식용으로 잎과 뿌리를 함께 쓴다. 가시상추는 뿌리가 가늘고 길다. 주로 잎만 먹는다. 왕고들빼기의 꽃은 지름 2cm 내외로 크다. 가시상추는 1.2cm로 작다. 잎 뒷면 주맥의 가시로 구분한다. 민가시상추는 잎 가장자리에 가시가 없다. 이 점도 구별 포인트다.
몸에 이로운 선물, 가시상추의 효능
가시상추는 상추와 비슷한 효능을 가진다. 위장병 예방에 도움을 준다. 변비 해소에 좋다. 당뇨병 관리에 유익하다. 치주염과 골다공증 예방에 효과적이다. 시력 약화 개선에도 기여한다. 항산화 성분이 있다. 염증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이 효능은 민간에서 전해진다. 과학적 연구는 아직 부족하다.
가시상추는 약용으로도 쓰일 수 있다. 흰 유액에 진정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유럽에서는 전통적으로 수면을 유도하는 데 사용됐다.
채소 상추의 품종 개량에도 기여한다. 가시상추는 질병과 해충 저항성이 강하다. 이 유전자는 상추와 양상추 품종 개발에 활용된다. 특히 유럽이나 서아시아산 가시상추가 연구에 유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