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가 지치는 나물... 최근 재발견돼 뜨고 있다는 ‘한국 나물’

2025-05-12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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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 나물 좋아하는 이들의 최애 나물

들판을 걷다 보면 흔히 마주치는 지칭개란 나물이 있다. 민들레와 꼭 닮은 이 나물이 최근 뛰어난 약효 덕분에 새삼 주목받으며 그 가치가 재발견되고 있다. 독특한 쓴맛과 풍부한 영양, 그리고 다양한 효능으로 현대인의 건강에 도움을 주는 나물 지칭개에 대해 알아봤다.

지칭개 순 / '텃밭친구' 유튜브
지칭개 순 / '텃밭친구' 유튜브

지칭개, 어떤 식물인가

지칭개는 두해살이풀이다. 고도가 낮은 산지의 풀밭, 길가, 공터, 밭두렁에서 흔히 자란다. 한국 전역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제주도와 남부지방에서 많이 발견된다. 중국, 일본, 인도, 동남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 등 세계적으로도 널리 분포한다. 줄기는 곧게 서며 높이는 60~90cm에 달한다. 가지가 갈라지고 거미줄 같은 흰 털이 덮여 있다. 뿌리잎은 일찍 마른다. 줄기잎은 어긋나며 도피침형 또는 타원형이다. 길이는 5~6cm, 폭은 1~3cm다. 잎은 깃꼴로 깊게 갈라진다. 잎 뒷면에는 흰 솜털이 빽빽하게 난다. 꽃은 5~7월에 핀다. 줄기나 가지 끝에 머리모양꽃차례를 이루며 붉은 보라색 또는 분홍색 꽃이 피어난다. 열매는 수과로 7월에 익는다. 우산털이 달려 있다.

지칭개 / '텃밭친구' 유튜브
지칭개 / '텃밭친구' 유튜브

지칭개의 이름 유래는 흥미롭다. ‘지칭개’는 ‘지치다’에서 비롯됐다. 이 나물의 쓴맛이 입안에서 오래 맴돌아 혀가 지친다는 데서 이름이 붙었다. 한편 한방에서는 ‘이호채’ 또는 ‘나미채’로 불린다. 이는 지칭개의 약재로서의 가치를 반영한다. 민간에서는 ‘야고’나 ‘곰의체’라는 별칭도 있다. 이런 다양한 이름은 지칭개가 지역과 용도에 따라 다채롭게 불려왔음을 보여준다.

요리법과 독특한 맛

지칭개는 봄철 어린 순이 제철이다. 봄에 나는 새순은 부드럽고 쓴맛이 덜하다. 이 시기에 채취해 나물로 먹기 좋다. 지칭개 맛은 쓰다. 강렬하게 쓰다. 이 쓴맛 때문에 생으로 먹기보다는 조리해 먹는 경우가 많다. 쓴 게 몸에 좋다는 옛말이 있다. 지칭개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쓴맛은 건강에 이로운 성분과 연결된다. 하지만 쓴맛이 부담스러운 사람은 적절한 조리법으로 이를 줄일 수 있다.

지칭개 순 / '텃밭친구' 유튜브
지칭개 순 / '텃밭친구' 유튜브

지칭개를 요리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데쳐서 나물로 무치는 것이다. 먼저 지칭개를 깨끗이 씻는다.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3분 정도 데친다. 데친 지칭개는 찬물에 헹궈 쓴맛을 줄인다. 이후 물에 1~2일 정도 담가둔다. 물은 하루에 두세 번 갈아준다. 이렇게 하면 쓴맛이 상당히 빠진다. 물기를 짠 지칭개에 고추장, 다진 마늘, 들기름, 소금을 넣고 버무리면 고추장무침이 완성된다. 고추장의 매콤함과 들기름의 고소함이 지칭개의 쓴맛을 조화롭게 감싸준다. 이 요리는 2인분 기준으로 지칭개 100g, 고추장 1숟가락, 다진 마늘 0.5숟가락, 들기름 1숟가락, 소금 2꼬집이면 충분하다.

