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돼…” 맛보기로 성에 안 찼는지 미국서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한국 음식
2025-05-1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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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산 저렴해서 좋아했던 한국인들, 금겹살 대란 일어날까 우려
해외 내 한식의 인기와 영향이 나날이 커지면서 급기야 살코기만 먹는 것으로 잘 알려진 미국에서 삼겹살의 진가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원래도 고기를 사랑하지만 그중에서도 비계가 없고 오직 살코기만 먹는 미국인들의 바비큐 파티에서 삼겹살이 포착된 것이다. 미국인들에게 삼겹살은 그간 한국에 관광하러 오면 꼭 먹어야 하는 K-FOOD에 불과했으나 이제는 현지화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에 한국인들은 싼 맛에 먹던 수입산 삼겹살마저 떠나보내야 하는 게 아니냐며 불안해하고 있다.


최근 '더쿠', '에펨코리아' 등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 미국 바비큐 파티에서 미국인들이 삼겹살을 할라페뇨, 옥수수 등과 함께 구워 먹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확산했다. 해당 영상을 접한 온라인 커뮤니티 '더쿠' 네티즌들은 싼 맛에 즐겨 먹던 서민 음식 삼겹살이 물가 상승 탓에 '금겹살'로 변한 것과 관련해 미국인들마저 삼겹살에 매료되자 "수입산도 비싸졌음 ㅠㅠㅠ", "기름 겁나 많아. 니들 지방 안 좋아하잖아. 쌈장 없잖아. 양파절임 없잖아. 그것도 만들어 먹으려고 해? 한국 와서 먹어 제발", "삼겹살도 자꾸 비싸진다", "금겹살 가격 더 오르겠네"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 북미 시장은 전 세계 삼겹살(돼지고기) 시장에서 약 4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한식과 아시안 요리의 인기, 외식 및 소매 유통망의 확대, 다양한 조리법과 마케팅 전략이 삼겹살 수요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삼겹살 소비 증가는 단순한 식재료 수요를 넘어, 문화적 확산과 외식 트렌드의 변화를 반영하는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한식과 아시안 요리에 대한 인기가 미국 사회 전반에 퍼지면서, 삼겹살은 단순한 외국 음식이 아닌 '새로운 미식 경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삼겹살 소비 증가의 첫 번째 이유는 한식과 한류 열풍이다. 미국 전역에서 한식당 수는 2023년~지난해 약 10%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며, K-팝, K-드라마 등의 한국 문화 콘텐츠가 미국 내에서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그 영향력이 식문화까지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겹살은 한국식 바비큐를 대표하는 메뉴로, 한식당을 찾는 미국 현지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요리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두 번째 이유는 글로벌 미식 트렌드와 소셜미디어의 영향이다. 다양한 나라의 음식과 식문화를 체험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미국 내에서는 이국적이고 새로운 맛을 찾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삼겹살은 직접 구워 먹는 독특한 방식, 다양한 양념과 사이드 메뉴와 어우러져 현지인들의 입맛과 호기심을 동시에 자극하고 있다. 특히 틱톡을 중심으로 소셜미디어에서는 삼겹살을 맛보는 콘텐츠가 꾸준히 퍼지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그 인기가 확산했다.
세 번째는 외식 문화의 변화다. 미국의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아시안 레스토랑, 특히 한식당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 현지인들이 삼겹살을 경험할 수 있는 물리적 접근성을 크게 높였다. 과거에는 특정 지역에서만 접할 수 있었던 한식이 이제는 일상적인 외식 선택지 중 하나가 된 셈이다. 특히 삼겹살을 직접 구워 먹는 문화는 미국인들에게 신선하고 새로운 경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식사 자체가 하나의 이벤트처럼 즐길 수 있는 요소가 됐다.
네 번째는 한국식 양념과 사이드 메뉴의 인기다. 삼겹살과 함께 제공되는 김치, 쌈장, 마늘, 쌈채소 등은 미국 소비자들에게 생소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맛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단순히 고기 맛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맛의 조합을 즐길 수 있는 삼겹살 식사는 현지인들에게 특별한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사이드와 양념은 단지 부가적인 요소가 아닌, 삼겹살의 맛을 완성시키는 필수 구성요소로 인식되며 함께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미국 내 삼겹살 소비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동시에 가격 상승도 함께 발생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먼저 수요 증가 때문이다. 한식과 삼겹살에 대한 관심과 인기가 높아지면서 삼겹살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반면 공급은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가격에 상승 압력을 가하고 있다.

