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시나무 꽃, 그냥 먹으면 큰일 나요... 이렇게 하면 '맛의 신세계'

2025-05-1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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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으로 먹으면 렉틴 중독 위험... 반드시 익혀서 먹어야

아까시나무 꽃 / 픽사베이
아까시나무 꽃 / 픽사베이

봄이 되면 한국의 산은 하얀 꽃으로 온통 뒤덮인다. 아까시나무 꽃이다. 달콤한 향기가 바람에 실려 퍼진다. 은은한 듯하면서도 강렬한 향이 마음까지 상쾌하게 만들어준다. 외래종인 아까시꽃은 어느덧 한국의 식문화와 생태계에서 특별한 자리를 차지한다. 흔히 아카시아로 불리지만 잘못된 이름이다. 진짜 아카시아는 호주 원산의 노란 꽃나무다. 아까시나무는 미국 원산의 하얀 꽃나무다. 전혀 다른 식물이다. 이 오해를 먼저 바로잡으며 아까시나무 꽃의 매력을 탐구해본다.

아까시나무 꽃 / 픽사베이
아까시나무 꽃 / 픽사베이

아까시나무의 기원과 생태

아까시나무는 북미가 원산지다. 1900년대 초 조선총독부가 도입했다. 용산구 육군본부와 경인선 철도변에 처음 심어졌다. 독일 총영사의 추천으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예상보다 큰 영향을 미쳤다. 아까시나무는 왕성한 번식력으로 빠르게 퍼졌다. 현재 한국 전역의 산과 들, 도로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특히 황폐한 토양에서도 잘 자란다. 콩과 식물 특유의 뿌리혹박테리아가 질소를 고정해 토양을 비옥하게 만든다. 이 때문에 6·25 전쟁 이후 산림녹화 사업에서 적극 활용됐다. 난지도 공원 조성 때도 가장 먼저 심어졌다.

아까시나무는 낙엽활엽수다. 5월이면 하얀 꽃송이가 포도송이처럼 달린다. 꽃은 5월 중순부터 7월 초까지가 제철이다. 이 시기에 꿀벌들이 분주히 꽃을 찾는다. 아까시나무는 한국 꿀 생산의 70% 이상을 책임지는 밀원식물이다. 수명은 100년 정도다. 나무치고 짧다. 뿌리가 얕아 태풍에 쉽게 넘어진다. 남산에서는 소나무에 밀려 사라지는 중이다. 산림청은 이를 외래화우려식물로 지정해 관리한다. 그럼에도 2017년부터 다시 조성사업을 시작했다. 토양 개선과 꿀 생산의 가치를 인정받은 결과다.

아까시나무 꽃 / 픽사베이
아까시나무 꽃 / 픽사베이

이름의 유래가 흥미롭다. 일본으로 유입될 때 아카시아로 잘못 불렸다. 호주 아카시아와 혼동된 탓이다. 일본은 이를 니세-아카시아(가짜 아카시아)로 수정했다. 한국은 아까시나무란 새 이름을 붙였다. 가시가 많다는 특징과 기존 호칭의 잔재를 반영한 이름이다. 하지만 ‘개아카시아’나 전혀 새로운 이름이 더 적절했을 거란 비판도 있다.

꽃의 맛과 요리법

아까시나무 꽃은 식용으로 사랑받는다. 달콤한 향과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이다. 생으로 먹으면 렉틴 때문에 위험하다. 렉틴은 아까시나무 꽃을 포함한 일부 식물에 존재하는 단백질 성분이다. 이 물질은 소화관에서 제대로 분해되지 않고 장 내벽에 달라붙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소화불량, 복통, 메스꺼움, 설사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심한 경우 면역 반응을 유발하거나 장 투과성을 높여 염증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아까시나무 꽃을 생으로 다량 섭취하면 렉틴 독성으로 중독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익히면 렉틴이 대부분 파괴되므로 튀김이나 전처럼 조리해 먹으면 안전하다.