또 다른 인기 요리는 된장국이다. 데친 지칭개를 찬물에 우려 쓴맛을 뺀다. 물기를 제거한 지칭개에 생콩가루를 골고루 묻힌다. 된장을 풀고 북어채, 마늘, 대파를 넣어 국물을 낸다. 콩가루를 묻힌 지칭개를 넣고 살짝 끓인다. 뚜껑을 덮고 약한 불에서 5~7분 끓이면 구수한 된장국이 완성된다. 콩가루가 지칭개의 쓴맛을 잡아주고 국물에 고소함을 더한다. 이 요리는 특히 가을철 지칭개로 만들면 쌉쌀한 향이 살아난다.

지칭개는 생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어린 순을 바락바락 문질러 물에 두세 시간 담가 쓴맛을 뺀다. 이후 나물무침이나 샐러드로 먹는다. 쓴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데치지 않고 생으로 조리해 쌉쌀한 풍미를 즐긴다. 지칭개를 쑥과 섞어 떡을 만들거나, 말려서 차로 우려 마시는 방법도 있다. 장아찌로 담그면 독특한 별미가 된다. 어떤 조리법을 선택하든 지칭개의 쓴맛을 적절히 다스리는 것이 핵심이다.

건강을 위한 지칭개의 효능

들판에 흔한 지칭개는 최근 약효로 주목받는다. 한방에서는 뿌리를 제외한 전초를 약재로 사용한다. 꽃이 피기 시작할 무렵 채취한다. 흐르는 물에 씻어 햇볕에 말린다. 5cm 크기로 자른다. 약재는 물 400cc에 말린 지칭개 10g을 넣고 달인다. 물이 절반으로 줄면 불을 끈다. 식힌 뒤 건재를 걸러내고 유리용기에 담아 냉장보관한다. 섭취 시 따뜻하게 데워 작은 잔으로 하루 두 번 마신다. 달인 물은 치루 환부 세척에도 사용된다. 외상출혈에는 생풀을 짓이겨 상처에 바른다. 한 시간 뒤 떼어낸다.

지칭개 / '텃밭친구' 유튜브
지칭개 / '텃밭친구' 유튜브

지칭개는 차가운 성질을 가진다. 열이 많은 사람에게 특히 효과적이다. 반면 몸이 찬 사람은 소량 섭취하거나 피하는 것이 좋다. 지칭개에는 플라보노이드, 실리마린, 테라마이신, 시나로피크린, 세스퀘터르펜락톤 등이 함유돼 있다. 이들 성분은 항균, 항바이러스, 항산화 작용을 한다. 간 건강에 도움을 준다. 밀크시슬로도 잘 알려진 실리마린은 간세포를 보호하고 재생을 촉진한다. 급성 간염, 만성 간염, 지방간 예방에 효과가 있다. 플라보노이드는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혈관을 튼튼히 한다. 고혈압, 동맥경화 예방에 기여한다. 이뇨작용으로 노폐물을 배출한다. 결석 제거에도 도움을 준다.

지칭개 효능은 옛 의서에도 기록돼 있다. 열을 내리고 부기를 가라앉힌다. 어혈을 풀어준다. 타박상, 외상출혈, 종기, 아토피 피부염 치료에 사용됐다. 소금과 함께 짓찧어 환부에 바르면 소염과 소독 효과를 낸다. 두통, 천식, 기침, 인후염, 유방염, 임파선염 치료에도 활용된다. 최근 연구에서는 항암 효과도 주목받는다. 플라보노이드와 실리마린이 암세포 성장을 억제한다. 흑색종, 결장암에 유효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단한 나물인 지칭개엔 이렇게 다양한 질환 예방과 치료 효과를 지녔다.

지칭개 / '텃밭친구' 유튜브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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