공급과 생산 비용 문제도 가격 상승의 원인 중 하나다. 지난해~올해 미국 내 돼지고기 생산량은 소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실제로는 계절적 요인과 생산 비용 상승으로 인해 삼겹살 가격은 여전히 불안정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름철 고온으로 인한 공급 차질, 사료 가격과 인건비 상승 등은 생산비를 높이고 있으며,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
시장의 가격 변동성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미국 돼지고기 시장은 가격 변동성이 커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삼겹살과 같이 특정 부위에 수요가 집중될 경우,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공급 부족이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바비큐 시즌과 같은 특정 시기에는 단기간에 삼겹살 가격이 크게 뛰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이 일정한 가격으로 삼겹살을 구매하기 어렵게 만들며, 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산 돼지고기의 수출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가격 상승에 한몫한다. 특히 멕시코와 아시아권 국가들을 중심으로 미국산 돼지고기의 수출이 증가하면서, 미국 내 공급량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국내 시장에서의 공급 부족을 야기하고, 인기 부위인 삼겹살 가격을 더욱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출 확대는 돼지고기 산업 전체에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내수 시장에서는 가격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환율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도 문제다. 전 세계적으로 이어진 공급망 불안정과 환율 변동은 돼지고기 수입과 유통 비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외부 환경 요인은 삼겹살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며,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이 안정되지 않는 한, 이러한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중요한 요인은 캘리포니아주의 동물복지법, 즉 Proposition 12의 영향이다. 2018년부터 시행된 이 법은 돈육 생산용 돼지에 대해 최소 24제곱피트(약 2.2제곱미터)의 사육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보다 좁은 공간에서 사육된 돼지의 돈육은 캘리포니아에서 판매가 금지된다. 문제는 캘리포니아가 미국 전체 베이컨 판매량의 약 15%를 차지할 정도로 거대한 시장이라는 점이다. 이 법의 시행은 돼지를 키우는 농가들이 사육 공간을 확대하도록 규정했고 생산비용을 크게 높였다. 이에 따라 공급이 줄면서 가격이 급등했고 미국 내 삼겹살은 '금겹살'로 불릴 만큼 고가 식재료가 됐다. 그 결과 미국 전역에서 돼지고기 가격, 특히 삼겹살을 포함한 특정 부위의 가격이 꾸준히 오르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삼겹살이 '금겹살'로 불릴 정도로 고가 식재료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는 소비자들에게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미국 내에서 삼겹살은 문화적 인기와 외식 트렌드를 이끄는 중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지만, 동시에 공급과 비용 문제, 정책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가격 상승이라는 이면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단기적인 유행을 넘어서 중장기적인 식문화의 변화와 경제적 흐름을 동시에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에 산다는 온라인 커뮤니티 '더쿠'의 한 네티즌은 "미국덬인데 코스트코 삼겹살 부위 오르는 속도 장난 아니라 슬픔ㅠㅋㅋㅋㅋㅋㅋ물가 오르는 수준보다 훨씬 빨라 바비큐 할 때 삼겹살 부위도 같이 사서 구워 먹는 사람 많아졌어ㅠ 그래서 이젠 목살 사 먹는데 사람들이 몰랐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해와 올해 들어 국내 삼겹살 가격도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기준 국내산 삼겹살 100g 평균 소비자가격은 약 2486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 최근 3년 평균 대비 7.9% 상승했다. 외식업체 기준으로는 서울 지역 삼겹살 1인분(200g) 가격이 지난해 12월 2만 282원, 2025년 2월에는 2만 276원까지 오르며 사상 처음으로 2만 원을 돌파했다.
도매가격과 산지 가격 역시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폭염 등 기상 악화로 생산성이 저하되면서 도매가격이 상승했고 올해에도 1kg당 5100~5300원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역별로는 서울, 대전, 전남 등 수도권과 대도시에서 삼겹살 가격이 전국 평균보다 높게 형성되고 있다.
국내 삼겹살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은 공급 감소, 수입산 가격 상승, 재고량 부족, 수요 증가, 외식 물가 및 인건비 상승, 수입량 감소 전망 등 복합적 요인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폭염 등으로 돼지 사육 두수가 줄고 생산성도 저하되면서 국내산 돼지고기 공급이 줄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수입국에서 돼지고기 가격이 오르고 원·달러 환율 상승까지 겹치며 수입산 삼겹살 가격도 함께 올랐다.
지난해 국내산 돼지고기 재고량이 전년 대비 크게 줄어 시장에 풀리는 물량도 부족해졌고 소비자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거세졌다. 여기에 외식 물가와 인건비까지 오르며 외식용 삼겹살 가격도 큰 폭으로 올랐다. 올해에는 환율 상승과 이월 재고 증가 등의 영향으로 수입 돼지고기 물량이 약 5.4% 감소할 것으로 전망돼 국내 공급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