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3곳에만 서식... 멸종위기 1급인 '한국에만 사는 물고기'

2025-05-1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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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곳서 멸종했다가 겨우 복원 사업으로 살아난 멸종 위기 민물고기

감돌고기 / 국립생물자원관
감돌고기 / 국립생물자원관

금강과 만경강의 맑은 강물엔 자갈밭을 조용히 헤엄치는 작은 생명체가 있다. 검은 줄무늬가 선명한 이 물고기의 이름은 감돌고기다. 대한민국에서만 볼 수 있는 고유종이자 그 희소성과 생태적 가치 덕분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된 물고기다. 수질 오염, 댐 건설, 서식지 파괴로 점점 좁아지는 생존 공간 속에서 오늘도 조용히 생존 싸움을 이어가는 감돌고기에 대해 알아봤다.

감돌고기 / 국립생물자원관
감돌고기 / 국립생물자원관

감돌고기는 잉어과 감돌고기속에 속하는 민물고기다. 이름은 고어 형용사 ‘감다’에서 왔다. ‘검다’는 뜻이다. 돌고기보다 어두운 비늘 빛에서 비롯됐다. 돌고기와 외형이 비슷하지만 다른 속에 속한다. 오히려 가는돌고기와 더 가깝다. 몸길이는 보통 7~10cm로 작다. 드물게 10.6~13cm까지 자란다. 몸은 길고 약간 납작한 원통형이다. 주둥이에서 꼬리까지 이어지는 굵은 흑갈색 줄무늬가 특징이다. 등지느러미, 배지느러미, 꼬리지느러미에는 두 줄의 검은 띠가 선명하다. 입은 작고 아래쪽으로 치우쳤다. 한 쌍의 짧은 수염이 있지만 육안으로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세하다. 옆줄 비늘 수는 약 40개로 돌고기보다 적은 편이다.

감돌고기는 맑고 유속이 빠른 강 상류의 자갈밭에서 산다. 금강과 만경강이 주요 서식지다. 웅천천에도 서식했으나 보령댐 건설로 서식 환경이 바뀌며 한때 이 지역 개체가 절멸했다. 2010년 환경부의 방류 사업으로 웅천천에 일부 개체가 재도입됐고, 2018년 금산군 봉황천에서도 새로운 개체가 확인되며 희망을 줬다. 하지만 만경강 집단은 금강 집단에 비해 유전 다양성이 낮아 생존 위협이 크다.

감돌고기 / 국립생물자원관
감돌고기 / 국립생물자원관

감돌고기는 2급수 이상의 깨끗한 물에서만 생존 가능해 수질 오염에 매우 취약하다. 자갈과 바위로 이뤄진 하천 바닥을 선호한다. 깔따구 유충, 날도래 유충, 물벼룩, 바위에 붙은 조류를 먹는다. 위장 내용물 분석 결과 깔따구 유충이 식단의 88%를 차지하며, 날도래목(6%), 물벼룩(3%), 쥐꼬리윤충(1%), 하루살이(1%), 먹파리(1%) 등 육식 성향이 강하다.

감돌고기의 생태에서 가장 독특한 점은 번식 방식이다. 5월 초순부터 7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산란기 동안 이들은 꺽지의 산란장에 알을 낳는 탁란 습성을 보인다. 꺽지는 천적이지만 알을 보호하는 습성이 있어, 감돌고기는 이를 교묘히 이용한다. 20~50마리의 무리가 꺽지의 산란장으로 몰려들어 경계를 느슨하게 만든 뒤 재빠르게 알을 낳는다. 감돌고기의 알은 약 189시간 만에 부화하며, 치어는 즉시 헤엄쳐 포식 위험을 피한다. 한 암컷은 1,400~1,900개의 알을 낳을 수 있으며, 치어는 2년 만에 성숙한다. 부화 직후 치어는 5mm 정도로 작지만, 44일 후 13mm, 113일 후 25mm로 자라며 선명한 줄무늬와 검은 띠를 갖춘다. 알의 평균 크기는 2.18mm이며, 부화 후 8~12시간 내에 헤엄칠 수 있다.

감돌고기는 돌고기와 외형이 비슷해 구분이 어렵지만, 지느러미의 검은 띠가 더 뚜렷하고 비늘 수가 적다. 웅천천에서는 돌고기와의 자연 교잡이 일어나 잡종이 발견됐다. 이 잡종은 주둥이 모양, 무늬, 지느러미 형태에서 두 종의 특징이 섞였다. 가는돌고기와도 구분되는데, 가는돌고기는 몸이 더 가늘고 비늘 수가 적다. 1935년 충청북도 영동군 횡간에서 처음 채집됐으며, 1939년 일본 생물학자 모리 다메조가 ‘조선어류지’에 신종으로 보고했다.

