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의 별미... 크기는 정말 작은데 맛이 좋기로 유명한 물고기
2025-05-13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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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용으로도 식용으로도 인기가 많은 한국의 민물고기

맑은 하천의 돌 밑에서 조용히 숨어 사는 작은 물고기가 있다. 밀어 혹은 퉁거니로 불리는 이 민물고기는 작지만 강인한 생명력과 독특한 매력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한국의 하천과 저수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밀어는 그 소박한 외모와 생태적 특징으로 생태학자부터 관상어 애호가, 심지어 미식가들까지 매료시킨다. 밀어의 모든 것을 파헤쳐본다.
밀어는 망둑어목 말뚝망둥어과에 속하는 민물 어류다. 몸길이는 보통 4~12cm, 드물게 13cm까지 자란다. 원통형 몸통은 뒤쪽으로 갈수록 옆으로 납작해진다. 머리는 위아래로 납작하고 비늘이 없으며, 뺨 근육이 발달해 불룩한 모습이 특징이다. 눈은 작고 머리 위쪽에 붙어 있고, 입은 비교적 크며 위턱이 아래턱보다 약간 길다. 몸 색깔은 서식지에 따라 다채롭다. 누런 갈색, 회갈색, 흑갈색, 황갈색 등 다양하며, 옆구리에는 불규칙한 구름 모양 무늬나 연한 갈색 반문 7개가 나타난다. 눈앞에는 좁은 V자형 또는 팔자 모양의 빨간 띠가 있어 독특한 인상을 준다. 배지느러미는 융합된 빨판 형태로, 작고 원형이라 돌에 붙어 흐름을 견디는 데 유리하다.
밀어는 한국 전역을 비롯해 중국, 타이완, 일본, 러시아 연해주 등 동아시아 지역에 널리 분포한다. 맑은 하천, 호수, 저수지, 늪 등 바닥에 자갈이나 모래가 깔린 환경을 선호하며, 하천 여울이나 강 하구의 기수 지역에서도 발견된다. 특히 돌 밑에 숨어 생활하는 습성이 강해, 맑은 물이 흐르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밀어를 찾을 수 있다. 한국에서는 경남 창원시 주남 저수지, 용추 계곡, 남천, 불모산 저수지, 창원천 등 다양한 지역에서 서식 기록이 있다. 제주도와 강원도 고성군, 강릉시 같은 특정 지역에서는 독특한 이형이 발견된다. 밀어는 A, B, C형으로 나뉘는데, A형은 전국 주요 수계와 소하천, B형은 남해 도서지방과 동해로 흐르는 소하천, C형은 제주도와 강원도 일부 수계에 서식하며, 각각 몸의 무늬로 구분된다.
밀어의 먹이는 주로 돌에 붙은 미생물, 부착 조류, 수서 곤충 등이다. 이들은 작은 입으로 바닥의 자갈을 뒤지며 먹이를 찾거나, 돌에 붙은 생물막을 긁어먹는다. 생명력이 강해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며, 특히 빠른 물살에서도 빨판 같은 배지느러미로 단단히 붙어 움직이지 않는다. 산란기는 5~8월이다. 호수에서는 4월 초부터 9월 말까지로 더 길어진다. 암컷은 돌 밑에 알을 낳고, 수컷은 알을 지키며 부화할 때까지 보호한다. 알은 수온 20~22도에서 3~4일 만에 부화한다. 갓 태어난 새끼는 플랑크톤을 먹으며 하천을 따라 바다로 이동한다. 이후 성체가 되면 다시 민물로 돌아오는 독특한 생애사를 가진다. 부화 후 7~10mm 크기에서는 지느러미가 완성되고, 20mm가 되면 비늘이 생겨 성어와 비슷한 모습을 띤다. 보통 1년 안에 20~30mm로 자라 성어가 되지만, 환경에 따라 2년이 걸리기도 한다.
밀어는 관상어로도 인기가 많다. 강한 생명력 덕분에 수조 사육이 비교적 쉬우며, 초보자도 쉽게 기를 수 있다. 수조 바닥에는 자갈과 모래를 깔고, 넓적한 큰 돌을 배치하는 것이 좋다. 밀어는 입으로 자갈을 물어 옮겨 돌밑에 집을 짓는 습성이 있다. 이런 환경이 자연스러운 행동을 돕는다. 먹이는 배합사료로 충분하지만 냉동 깔따구, 실지렁이, 새우 같은 동물성 먹이를 더 선호한다. 다만 텃세가 강해 다른 종과의 합사는 어렵고, 같은 종이라도 개체 수가 많으면 싸움이 벌어질 수 있다. 따라서 수조 크기와 개체 수를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
밀어는 식용으로도 사랑받는다. 특히 경남 창원시에서는 밀어를 오래전부터 귀한 먹거리로 여겨졌다. 크기는 작지만 부드럽고 담백한 살결과 감칠맛이 일품이다. 전통적으로 밀어는 두부와 함께 끓여 먹는 요리가 유명하다. 뜨거운 물을 피해 밀어가 두부 속으로 파고들면 익은 두부를 썰어 밀어와 함께 먹는다. 이 요리는 밀어의 쫄깃한 식감과 두부의 부드러움이 조화를 이루며,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별미로 통한다. 또한, 밀어를 튀기거나 구워서 먹기도 하며, 간장 양념에 재워 조림으로 즐기기도 한다. 맛은 담백하면서도 약간의 감칠맛이 있어, 맵거나 강한 양념 없이도 충분히 맛있다.
민물고기 특성상 기생충 위험이 있으므로 충분히 익혀 먹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밀어는 뼈가 작고 많아 어린아이나 노인들이 먹을 때는 뼈를 발라내는 것이 좋다. 채취 시에는 맑은 물에서 사는 밀어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오염된 하천이나 정체된 물에서는 수질이 나빠 맛과 안전성이 떨어질 수 있다. 그물이나 작은 덫을 사용해 쉽게 잡을 수 있지만, 산란기인 5~8월에는 알을 보호하는 수컷이 많아 채취를 자제하는 것이 생태계 보존에 도움이 된다. 멸종위기종은 아니지만 무분별한 포획은 지역 개체 수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적정량만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