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에만 서식... 세계가 공식적으로 귀하다고 인정한 한국 나물

2025-05-14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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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슬로푸드생물다양성재단이 ‘맛의 방주’에 등재한 나물의 정체

물엉겅퀴 / 울릉군 제공
물엉겅퀴 / 울릉군 제공

울릉도의 푸른 산자락과 맑은 계곡을 걷다 보면 자줏빛 꽃을 머리에 이고 서 있는 식물을 만난다. 물엉겅퀴. 섬엉겅퀴, 혹은 울릉엉겅퀴로도 불리는 이 식물은 울릉도의 보물이다. 물엉겅퀴에 대해 알아봤다.

물엉겅퀴는 키가 1~2m까지 자라는 다년생 식물이다. 줄기에는 자줏빛이 감도는 골이 파인 능선이 특징이다. 뿌리잎은 꽃이 필 때쯤 사라지고, 가운데 잎은 피침 모양의 타원형으로 길이가 20~30cm에 달한다. 잎 가장자리는 대개 밋밋하거나 톱니 모양으로 갈라지며, 끝에는 1~2mm 크기의 가시가 돋는다. 이 가시는 육지 엉겅퀴와 달리 비교적 부드러워 채취 시 큰 위험은 없다. 8~11월이면 가지 끝에 지름 2~3cm의 자주색 두상화가 아래로 살짝 처지며 피어난다. 꽃을 감싸는 총포는 종 모양으로, 자줏빛이 돌며 거미줄 같은 털이 드문드문 붙어 있다. 열매는 수과다. 오갈색 관모가 바람에 실려 퍼진다.

물엉겅퀴 / 울릉군 제공
물엉겅퀴 / 울릉군 제공

울릉도 전역의 양지 바른 산지와 성인봉 주변에서 자란다. 종자와 포기나누기로 번식하며, 햇볕이 잘 드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잘 자란다. 하지만 개체 수가 많지 않아 환경부가 멸종위기 식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울릉도의 깎아지른 지형과 독특한 기후, 그리고 지리적 고립이 이 식물의 생태를 형성했지만 여러 요인이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울릉도의 습지 감소, 하천 유량 감소, 등산로 확장으로 인한 토양 침식, 귀화식물의 유입, 그리고 관광객의 무분별한 채취가 주요 원인이다. 특히 성인봉 주변의 중복 길가에서 자라는 개체들은 등산객의 발길에 쉽게 훼손된다. 염소 방목이나 석산 개발 같은 인위적 활동도 서식지를 위협한다.

물엉겅퀴 / 국립생물자원관
물엉겅퀴 / 국립생물자원관

울릉도 주민은 너나 할 것 없이 물엉겅퀴를 재배한다. 산속 깊은 곳에서 자라는 물엉겅퀴를 밭에 옮겨 심었다. 주민은 어린 잎과 순을 나물이나 국거리로 먹는다. 홍합밥이나 따개비밥을 손님에게 낼 때 함께 나오는 된장국을 대부분 엉겅퀴로 만든다. 식량이 없을 땐 죽을 쑤거나 밥 지을 때 함께 넣기도 했다. 엉겅퀴해장국은 지역 주민 사이에서 인기 있는 별미다. 닭고기와 물엉겅퀴를 넣어 조리한 물엉겅퀴닭개장도 있다.

울릉엉겅퀴협동조합은 2021년 물엉겅퀴를 활용한 소고기해장국과 새우된장국을 상품화해 쿠팡을 통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요리들은 물엉겅퀴의 담백하고 은은한 맛을 살려 울릉도의 향토 음식 문화를 알리는 데 기여했다.

물엉겅퀴 해장국 / 울릉군 제공
물엉겅퀴 해장국 / 울릉군 제공

물엉겅퀴 맛은 어떨까. 육지 엉겅퀴와 달리 가시가 거의 없어 부드럽고 달다.

물엉겅퀴는 2020년에는 국제슬로푸드생물다양성재단의 ‘맛의 방주’에 등재되며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국제슬로푸드생물다양성재단은 멸종위기에 놓인 종자나 음식문화유산 등을 찾아 기록함으로써 소멸을 막고 세계음식에 대한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1996년부터 맛의 방주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물엉겅퀴는 단순한 야생식물이 아니다. 한방에서는 ‘대계’라는 생약명으로 불리며, 뿌리는 가을에, 잎과 줄기는 꽃이 필 때 채취해 햇볕에 말려 사용한다. 정유, 알칼로이드, 수지, 이눌린 같은 성분이 함유돼 있어 지혈, 해열, 소종에 효과적이다. 감기, 백일해, 고혈압, 장염, 신장염, 토혈, 혈변, 산후조리, 대하증, 종기 치료에도 쓰인다. 특히 실리마린이라는 성분은 간 세포의 신진대사를 돕고 손상을 막아 간 건강에 도움을 준다. 연구에 따르면 물엉겅퀴는 고려엉겅퀴나 가시엉겅퀴보다 칼슘, 인, 칼륨, 마그네슘 같은 무기질 함량이 높아 영양 면에서도 뛰어나다.

물엉겅퀴는 울릉도의 자연과 사람을 잇는 다리다. 맛의 방주 등재를 계기로 이 식물은 울릉군의 차세대 소득 작물로 주목받았다. 울릉엉겅퀴협동조합의 상품화 성공은 지역 농업인들의 소득 증대에 기여함으로써 물엉겅퀴를 단순한 야생식물에서 경제적 가치를 지닌 자원으로 바꿨다. 하지만 그 인기가 역설적으로 자연산 물엉겅퀴 채취 압력을 높일 수 있기에 보호와 활용 사이의 균형이 중요하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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