감돌고기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돼 철저히 보호받는다. 무허가 포획이나 채취는 법적 처벌 대상이며, 서식지에서의 낚시는 자제해야 한다. 낚시 중 감돌고기로 의심되는 물고기를 잡으면 즉시 방생하는 것이 좋다. 식용 가치는 거의 없어 요리로 활용되지 않는다. 과거 일부 지역에서 민물고기를 먹었을 가능성은 있지만 보호종 지정 이후 식용은 금지됐다. 환경부는 금강 주양천의 유전적 다양성이 높은 개체를 중심으로 인공 증식과 복원 연구를 진행 중이며, 국립생태원과 단양 다누리아쿠아리움에서 사육 및 전시된다.

감돌고기의 이름은 문화적 뿌리를 담고 있다. ‘돌고기’는 돼지를 뜻하는 옛말 ‘돝’에서 왔으며, 튀어나온 주둥이가 돼지와 닮아서 붙여졌다. 지역 사투리로는 ‘거먹딩미리’, ‘꺼먹똥고기’, ‘줄피리’, ‘충칭이’ 등으로 불리며 현지인들에게 친근하다. 하지만 이런 애칭과 달리 감돌고기는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 수질 오염, 하천 바닥의 골재 채취, 댐 건설은 서식지를 파괴한다. 특히 만경강에서는 꺽지와 감돌고기의 동반 감소로 생태적 위기가 가중됐다.

감돌고기의 서식지는 생태계 건강의 지표다. 자갈밭과 맑은 물은 수생 곤충과 미생물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감돌고기가 사라지면 이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 천적으로는 꺽지, 쏘가리, 물총새, 호반새 등이 있다. 위협을 받으면 바위 틈으로 숨는 생존 전략을 쓴다.

감돌고기 / 국립생물자원관
감돌고기 / 국립생물자원관

감돌고기에 대해 보다 전문적으로 접근해보자. 한국어류학회지에 2009년 실린 논문(‘금강과 만경강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어류 감돌고기의 AFLP에 의한 유전 다양성 및 집단구조’)는 감돌고기의 유전 다양성과 집단 구조를 밝힌 바 있다. 금강과 만경강 집단을 대상으로 AFLP(Amplified Fragment Length Polymorphism) 분석을 수행한 결과, 총 447개의 유효 밴드가 생성됐으며, 평균 다형성 비율은 64.1%였다. 금강 집단은 74.6%, 만경강 집단은 53.6%로, 금강 집단의 유전 다양성이 더 높았다. 집단 내 이형접합율은 금강이 0.170, 만경강이 0.104, 평균 유전 다양성은 금강이 0.240, 만경강이 0.147로 나타났다. 두 집단 간 분화도(Fst)는 0.150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유전적 분화를 보였다. 이는 만경강 집단이 금강 집단에서 지리적으로 분리돼 오랫동안 격리된 결과로 보인다. UPGMA 덴드로그램 분석 결과, 만경강 집단은 금강 집단보다 낮은 유전적 변이를 보였으며, 두 집단 간 유전적 거리는 0.026으로 매우 가까워 동일한 기원을 공유한다고 추정된다. 논문은 금강 집단이 복원 사업에 더 적합하고, 만경강 집단은 유전적·서식지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감돌고기 / 국립생물자원관
감돌고기 / 국립생물자원관

만경강 집단의 낮은 유전 다양성은 서식지 축소와 번식 메커니즘 붕괴에서 기인한다. 만경강에서는 꺽지와 감돌고기가 5~6년 전부터 본류에서 채집되지 않고, 현재는 전북 완주군 용진면에서만 서식한다. 꺽지의 산란장에 의존하는 탁란 전략이 꺽지 개체 수 감소로 무너진 것이 주요 원인이다. 반면 금강 집단은 미호종개나 어름치보다 유전 다양성이 높아 멸종 위협이 유전적 다양성 저하와 직접 관련은 없지만, 지속적인 서식지 관리가 필요하다. 연구는 감돌고기 복원을 위해 꺽지와의 공동 서식지 관리, 금강 집단을 활용한 종묘 생산, 만경강 집단의 유전적 위험 관리 등을 강조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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