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봐도 아스파라거스인데... 알고 보니 '한국 산나물'이었다

2025-05-13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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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이 '한국 아스파라거스'.. 맛·식감이 아스파라거스 꼭 닮은 나물

봄바람이 산과 들을 스치며 부드러운 녹색을 깨울 때 비짜루 순이 조용히 고개를 내민다. 자라면 빗자루를 닮은 가느다란 잎과 붉은 열매로 산야를 장식하는 이 식물의 어린순은 아스파라거스를 꼭 닮았다. 한국의 아스파라거스로 불리는 비짜루 순 나물에 대해 알아봤다.

비짜루 순. 아스파라거스를 꼭 닮았다. / '텃밭친구' 유튜브
비짜루 순. 아스파라거스를 꼭 닮았다. / '텃밭친구' 유튜브

아스파라거스 / 유튜브
아스파라거스 / 유튜브

산과 들의 빗자루, 비짜루

비짜루는 백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높이 50~100cm로 자라며, 곧게 선 줄기 위쪽에서 가지가 갈라져 빗자루처럼 퍼진다. 잎처럼 보이는 가지는 3~7개가 모여 직각으로 나며, 좁은 선형으로 길이 0.5~2cm 정도다. 초승달처럼 휘고 끝은 가시처럼 뾰족하다. 뿌리는 지름 2~3mm로 점차 가늘어진다. 5~6월이면 연한 녹색 꽃이 줄기와 가지 마디에서 2~4개씩 다닥다닥 피어난다. 꽃자루는 1~2mm로 짧고, 꽃은 넓은 종 모양이다. 6~7월에는 지름 5~6mm의 둥근 붉은 열매가 익는다.

비짜루는 한국 전역의 산과 들에서 자란다. 제주도와 남부지방의 해안가에서도 흔히 만난다. 러시아, 몽골, 일본, 중국 동북부에도 분포한다. 산지의 비옥한 사질양토에서 잘 자라며, 보수력이 좋은 토양에서 굵고 건실한 순을 낸다. 천문동과 비슷해 혼동되지만, 비짜루는 가시가 덜 날카롭고 꽃자루가 짧다. 천문동은 주로 해안가에서 자라며 열매가 흰색으로 익는 반면 비짜루는 붉은 열매를 맺는다.

비짜루 / 국립생물자원관
비짜루 / 국립생물자원관

이름의 유래는 그 모습에서 비롯된다. 가느다란 가지가 빗자루처럼 퍼진 모양이 청소 도구를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옛날에는 크게 자란 비짜루를 묶어 빗자루로 썼다. 지역에 따라 노가지비짜루, 닭의비짜루, 덩굴비짜루, 비지깨나물, 밀풀이라고도 불린다. 경상도에서는 밀풀이라 부르며, 봄에 나는 어린 순을 아스파라거스처럼 즐긴다.

제철과 채취, 그리고 맛

비짜루의 제철은 봄이다. 4~5월이면 부드러운 어린 순이 올라온다. 이 순은 비지깨나물이라 불리며, 연하고 단맛이 감도는 산나물로 사랑받는다. 아스파라거스와 비슷한 식감과 맛을 지녔다. 채취할 때는 뿌리 근처에서 10~15cm 정도 자란 어린 순을 꺾는다. 너무 늦게 채취하면 질겨져 식감이 떨어진다.

비짜루 / 국립생물자원관
비짜루 / 국립생물자원관

맛은 부드럽고 은은하다. 단맛과 함께 살짝 씁쓸한 여운이 남는다. 데치면 아삭한 식감이 살아나고, 생으로 먹어도 풋풋한 향이 매력적이다. 비짜루는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비타민과 미네랄도 적지 않다. 사포닌과 플라보노이드 같은 성분은 몸에 이로운 효능을 더한다.

요리법으로 만나는 비짜루

비짜루 순은 다채로운 요리로 변신한다. 가장 흔한 방법은 데쳐서 나물로 먹는 것이다. 어린 순을 채취해 깨끗이 씻는다.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30초에서 1분 정도 데친다. 찬물에 헹궈 물기를 짠 뒤 간장, 참기름, 다진 마늘, 깨소금을 넣어 무친다. 고추장이나 된장을 약간 섞으면 감칠맛이 더해진다. 이 나물은 밥반찬으로 제격이다. 아삭한 식감과 은은한 단맛이 어우러져 입맛을 돋운다.

비짜루 순. 아스파라거스를 꼭 닮았다. / '화천산초' 유튜브
비짜루 순. 아스파라거스를 꼭 닮았다. / '화천산초' 유튜브

볶음 요리도 인기다. 데친 비짜루를 팬에 기름을 두르고 마늘을 볶아 향을 낸다. 비짜루를 넣고 간장과 설탕으로 간을 맞춘다. 고추나 당근을 함께 볶으면 색감과 맛이 풍부해진다. 이 볶음은 도시락 반찬으로도 좋다. 비짜루의 풋풋한 향이 볶는 과정에서 더 깊어진다.

국이나 탕에 넣어도 어울린다. 멸치 육수에 비짜루와 두부, 버섯을 넣고 끓인다. 된장으로 간을 하면 구수한 국물이 완성된다. 비짜루는 오래 끓이면 질겨지므로 마지막에 넣어 살짝 익힌다. 이 국은 봄철 입맛을 살려주는 가벼운 한 끼가 된다.

샐러드도 매력적인 선택이다. 생 비짜루 순을 얇게 썰어 오이, 당근과 함께 버무린다. 올리브 오일, 레몬즙, 소금으로 만든 드레싱을 뿌린다. 아스파라거스처럼 아삭한 식감이 샐러드에 생기를 더한다. 견과류나 치즈를 곁들이면 풍미가 한층 깊어진다.

튀김으로 즐기는 방법도 있다. 비짜루 순을 밀가루 반죽에 묻혀 기름에 튀긴다. 소금이나 고추장을 찍어 먹으면 바삭한 식감이 일품이다. 맥주 안주로도 손색없다. 튀김은 어린 순을 사용해야 부드럽다.

약재로도 빛나는 비짜루

비짜루는 식용뿐 아니라 약재로도 쓰인다. 한방에서는 용수체라 부른다. 뿌리와 지상부를 모두 약재로 활용한다. 뿌리는 사포닌, 아스파라긴, 당분을 함유한다. 맛은 쓰고 약간 따뜻한 성질을 띤다. 독성은 없다. 강장 효과가 뛰어나 몸을 튼튼히 한다. 기력을 북돋우고 간 기능을 개선한다. 숙취 해소에도 도움을 준다.

민간에서는 천식과 기침 치료에 썼다. 말린 비짜루를 달여 마시면 가래를 줄이고 기침을 완화한다. 사포닌과 플라보노이드는 항염증 작용을 한다. 피로 회복과 면역력 증진에도 기여한다. 뿌리는 약성이 더 강해 약용으로 선호된다.

비짜루는 천문동과 약효가 비슷하다. 천문동은 뿌리를 주로 약용으로 쓴다. 비짜루는 천문동 대용으로도 사용된다. 하지만 천문동은 가시가 굵고 짧아 채취 시 주의가 필요하다. 비짜루는 가시가 없거나 덜 날카로워 다루기 쉽다.

비짜루 순 / '화천산초' 유튜브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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