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몇 마리나 잡아야…서울 이어 인천 일대에 출몰 중인 '위험 동물' 정체
2025-05-12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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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인천 도심에 출몰해 시민 안전 위협하는 동물
최근 인천 검단신도시에 무리 지어 나타나면서 시민 불안 높아져
서울과 인천 일대를 중심으로 들개 무리가 도심 곳곳에 출몰하면서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에서는 공격적인 성향의 들개들이 무리를 지어 돌아다니며 주민들의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어 포획 방식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천 검단신도시, 들개 출몰로 주민 공포 확산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일대에서는 들개 무리가 지속적으로 출몰해 주민들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2023년부터 올해 3월까지 서구청에 접수된 들개 관련 민원은 총 621건에 달하며, 대부분이 검단지역에서 발생했다. 특히 올해 들어 지난 3월 21일까지 접수된 민원만 73건으로 급증세를 보이고 있으며, 대부분 집 근처를 배회하는 들개 무리로 인한 안전 위협과 포획 요구에 관한 내용인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검단지역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고등학교 신축 현장에 들개 4마리가 돌아다니고 있다"는 글이 올라오는 등 들개 목격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이나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들개 무리가 농장 가축을 공격해 염소와 병아리가 폐사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들개 포획 건수 급증...하지만 개체수 조절은 역부족
인천시의 들개 포획 건수는 최근 3년간 급격히 증가했다. 2022년 100마리, 2023년 246마리, 2024년에는 429마리로 4배 이상 늘었으며, 이 중 서구가 147마리로 전체의 34%를 차지했다. 특히 서구청 경제정책과 집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 말까지만 52마리가 포획됐으며, 연말까지는 더 많은 개체가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서구는 현재 '한국 야생동물 서비스'라는 업체와 위탁계약을 체결해 검단 들개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해당 업체는 주로 '포획틀'을 사용해 개체수를 조절하고 있는데, 포획틀 안쪽에 먹이를 놓고 들개를 유인해 잡는 방식이다. 현재 서구 일대에는 11개 정도의 포획틀이 설치돼 있으며, 올해 5개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그러나 포획틀 방식은 여러 한계점이 지적되고 있다. 들개 무리가 위험을 인지해 포획틀을 피해가는 경우가 많고, 일부 주민들이 포획된 들개를 불쌍하다며 풀어주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무엇보다 포획틀 중심의 방식이 들개의 빠른 번식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도 들개 문제로 '골머리'
서울 역시 들개 출몰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서울시와 관악구에 따르면, 서울 시내 산속을 배회하는 들개는 약 200여 마리로 추산된다. 이들은 주로 버려진 유기견이 산에서 새끼를 낳아 개체수가 늘어난 경우가 많고, 일부는 과거 도축용으로 키우다 산에 방치된 개체가 야생화된 사례도 있다.
서울대 캠퍼스 등지에서는 2007년부터 들개가 출몰했으며, 2008년, 2010년, 2017년에는 대규모 포획 작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겨울철에는 먹이를 찾아 산에서 내려와 주거지역과 충돌하는 일이 잦다. 서울시는 포획틀과 마취포획을 병행해 매년 200여 마리를 포획하고 있으나, 들개의 활동 반경이 넓고 포획틀에 대한 학습 효과로 개체수 조절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최근에는 관악산, 북한산 등 주요 산지와 인근 주택가, 산책로에서 들개가 무리 지어 이동하며 시민을 위협하거나 생태계를 교란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보고되고 있다.

수동적 포획 방식의 한계..."포획틀 외에 능동적인 들개 포획 방안 마련해야"
이영철(더불어민주당·서구마) 서구의원은 최근 구의회에서 진행된 구 경제정책과의 행정사무감사 조치결과 보고 자리에서 검단 들개 문제 해소를 위한 적극적인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이 의원은 "타 지자체는 들개 문제에 선제 대응하고 있으나 서구의 경우 포획틀에 의존하고 있다"며 "포획틀 외에 좀 더 능동적으로 들개를 포획할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다른 지자체들은 보다 적극적인 포획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충남 태안군의 경우 야생동물 포획·구조 경험이 많은 군민 6명을 중심으로 포획단을 구성해 포획망 등을 이용해 지난해 1월부터 10월 말까지 총 201마리의 들개를 포획하는 성과를 거뒀다. 강원 춘천시도 올해 마취총 등을 사용하는 전문 포획단 구성을 준비 중이다.
이에 대해 서구 관계자는 지난 8일 중부일보에 "현재 위탁업체도 포획망이나 마취총을 사용할 수 있지만 안전 문제로 자제하고 있다"며 "수동적 포획 방식이라는 지적은 이해하나, 포획틀이 아예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어서 올해 5개 정도 추가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들개 포획 후 처리 절차는?
포획된 들개는 유기견과 동일한 절차로 처리된다. 먼저 전문 장비를 사용해 생포된 들개는 동물보호센터나 구조협회로 이송되어 질병 검사와 기본 건강검진을 받는다. 이후 10일간 주인을 찾는 공고가 진행되며, 이후에도 입양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추가로 10일간 입양 공고가 이어진다.
입양자가 나타나면 사회화 훈련 후 입양되지만, 들개의 야생성이 강해 입양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보호 기간이 끝나면 안락사되는 경우가 많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안락사 대신 사회화 교육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실정이다. 포획된 들개에 대한 모호한 보상금 지급 기준, 보호소 내 안락사 및 자연사 처리 논란 등 제도적 허점이나 논란도 존재한다.
들개 출몰 문제는 도시 개발로 인한 서식지 변화, 유기견 방치로 인한 야생화 등 복합적인 원인에 의한 것으로, 주민 안전과 생태계 보호를 위해 보다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