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레이스 본격 시작, 길거리 유세 차량 '소음' 계속 들으면 어떻게 될까?
2025-05-1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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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되는 소음, 결국 몸에 부정적인 영향 미칠 수 있어
지속적인 소음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대통령 선거철, 거리마다 선거 유세 차량이 등장했다. 고성능 스피커를 장착한 차량이 정지 신호에 맞춰 갑자기 터뜨리는 로고송, 확성기를 통한 연설, 반복되는 후보자 이름 외침은 한순간에 도시의 소음을 끌어올린다.
한두 번이면 괜찮지만, 이런 소음이 하루에도 수차례 반복되면 단순한 불쾌감을 넘어 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다. 특히 직장인, 노약자, 수험생, 영유아를 둔 가정에서는 지속적인 소음 노출이 실질적인 스트레스와 수면 장애를 유발하기도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소음을 ‘보이지 않는 공해’로 정의한다. 공기 오염처럼 직접 눈에 보이지 않지만, 장기간 노출되면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모두 해친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다. WHO가 제시한 기준에 따르면 주거지역의 일반적인 소음 허용치는 주간 55dB 이하, 야간 45dB 이하로 설정돼 있다. 하지만 선거 유세 차량은 이 기준을 쉽게 초과한다. 일부 차량은 85~90dB 수준까지 도달하기도 하는데, 이는 지하철 내 소음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소음이 반복되면 우리 몸은 자연스럽게 경고 반응을 보인다. 소리를 인식하는 청각 기관뿐 아니라, 자율신경계와 내분비계까지 영향을 받는다. 뇌는 소음을 스트레스로 인식하고, 교감신경을 활성화시켜 심장 박동을 빠르게 하며, 혈압을 높이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분비한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만성적인 긴장 상태로 이어지면서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피로 회복이 늦어지며, 집중력 저하, 두통, 우울감, 심지어 심혈관 질환 위험까지 높아질 수 있다.
실제로 장기적인 소음 노출은 고혈압, 관상동맥질환, 심근경색과도 관련이 깊다는 연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유럽의 한 역학 연구에서는 주거지 주변 도로 소음이 60dB를 넘을 경우,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이 20~30% 증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심야 시간의 소음은 수면 방해로 이어져 신체 회복 기능을 떨어뜨리고 면역력 저하까지 유발할 수 있다.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불규칙한 소음, 특히 갑자기 크게 울리는 소리는 사람에게 공포나 불안 반응을 유발한다. 이는 불면증, 불안장애, 집중력 저하를 유도하고, 장기적으로는 우울감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특히 소리에 민감한 어린이, 고령자, 임산부에게는 이러한 변화가 더 민감하게 나타난다. 학습 중인 학생들도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학업 스트레스가 가중될 수 있다.

더불어 소음 공해는 단순한 귀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지속적인 큰 소리는 청각 세포에 손상을 주며, 청력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유세 차량이나 거리 확성기처럼 불규칙한 고음 소음은 귀에 더욱 부담을 주며, 이명(귀울림) 증상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소음은 일시적인 난청을 넘어서, 비가역적인 청력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개인 차원에서도 소음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외출 시에는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이나 귀마개를 활용하고, 창문을 닫아 실내 소음을 차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불가피하게 소음에 노출된 경우, 조용한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명상, 가벼운 운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것이 좋다. 또한, 어린이나 고령자, 예민한 체질의 경우에는 유세가 집중되는 시간대를 피하거나 외출을 자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