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민 납치·감금·살해 잇따르는 캄보디아에 여행금지 지정이 어려운 이유
2025-10-12 16:03
add remove print link
외교부에 '국민 보호 총력 대응' 지시한 이재명 대통령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을 노린 납치·감금·살해 사건이 잇따르며 사회 전반에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외교부에 ‘국민 보호 총력 대응’을 지시하며 대응에 나섰으나, 외교 안팎에서는 즉각적인 여행금지 조치에는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12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최근 캄보디아 내 범죄 확산 관련 보고를 받은 뒤 “국민 보호를 위해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지난 7월 말 한국인 대학생이 캄보디아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 이후 범죄의 심각성이 급속히 고조된 데 따른 조치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0일 쿠언 폰러타낙(Kuonn Ponleak Tanak) 주한캄보디아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취업사기 및 감금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고 강한 우려를 전달했다. 외교부 장관이 직접 대사를 초치한 것은 이례적인 대응으로 평가된다.
같은 날 외교부는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대한 여행경보를 ‘특별여행주의보’로 상향했다. 이 단계는 ‘여행 자제’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단기·긴급 위험 상황이 최대 90일간 유지될 때 발령하는 조치다. 외교부의 전체 여행경보 단계는 △1단계(남색) 여행 유의 △2단계(황색) 여행 자제 △2.5단계 특별여행주의보 △3단계(적색) 출국 권고 △4단계(흑색) 여행 금지로 구분된다.
외교부 관계자는 “정부가 현지 범죄 확산세를 주시하며 단계별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며 “필요 시 여행경보 추가 상향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내부적으로는 ‘여행금지’ 지정까지 포함한 복수의 시나리오가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외교가에서는 즉각적인 흑색경보 발령이 양국 관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현실적 이유로 신중론이 제기된다.
캄보디아는 개발협력과 인적 교류가 활발한 국가다. 흑색경보 지정 시 양국 관계는 물론 현지 교민과 사업가들의 경제 활동에도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현재 캄보디아에는 약 1만 명가량의 교민이 관광·부동산·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생활하고 있으며, 여행금지 발령 시 특별허가 없이 체류할 수 없게 돼 생계가 위협받게 된다.
또 범죄 양상을 보면 현지 범죄조직의 납치뿐 아니라 고수익 취업 알선 등을 빙자해 스스로 입국했다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많다. 일부는 구출 후에도 다시 스캠센터로 돌아가는 등 ‘자발적 가담자’ 문제가 상존한다. 이로 인해 단순한 여행 제한만으로는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이러한 복합적 요인들로 인해 정부는 즉각적인 여행금지 발령 대신 점진적 대응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외교부는 현지 대사관 인력을 확충하고 ‘코리안 데스크’ 설치 및 캄보디아 경찰과의 공조 강화를 협의 중이다. 또한 피해 신고 절차 간소화, 현지 안전망 구축 방안 등도 검토 대상에 올랐다.
외교부는 “현지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며 우리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며 “교민과 여행객들도 신변 안전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길 바란다”고 밝혔다.