아까시나무 꽃은 튀김, 전, 차, 샐러드, 떡 등 다양한 요리로 변신한다. 그중 튀김이 가장 인기다. SBS ‘자기야-백년손님’에서 천하장사 출신 이만기가 장모와 함께 만든 아까시나무 꽃 튀김이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그는 “부드럽고 질감이 좋다. 향이 그대로 남는다”고 극찬했다. 방송은 “처음 경험한 맛의 신세계”로 튀김의 맛을 표현했다.

튀김 요리는 간단하면서도 섬세함을 요구한다. 먼저 꽃을 준비한다. 막 만개한 꽃송이를 채취한다. 만개 직전의 꽃은 쉽게 떨어진다. 한 줄기씩 이물질을 제거한다. 꽃이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다룬다. 물에 넣고 세 번 이상 씻어 소쿠리로 건져 물기를 뺀다.

아까시나무 꽃 / 픽사베이
아까시나무 꽃 / 픽사베이

튀김 반죽을 만든다. 튀김가루 1컵에 얼음물을 약간 적게 섞는다. 반죽이 너무 묽지 않도록 주의한다. 카놀라유를 팬에 붓고 가열한다. 나무젓가락을 넣었을 때 작은 기포와 지글거리는 소리가 나면 170도, 튀기기에 적합한 온도다. 꽃송이를 반죽에 가볍게 묻힌다. 너무 두껍게 묻히면 핫도그처럼 묵직해진다. 꽃송이 형태가 살아나도록 얇게 코팅한다. 기름에 넣고 튀긴다. 아이보리색으로 바삭해질 때까지 기다린다. 요리시트에 올려 기름을 뺀다. 조선간장에 레몬 조각이나 식초, 채썬 양파를 넣은 소스를 곁들인다. 튀김은 뜨거울 때 먹어야 향과 식감이 살아난다. 물기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으면 기름이 튈 수 있다. 이런 경우 꽃송이에 밀가루를 살짝 묻힌 뒤 반죽을 입히면 안전하다. 반죽에 얼음물을 사용하면 더 바삭한 튀김이 된다.

아까시나무 꽃 튀김 레시피 / '박막례 할머니' 유튜브

튀김 외에도 다양한 요리가 가능하다. 꽃을 쌀가루에 섞어 떡을 만든다. 꽃전을 부치거나 샐러드에 곁들인다. 꽃차는 뜨거운 물에 우려낸다. 발효액으로도 활용된다. 각 요리마다 꽃의 달콤한 향이 핵심이다. 다시 말하지만 생꽃은 독성이 있으니 절대 날로 먹어선 안 된다.

효능과 문화적 가치

아까시나무 꽃은 영양과 약효로도 주목받는다. 비타민 E, 칼슘, 철 등 미네랄이 풍부하다. 혈액순환을 돕는다. 허약 체질 개선에 효과적이다. 고혈압과 변비에도 좋다. 콜레스테롤을 줄이고 혈관을 강화한다. 심장 건강에 기여한다. 한방에서는 꽃을 ‘자괴화’라 부른다. 말린 잎은 ‘자괴화엽’, 뿌리와 줄기는 ‘자괴금피’라 한다. 뿌리껍질은 소변 배출을 돕는다. 수종과 변비 치료에 쓰였다.

꽃은 양봉업의 핵심 자원이다. 아까시 꿀은 부드럽고 연한 색상이다. 제과, 제빵, 차, 음료에 활용된다. 강한 꽃향기가 꿀에서도 난다.

아까시나무는 문화적으로도 의미가 깊다. 동요 ‘과수원 길’은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라고 노래한다. 가사에서 아카시아가 바로 아까시나무다. 하얀 꽃을 묘사한 가사가 이를 증명한다. 이 노래가 잘못된 이름을 널리 퍼뜨린 가장 큰 원인이다. 꽃말은 ‘우아함’, ‘죽음도 넘어선 사랑’, ‘모정’이다.

아까시나무 꽃 / 픽사베이
아까시나무 꽃 / 픽사베이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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