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신기하네…비만 왔다하면 농수로에 엄청나게 몰려드는 '이 생명체'

2025-05-12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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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강인한 민물고기의 비밀 생존 전략

비가 내린 직후, 시골 농수로나 하천 주변에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는 작고 활발한 생명체가 있다. 평소에는 거의 눈에 띄지 않지만, 빗방울이 그치고 물살이 불어난 농수로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느새 무리를 지어 몰려든 이 물고기들의 정체는 바로 '동자개'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동자개는 우리나라 전역의 하천, 저수지, 농수로 등에서 서식하는 대표적인 민물고기다. 흔히 '빠가사리'라고도 불린다. 몸길이는 15~20cm 정도로 크지는 않지만, 입가에 나 있는 네 쌍의 수염과 짙은 노란빛 몸통, 등과 가슴지느러미에 난 단단한 가시가 특징이다. 야행성 습성을 가진 이 물고기는 낮 동안에는 주로 돌 틈이나 바위 밑에 숨어 지내다가 밤이 되면 먹이를 찾아 활발히 움직인다.

그런데 비가 오고 나면 이들의 행동에 확연한 변화가 생긴다. 비로 인해 물의 수위가 오르고 탁수가 유입되면서 평소보다 넓은 지역에 먹이가 확산되기 시작한다. 이때 동자개는 돌 틈을 벗어나 농수로와 소하천으로까지 무리를 이루며 활발히 이동하게 된다. 농수로 안팎에는 빗물과 함께 떠내려온 곤충, 유기물, 지렁이 등이 쌓이게 되고, 동자개는 이 기회를 틈타 낮 시간에도 수면 가까이까지 올라와 먹이를 찾는다.

이런 특성 때문에 낚시꾼들 사이에서는 '비 온 뒤 농수로는 동자개 황금타임'이라는 말이 통용된다. 실제로 비가 온 다음 날 농수로를 찾으면 평소보다 훨씬 많은 동자개가 눈에 띄게 활동하고 있으며, 짧은 시간에도 다수의 어획이 가능하다. 특히 지렁이나 벌레 미끼에 대한 반응이 좋고, 탁한 물속에서는 경계심이 줄어들기 때문에 낚시 효율이 높아진다.

동자개 생김새.  / 국립생물자원관
동자개 생김새. / 국립생물자원관
민물고기 동자개. / 국립생물자원관
민물고기 동자개. / 국립생물자원관

하지만 동자개를 잡을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몸통에 비해 유난히 단단한 가시를 지닌 등지느러미와 가슴지느러미는 방심할 경우 손을 찌를 수 있다. 실제로 초보 낚시꾼들 중 일부는 가시에 찔려 상처를 입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반드시 장갑을 착용하고, 잡은 뒤에는 조심스럽게 손질해야 한다. 특히 날이 덜 선 손질용 칼보다는 단단한 칼날을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동자개는 맛도 좋은 어종으로 평가받는다. 비린내가 거의 없고, 담백한 육질을 가지고 있어 매운탕이나 찜 요리로 자주 활용된다. 지방 함량이 낮고 단백질이 풍부해 지역 어민들 사이에서도 오래전부터 귀한 식재료로 여겨져 왔다.

비가 만들어낸 농수로 생태계의 일시적인 변화는 그 자체로 하나의 생태 드라마다. 평소에는 아무도 눈길 주지 않던 고요한 시골 수로가, 비가 한차례 쏟아지고 나면 생명력 넘치는 어류의 놀이터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동자개는 그 중심에 있는 존재다.

다음에 비가 내린 후, 농촌의 수로를 걷게 된다면 발밑 물속을 찬찬히 들여다보자. 바쁘게 유영하며 먹이를 찾아다니는 동자개의 무리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자연이 남몰래 준비한, 아주 짧고도 놀라운 풍경일 것이다.

유튜브, 명랑가족
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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