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찍으려 팬들 몰려온 대학 축제…“등록금 내고 와라” 재학생들 폭발
2025-05-1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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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팬들과 대학 재학생들 간 충돌
대형 카메라를 들고 연예인을 촬영하는 이른바 ‘홈마’들이 대학 축제 현장을 점령하자, 여러 대학들이 이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홈마란 '홈페이지 마스터(Homepage Master)'의 줄임말로, 아이돌 멤버나 연예인을 전문적으로 찍고 팬사이트나 SNS 계정을 운영하는 사람을 뜻한다. 특히 고성능 카메라(일명 대포 렌즈)를 들고 다니며 직접 찍은 고화질 직찍 사진이나 직캠 영상을 공유하거나 판매하기도 하고, SNS에서 팬덤 여론을 주도하는 경우도 많다.
1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고려대, 경희대, 세종대 등은 축제 기간 관람석에 외부인 출입을 제한하거나 외부인 구역을 별도로 마련했다. 성균관대 인문사회과학캠퍼스는 지난 9일 축제에서 외부인 입장을 2000명으로 한정했고, 대부분 학교에서는 대형 카메라, 삼각대 등 장비 반입도 금지하고 있다.
오는 14일부터 축제가 열리는 경희대는 박재범, 로이킴, 백예린, 빈지노, 잇지, 투어스, 폴킴 등이 무대에 오를 예정이며, 외부인 출입은 전면 금지한다.

15일부터 축제를 여는 한국체육대학교(한체대)는 홈마 구역을 따로 마련했다. YB밴드, 키스오브라이프, 슈퍼비&언에듀케이티드 키드 등이 출연하는 한체대 축제에서는 무대 앞 좌석은 재학생만 이용할 수 있고, 그 뒤로 취식 구역과 홈마 구역이 배치됐다.
한체대 측이 공개한 축제 배치도를 두고 한 이용자는 소셜미디어 엑스(X)에 “너무 웃기다. 뭘 찍으라는 거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다른 이용자들 역시 “차라리 돈 받고 취식존 바로 앞에 홈마석 만들어 주면 안 되냐”, “취식존보다 홈마 구역이 먼 이유를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등록금으로 치러지는 대학 축제인 만큼 재학생이 우선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대학 축제를 지역 축제처럼 생각하느냐”, “등록금 내고 여는 행사인데 재학생이 우선이다”, “홈마들이 사고를 많이 쳐서 이렇게 된 것”이라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한체대 학생회 관계자는 “홈마와 재학생이 엉켜 사고가 나거나 카메라 파손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구역을 나눴다”고 설명했다. 일부 홈마들은 무대와의 거리 문제를 지적하고 있으나, 학생회 측은 ‘축제는 재학생이 중심’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홈마 논란은 대학 축제 시즌마다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5월 인천의 한 대학 축제에서는 홈마들이 촬영을 제지하는 재학생과 시비가 붙자, 해당 학생의 얼굴 사진을 SNS에 올려 논란이 됐다.
전문가들은 대학 축제 문화를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동연 전통예술원 한국예술학과 교수는 “아이돌 섭외가 총학생회 능력을 가늠하는 기준처럼 굳어진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며 “아이돌 공연이 학우들이 원하는 바일 수 있으나, 학생회는 상업적인 대중문화를 넘어서는 대학 고유의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